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뉴스]

5월 15일 함평-기아 챌린저스 필드. 대낮부터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평소 조용했던 함평의 분위기와 다르게 떠들썩했다. 그럴 만도 했다. ‘잊힌 에이스’ KIA 투수 윤석민이 퓨처스리그 복귀전을 펼친 날인 까닭이었다.
“팬들이 많이 오셨다. 이럴 때 (윤)석민이가 좋은 공을 보여주면 좋지 않겠나. 오늘은 5이닝 70구 정도를 던질 계획이다.” 경기 전 KIA 박흥식 2군 감독이 윤석민을 향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윤석민도 담담한 표정으로 등판 준비에 나섰다. 유동훈 2군 투수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불펜에서 몸을 푼 윤석민은 오후 1시 정각 2016년 10월 11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이후 무려 581일 만의 실전 마운드에 올랐다.
‘최고 구속 141km/h’ 성공적이었던 윤석민의 첫 실전

윤석민이 퓨처스리그 첫 실전 등판을 무사히 마쳤다(사진=엠스플뉴스)
윤석민이 퓨처스리그 첫 실전 등판을 무사히 마쳤다(사진=엠스플뉴스)

윤석민의 첫 실전 등판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1회 초와 2회 초 윤석민은 6타자 연속 범타로 산뜻한 출발을 했다. 3회 초에도 선두 타자 김병희가 1루수 실책으로 출루했지만, 윤석민은 후속 타자 김준수를 3루수 방면 병살타로 유도하면서 깔끔하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4회 초 선두 타자 홍현빈을 변화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윤석민은 양승혁에게 유격수 방면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이날 윤석민의 첫 피안타였다. 이어진 하준호의 우전 안타로 1사 1, 3루 위기를 맞았다. 윤석민은 후속 타자 김동욱에게 중견수 방면 희생 뜬공을 내주면서 이날 첫 실점까지 내줬다. 이후 남태혁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추가 실점은 막은 윤석민이었다.
KIA 타선이 윤석민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었다. KIA는 4회 말 이인행의 2타점 역전 적시타와 최승주의 2타점 적시 3루타로 4-1 역전에 성공했다. 점수가 뒤집히자 윤석민도 힘을 냈다. 윤석민은 5회 초 김종성과 김병희에게 날카로운 변화구로 연이어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이후 윤석민은 이준수를 유격수 땅볼로 잡으면서 깔끔한 삼자범퇴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5이닝까지 61구를 던진 윤석민은 경기 전 계획했던 투구 수 70구를 모두 소화하기 위해 KIA이 5-1로 앞선 6회 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타자 이창엽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은 윤석민은 홍현빈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이날 윤석민의 총 투구 수는 72구(스트라이크 51개)였다. 속구·슬라이더(최고 구속 135km/h)·체인지업·포크볼을 섞어 던진 윤석민은 속구 최고 구속 141km/h를 기록했다.
비록 9회 초 5실점 한 곽정철이 6-7 역전을 허용하면서 윤석민의 승리는 날아갔지만, 퓨처스리그 등판에서 승·패 기록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등판을 마친 윤석민은 밝은 표정과 함께 자신을 보러 온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등판 뒤 통증 유·무가 가장 중요하다

윤석민이 등판을 마친 뒤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윤석민이 등판을 마친 뒤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올 시즌 첫 실전 등판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를 냈지만, 윤석민의 태도는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윤석민은 구단을 통해 “3군 연습경기 등판 때부터 지금까지 어깨에 불편함은 없다. 몸 상태나 투구 감각이 예상한 대로 올라오고 있다”라는 짧은 소감을 남겼다. 건강하게 1군에 복귀해서 공을 던진 뒤에 자신의 마음 속 얘길 제대로 전하고 싶어 했다. 그만큼 긴 재활 기간에 마음고생이 심하단 뜻이기도 했다.
윤석민의 공을 직접 받은 포수 한승택은 “솔직히 100% 몸 상태일 때 공을 받아본 경험이 없어서 정확한 평가를 하긴 어렵다. 그래도 확실하게 공에 힘은 있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평균 이상 구위였다. 다만, 속구가 좌타자 상대 바깥쪽은 괜찮은데 우타자 바깥쪽에서 다소 날리는 공이 몇 개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올 시즌 윤석민 재활 등판 일지
4월 28일 함평 3군 KT WIZ전 2이닝 29구
5월 4일 익산 3군 KT WIZ전 3이닝 46구
5월 9일 독립리그 연천 미라클전 5이닝 43구(KIA 측정 속구 최고 구속 144km/h)
5월 15일 함평 퓨처스리그 KT WIZ전 5.2이닝 72구(KIA 측정 속구 최고 구속 141km/h)
유동훈 코치는 윤석민의 첫 실전 등판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유 코치는 “오늘 등판도 재활 과정의 일부분이다. 좋은지 안 좋은지에 대한 평가를 하는 건 이르다. 팔 스윙이 완벽하지 않아 보였는데 던질수록 좋아지는 게 보인다. 등판 뒤 며칠간 통증이 없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이날 윤석민의 속구 최고 구속이 141km/h에 그친 것에 대한 염려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유 코치는 “구속을 염려할 단계는 아니다. 차근차근 올라가야 한다. 선수가 욕심을 부릴 수 있겠지만, 급하면 안 된다”라고 힘줘 말했다. 박흥식 감독도 “아직 속구가 가끔 빠지는 게 있는데 오늘 등판으로 속단하긴 이르다. 구속도 1군에서 전력투구를 한다면 충분히 올라갈 거다”라고 확신했다.
긴 이닝 소화에 중점, 윤석민은 선발로 복귀할까

윤석민은 다음 등판에서도 긴 이닝을 소화할 계획이다(사진=엠스플뉴스)
윤석민은 다음 등판에서도 긴 이닝을 소화할 계획이다(사진=엠스플뉴스)

몸 상태에 큰 이상이 없다면 윤석민의 다음 등판은 5월 22일 퓨처스리그 서산 한화 이글스전이 될 전망이다. 윤석민은 다음 등판에서도 선발로 등판해 긴 이닝을 소화할 계획이다. 박 감독은 “보직은 1군에서 정하겠지만, 2군에선 길게 던지는 방향으로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코치도 “이대진 코치님과 소통하면서 윤석민의 복귀 계획을 결정하겠다. 개인적으론 2~3경기는 더 던져야 한다고 본다”라고 바라봤다.
사실 그 누구보다 윤석민에 신중한 사람은 바로 KIA 김기태 감독이다. 윤석민의 실전 투구 내용을 보고받은 김 감독은 “통증 재발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투구 수도 더 올려야 하고, 투구 강도도 문제다. 다음 등판도 지켜봐야 한다”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올 시즌 1군 성적이 좋진 않지만, 그렇다고 무리하게 윤석민을 올릴 생각은 없단 뜻이다.
윤석민의 이번 실전 등판은 재활 시계의 시침이 움직였단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그간 윤석민은 지루한 재활 과정을 반복하면서 큰 진전을 보이지 못 했다. 초침과 분침 정도의 앞·뒤 움직임만 있었다.
하지만, 이번 등판을 계기로 2~3차례 퓨처스리그 경기를 무리 없이 소화한다면 윤석민은 6월부터 1군 합류가 가능해진다. 건강하게 돌아온 윤석민이라면 선발과 불펜 어디에서든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토종 에이스 듀오 양현종·윤석민이 함께 있는 더그아웃은 KIA 팬들에게 큰 설렘을 줄 것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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