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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고정’ 한화 vs '변화무쌍' KT 라인업, 정답은 없다

| 5월 들어 고정 라인업을 가동하고 있는 한화와, 경기마다 변화무쌍 라인업을 자랑하는 KT가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만났다. 라인업 구성에서 대조적인 경향을 보이는 두 팀의 대결을 통해 감독들의 타순 짜기 고민을 들여다 봤다.

 

한화는 5월 들어 거의 고정적인 라인업으로 경기를 치른다(사진=엠스플뉴스) 한화는 5월 들어 거의 고정적인 라인업으로 경기를 치른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선발투수를 정하고 타순을 짜는 건 야구 감독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에 하나다. 감독의 일 중에 가장 어렵고 고민되는 업무이기도 하다. 감독에 따라서는 배팅 오더 교환 직전까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도 한다.

 

5월 1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는 대조적인 상황의 두 팀이 만났다. 5월 들어 타순 짜는 고통에서 해방된 한용덕 감독이 이끄는 한화와, 매 경기마다 타순 창작의 고통을 겪는 김진욱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가 대결했다.

 

한화는 이날도 이용규-양성우-송광민-제러드 호잉-김태균-이성열-하주석으로 이어지는 ‘고정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한화는 5월 들어 거의 모든 경기에서 이 라인업으로 경기를 치렀다. 8번 자리도 포수 최재훈이 거의 고정 출전이며, 9번타자로는 오선진과 정은원이 번갈아 나오는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다.

 

한화는 15일까지 40경기 동안 총 33가지 라인업을 사용했다. 2차례 이상 사용한 라인업만 6종류에, 3차례 이상 사용한 라인업도 있다.

 

반면 KT는 이날도 파격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2번타자에 이창진이 시즌 첫 선발 출전한 건 놀랄 일도 아니다.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가 8번타자에 이름을 올렸다. 김 감독은 로하스가 최근 마음이 급한 것 같다며 8번으로 내려 여유를 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 라인업은 올해 KT가 41경기를 치를 동안 39번째로 들고 나온 라인업이다.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종류의 라인업을 사용하고 있는 팀이 KT다. 2차례 이상 사용한 라인업도 딱 두 종류 뿐. 이날 대전 경기는 리그에서 가장 타순 변동이 적은 팀과, 가장 변화무쌍한 타순을 자랑하는 팀의 대결이었다.

 

‘5월 고정 라인업’ 한화, 전력 안정의 증거?

 

김태균 5번 배치 이후 한화 라인업이 안정을 이뤘다(사진=엠스플뉴스) 김태균 5번 배치 이후 한화 라인업이 안정을 이뤘다(사진=엠스플뉴스)

 

한화도 KT도 이유는 있다. 원래 타순 작성에는 전통적인 틀이 있고, 법칙이 있다. 그날 경기 출전이 가능한 선수들로 라인업을 짜는 게 첫째 원칙이다. 부상 선수나 컨디션이 최악인 선수는 라인업에서 제외된다. 이점에서 한화와 KT는 축복 받은 팀이다. 깨진 화분을 치우다 다치는 선수도, 택시 문을 닫다 손가락을 다치는 선수도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베스트 멤버 중에서 선발 출전 선수를 정할 수 있는 조건이다. 

 

둘째 원칙은 수비다. 넓은 구장이나 에이스가 나오는 경기엔 수비 잘하는 선수를, 작은 구장 경기에선 공격력이 좋은 선수를 위주로 라인업에 변화를 주는 게 기본이다. 한화는 올해 수비효율(DER) 부문 1위(0.679)에 오를 만큼 주전 야수들이 뛰어난 수비력을 자랑하고 있다. 5월 들어선 수비에 완전히 자신감이 붙었다. 공격에서도 큰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라인업에 큰 변화를 줄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이유다.

 

상대전적과 투수의 좌완/우완 여부도 라인업을 짜는 데 변수로 작용한다. 여기서 한화는 소폭의 변화를 준다. 좌타자인 양성우, 이성열, 정은원은 상대 좌완 선발이 등판하는 날 벤치에서 대기한다. 그러나 1번타자 이용규와 4번타자 호잉은 좌/우 투수에 관계없이 꾸준히 선발 출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컨디션 관리와 휴식 차원의 라인업 변화가 있다. 여기서 한용덕 감독은 라인업 제외 대신 다른 길을 택했다. 경기전 훈련을 최소화해 체력 소모를 줄이는 방식이다. 11일 홈 NC전을 앞두고는 주전 선수들의 출근 시간을 경기 시작 1시간 30분 전인 5시로 늦췄다. 한 감독은 “앞으로도 이동 시간이나 여러 가지를 감안해 (훈련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정 라인업은 그만큼 팀 전력이 안정적이고, 각 선수가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줄곧 “선수들에게 확실한 역할을 부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화는 라인업이 고정된 5월 들어 11경기 8승 3패로 롯데와 함께 월간 승률 1위다.

 

KT의 변화무쌍 타순, 원인은 1번과 지명타자

 

15일 경기 8번타자로 나선 멜 로하스(사진=엠스플뉴스) 15일 경기 8번타자로 나선 멜 로하스(사진=엠스플뉴스)

 

큰 부상 선수가 나오지 않은 건 KT도 마찬가지. 베이스러닝을 하다 다친 이해창을 제외하곤 큰 부상자 없이 시즌을 치르는 중이다. 

