‘슈퍼루키’ 윤성빈이 데뷔 시즌부터 롯데 자이언츠 선발진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부산을 대표하는 투수’란 꿈을 향한 윤성빈의 대장정은 이제 막 시작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신성' 우완투수 윤성빈(사진=엠스플뉴스)
'롯데 자이언츠의 신성' 우완투수 윤성빈(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시즌 개막부터 아주 어렵게 시작했다. 피겨 스케이팅으로 치자면 '트리플 악셀'부터 시작하는 격이었다. 롯데 자이언츠를 두고 하는 소리다.

롯데는 ‘개막 7연패’로 시즌을 시작했다. 4월 1일 NC 다이노스에 이기며 연패를 끊었지만, 이후 다시 3연패를 기록했다. 만약 더 연패가 이어진다면 그라운드에 수건이라도 던져야 할 판이었다. 그때 연패를 끊어준 투수가 있었다. ‘부산 아이돌’ 윤성빈이었다.

윤성빈은 7일 LG 트윈스전에서 5이닝 2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되며 팀의 3연패 사슬을 끊었다. 이 경기 이후 롯데는 25일까지 8승 5패를 기록했다.

‘2017 KBO리그 1차 신인지명회의’에서 롯데 부름을 받은 윤성빈은 1년의 부상 공백을 딛고서 2018년 프로 1군 무대를 밟았다. 윤성빈은 올 시즌 5경기에 선발 등판해 안정적인 투구를 펼치고 있다. 롯데 선발진이 평균자책 6.13(리그 8위, 4월 26일 기준)으로 휘청이는 가운데 윤성빈은 25이닝을 던져 1승 1패 평균자책 4.32를 기록 중이다.

윤성빈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건 ‘강철 멘탈’이다. 윤성빈은 김광현(SK), 차우찬(LG), 양현종(KIA)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들과의 맞대결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투구를 펼쳤다. 윤성빈의 투구에서 '차세대 에이스’의 위용을 느끼는 이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의 미래’를 책임질 오른손 투수 윤성빈을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신성' 윤성빈 "데뷔전 당일 인터넷에 내 이름이 올라와 신기했다"

3월 25일 꿈에 그리던 프로 데뷔전을 치른 윤성빈. 윤성빈은 '국내 최고 좌완 투수' 김광현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는 투구를 펼쳐 큰 호평을 받았다(사진=엠스플뉴스)
3월 25일 꿈에 그리던 프로 데뷔전을 치른 윤성빈. 윤성빈은 '국내 최고 좌완 투수' 김광현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는 투구를 펼쳐 큰 호평을 받았다(사진=엠스플뉴스)

데뷔전부터 김광현, 차우찬, 양현종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투수’들과 줄줄이 상대했습니다. 그런데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투구 내용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상대 투수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선발 등판은 상대 투수와의 맞대결이 아니잖아요. 전 그저 상대 타자들과 승부하는 데만 집중할 뿐입니다. ‘마운드 위에서 3실점 이하로 투구를 마치겠다’는 각오밖에 없어요(웃음).

2017년 프로 입단 이후 2018년 3월 25일 데뷔전을 치르기까지 부상으로 1년의 공백기를 거쳐야 했습니다. 데뷔전 맞대결 상대였던 SK 선발투수 김광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해도, 데뷔전 긴장감은 굉장했을 듯합니다.

떨리기보다, 신기한 마음이 컸어요(웃음).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롯데 선발투수로 제 이름이 올라와 있더라고요. ‘신기함 반, 뿌듯함 반’이었죠. 약간 떨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최소한의 긴장은 경기력에 도움이 되잖아요?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최소한의 긴장은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 타고난 강심장이군요.

그건 아니에요(웃음). 선배 한 분이 “긴장하는 건 모든 투수가 똑같다. 긴장할 때 많이 해라. 경기 중엔 긴장하는 건 생각도 안 난다. 신경 쓰지 말라”고 조언해주셨어요. 그 말을 교과서 삼아 경기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어요.

그 선배가 누군지 궁금한데요(웃음).

그게…(머리를 긁적이며) 사실 누군진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웃음).

윤성빈은 “승리보다 퀄리티 스타트에 욕심을 내는 투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윤성빈은 “승리보다 퀄리티 스타트에 욕심을 내는 투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프로 데뷔 첫 등판. 경기 초반은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1회 선두 타자(정진기)에게 홈런을 허용한 뒤, 만루 위기를 맞았는데요. 그다음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항상 처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첫 타자, 초구’ 뭐든 처음을 잘해야 잘 풀리더라고요. 그런데, 첫 타자에게 홈런을 허용해 버렸어요. 마음이 참 심란하더라고요(웃음). 서둘러 평정심을 되찾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어요.