 

각 포지션별 베스트도 거의 정해져 있다. 1루수 윤석민, 2루수 박경수, 3루수 황재균, 좌익수 강백호, 중견수 로하스, 우익수 유한준은 거의 고정이다. 포수도 이해창과 장성우, 유격수는 심우준과 박기혁이 번갈아 나선다. 주전 선수와 백업의 차이도 큰 편이다. 누굴 선발 출전 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다. 그보단 누굴 몇 번에 배치할 것인가가 KT 벤치의 주된 고민이다.

 

하지만 KT는 매 경기마다 과격할 정도로 타순이 자주 바뀌는 편이다. 11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김진욱 감독은 “당분간 6번타순까지는 고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로 이틀 뒤 경기서 2번타자는 강백호가 아닌 전민수로, 4번타자는 유한준에서 윤석민으로 바뀌었다. 15일 한화전에선 다시 2번 이창진, 3번 박경수, 8번 로하스가 나왔다.  

 

KT의 잦은 타순 변화는 확실한 1번타자와 지명타자가 없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포지션별 베스트 9은 확실하지만, 이 선수들 중에 톱타자에 최적화된 선수가 나오지 않는 게 KT의 고민이다. 그러다 보니 경기마다 1번 주인이 수시로 바뀌고, 1번을 축으로 타순이 연쇄 이동한다.

 

KT는 붙박이 지명타자도 사용하지 않는 팀이다. 지명타자 자리를 베테랑 선수나 그날 라인업에서 마땅한 수비 포지션이 없는 선수를 활용하는 데 사용한다. 주전 야수 하나를 지명타자로 넣고, 백업 선수에게 선발 출전 기회를 주는 용도로 쓰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매 경기 라인업 변화가 많다. 

 

고정 타순도, 변화무쌍 타순도 약점은 있다

 

KT 중심타선이 고정되려면 황재균이 찬스에서 제몫을 해줘야 한다(사진=엠스플뉴스) KT 중심타선이 고정되려면 황재균이 찬스에서 제몫을 해줘야 한다(사진=엠스플뉴스)

 

고정 타순과 변화무쌍 타순, 100% 정답은 없다. 고정 라인업은 팀 전력이 안정적이란 의미도 되지만, 그만큼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크다는 얘기도 된다. 1위 두산은 올해 34종류의 비교적 적은 라인업을 사용했지만, 2위 SK는 37종류로 라인업 변화가 많았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라인업 변화를 조사한 결과, 잦은 타순 변화와 팀 성적 간에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벤치에만 있는 백업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도 과제다. 한화 김태연은 5월 5일 1군에 올라와 11일간 엔트리에 머물 동안 단 1타석에 나서는 데 그쳤다. 12일 콜업한 원혁재는 아예 한 타석도 나올 기회가 없었다. 주전 선수가 확실하게 정해진 팀의 딜레마다. 

 

라인업이 고정된 팀은 상대가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기도 수월하다. 최근 일주일간 치른 4경기 동안 한화 타선은 9점(기간 최소)을 내는 데 그쳤다. 15일 경기에선 KT 선발 금민철에 막혀 한 점도 내지 못하고 졌다. 5월초 활활 타올랐던 타선이 다소 가라앉을 기미가 보인다. 한화 벤치가 앞으로 해결해 가야 할 숙제다. 

 

변화무쌍 라인업에도 단점은 있다. 선수들은 대개 일정한 역할이 주어졌을 때 더 좋은 경기를 펼친다. 역할에 변화가 잦으면 정신적으로 불필요한 부담을 갖게 된다. 특히 그 변화가 갑자기 이루어져 정신적으로 준비할 틈이 없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가 어렵다. 선수가 경기장에 온 뒤에 자신의 역할을 알게 되는 건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기 어렵다.

 

물론 KT는 다른 팀보다 라인업을 일찍 정해 선수에게 알려주는 팀이다. 또 타순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어느 타순에 가든 자기 타격을 하는 선수도 있다. 특히 베테랑 선수들이 그렇다. 하지만 성향상 타순 변화에 영향을 받는 선수도 있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의 경우엔 역할이 바뀌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파격 라인업을 들고 나온 15일 경기에서 KT는 8회까지 4안타로 1점을 내는 데 그쳤다. 9회초 4안타로 2점을 추가해 3-0으로 이기긴 했지만 타순 변화가 승리에 큰 도움이 됐는지는 불분명하다. 2번타자 선발 출전한 이창진은 2타수 무안타(병살 1, 삼진 1)에 그친 뒤 오태곤과 교체됐다. 

 

8번타자 로하스는 공교롭게도 이날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타순이 8번이라 부담을 덜고 좋은 타격을 했는지, 아니면 타격감이 올라올 타이밍이었는데 8번 타순으로 내려가 팀 득점에 손해를 봤는지는 알 수 없다. 정답도 없고, 인과관계도 불분명한 게 타순이다. 그래서 더 어렵고, 고민스러운 일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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