4월 7일 3번째 선발 등판에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데뷔 첫 승을 거뒀습니다.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이었을 텐데요.

맞습니다. 정말 기뻤어요. 타선의 도움을 받아 첫 승리를 따낼 수 있었어요. 너무 좋아서 하루 종일 웃음만 나오더라고요(웃음). 선배들이 “첫 승하는 게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고 해서 겁을 먹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3경기 만에 승리를 거둬 마음이 홀가분했습니다.

이어진 13일 KIA전에선 6이닝 2실점, 데뷔 첫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습니다. 데뷔 첫 승리와 첫 퀄리티스타트 가운데, 더 기뻤던 순간을 꼽는다면?

저는 퀄리티 스타트…(길게 고민하다가) 아니요. 기분은 첫 승을 거뒀을 때가 더 좋았어요(웃음). 마운드를 내려올 때 만족감이 느껴졌던 건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을 때였고요. 승리를 더 기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거에요. 앞으론 승리 투수가 되는 것보다, 퀄리티 스타트를 하는 게 더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

"꿈은 롯데를 대표하는 투수, 올 시즌 목표는 10승"

'구위와 제구'에 자신감이 충만한 윤성빈(사진=엠스플뉴스)
'구위와 제구'에 자신감이 충만한 윤성빈(사진=엠스플뉴스)

롯데 조원우 감독이 ‘선발투수 윤성빈’에 만족감을 나타냈습니다. 조 감독이 그러더군요. “속구 구속은 캠프 때보다 떨어졌는데, 제구는 많이 안정됐다”고요. 본인 생각은 어떻습니까.

감독님 말씀처럼 속구 구속은 떨어졌지만, 구위엔 이상이 없습니다(웃음). 지금은 제구와 구위 모두 괜찮다고 생각해요. 사실 얼마 전까진 저 자신을 스스로 너무 낮게 평가했어요. 그럴 때 코치님들이 한목소리로 “구위와 제구 모두 정말 좋다”고 격려해주셨어요. 덕분에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윤성빈에게 150km/h를 웃도는 강속구를 기대하는 팬이 많습니다. 시즌 초반 속구 평균 구속이 145km/h입니다. 시즌을 치르면서 속구 구속이 올라올 가능성, 얼마나 될까요?

구속이 더 올라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거라고 봐요(웃음). 선발 투수는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완급조절에 신경 쓰고 있어요. 1이닝을 던지는 마무리나 불펜 투수로 등판하면, 150km/h 강속구를 던질 자신이 있습니다.

신인답지 않게 성숙하면서도, 신인다운 패기가 돋보입니다. 혹시 신인왕에 대한 욕심은 없습니까.

(고개를 가로저으며) 없어요. 좋은 활약을 펼쳐 ‘상을 주신다’면 사양하진 않겠습니다(웃음). 팀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올 시즌은 ‘신인 전국시대’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신인이 많습니다. 윤성빈이 꼽는 가장 눈에 띄는 신인을 꼽는다면 그게 누굴지 궁금합니다.

KT 위즈 강백호요. 기사를 보면, 강백호 이야기가 정말 많더라고요. 저보다 한 살 어린데, 맹활약을 펼치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해요. 곽 빈, 양창섭 같은 투수들의 기사도 챙겨보고 있습니다.

윤성빈은 '신인왕'이 아닌 '롯데를 대표하는 투수'란 꿈을 향해 달린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윤성빈은 '신인왕'이 아닌 '롯데를 대표하는 투수'란 꿈을 향해 달린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강백호, 양창섭, 곽 빈 등 여러 신인 선수가 '신인왕 경쟁'에 참여한 상태입니다. 롯데에도 눈에 띄는 신인 타자가 있습니다. 바로 한동희입니다.

(한)동희는 제 중학교 1년 후배예요. 우완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게 3루수에요. 중학교 때 그 3루수가 동희였어요. 그런데, 프로에서도 동희가 3루 수비를 맡고 있으니, 신기하더라고요. 한편으론 마음이 안정되기도 하고(웃음).

중학교 선·후배 윤성빈과 한동희의 맹활약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프로 입단 때부터 ‘부산 아이돌’이란 별명으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부산 아이돌’ 윤성빈, 앞으론 어떤 별명을 얻고 싶은가요?

언젠가 ‘롯데를 대표하는 투수’가 되는 게 꿈입니다. 오타니 쇼헤이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는 투수가 되고 싶어요. 올 시즌 목표는 몸 건강히 ‘10승 투수’가 되는 겁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씩 꿈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항상 응원해주십시오.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웃음).

이동섭 기자 dinoegg509@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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