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겨울 쇼핑은 알찼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최고다. 올 시즌 초반 롯데는 채태인·이병규·오현택 등 베테랑 선수들의 맹활약에 활짝 웃고 있다. 개막 7연패라는 아픔에서 서서히 벗어날 수 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롯데의 반등을 이끄는 베테랑 선수 이병규·채태인·오현택(사진=엠스플뉴스)
롯데의 반등을 이끄는 베테랑 선수 이병규·채태인·오현택(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4월 6일까지 1승 10패. 시즌 개막 뒤 11경기 만에 롯데 자이언츠가 받아든 성적표였다. 시즌 전 기대와 달리 절망적인 출발이었다. 하지만, 반전은 분명히 있었다. 4월 7일부터 5월 19일까지 롯데는 21승 11패(승률 0.656)로 같은 기간 리그 승률 1위를 찍었다. 롯데엔 이젠 절망이 아닌 희망이 가득하다.
5월 19일 사직구장은 붉은 물결로 가득 찼다. 만원 홈 관중 앞에서 롯데는 두산 베어스전 5연패를 끊어야 했다. 롯데 타선이 옛 동료 투수 장원준을 일찍 두들겼다. 0-0으로 맞선 2회 말 롯데는 나종덕과 문규현의 2타점 적시타로 4-0까지 앞서 나갔다.
이어진 2사 만루 기회에서 채태인이 타석에 들어섰다. 채태인은 장원준의 5구째 141km/h 속구를 통타해 비거리 135m짜리 대형 중월 만루 홈런을 쏘아 올렸다. 장원준을 마운드에서 내리는 K.O. 펀치였다. 채태인에겐 더 뜻깊은 만루 홈런 기록이었다. 이날 만루 홈런은 채태인의 통산 1,000번째 안타였다.
롯데가 11-2로 앞선 8회 말엔 전준우가 일을 냈다. 전준우는 바뀐 투수 김정후를 상대로 데뷔 첫 만루 홈런을 날렸다. 공교롭게도 롯데의 한 경기 만루 홈런 2개는 1999년 9월 7일 사직 두산전 마해영·박정태 만루 홈런 합작 이후 19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었다. 15-2로 올 시즌 두산전 첫 승리를 거둔 롯데는 단독 4위까지 올라서면서 시즌 22승 21패로 승률 5할을 넘어섰다.
‘클러치 히터’ 채태인의 뜻깊었던 1,000번째 안타

득점권 기회에서 대기 타석에 들어선 채태인은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의 존재다(사진=엠스플뉴스)
득점권 기회에서 대기 타석에 들어선 채태인은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의 존재다(사진=엠스플뉴스)

채태인은 롯데 타선의 소금과도 같은 존재다. 그만큼 적재적소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는 채태인이다. 채태인은 올 시즌 4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7/ 35안타/ 4홈런/ 23타점/ 출루율 0.415/ 장타율 0.505를 기록했다. 종종 결정적인 기회에서 대타로 출전(대타 타율 0.429)했던 채태인은 올 시즌 득점권 타율 0.424(33타수 14안타)로 기회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베테랑 선수들에게 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생각한다면 채태인의 맹활약은 놀라울 정도다. 지난해 원소속팀 넥센 히어로즈와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에 난항을 겪은 채태인은 1월 10일 계약 기간 1+1년 총 10억 원(계약금 2억 원·연봉 2억 원·옵션 해마다 2억 원) 규모의 사인 앤 트레이드로 이적했다. 좌완 투수 박성민과의 일대일 트레이드였다.
1982년생인 채태인은 올 시즌 한국 나이로 37세다. 언제 기량이 떨어질지 모르는 베테랑 야수의 영입이었기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채태인은 남다른 ‘클래스’를 자랑하면서 오히려 ‘착한 FA’라는 평가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채태인은 1루수로도 출전하면서 같은 포지션인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의 체력 안배도 돕고 있다.
‘건강+눈 야구’ 4월 반등 이끈 구세주는 이병규

롯데에서도 이병규는 특유의 눈 야구를 자랑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롯데에서도 이병규는 특유의 눈 야구를 자랑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채태인과 더불어 지난해 2차 드래프트로 LG 트윈스에서 이적한 이병규도 롯데의 핵심 타자가 됐다. 5월 들어 타격감이 약간 주춤하는 분위기지만, 이병규는 팀의 4월 반등을 이끈 구세주였다. 이병규는 4월에만 타율 0.349/ 4홈런/ 11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LG 시절 부상이 잦았던 이병규는 조원우 감독의 세심한 관리 야구 속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마음껏 펼치는 상황이다.
이병규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선구안과 출루율이다. 이병규는 올 시즌 107타석에서 27개의 볼넷을 얻었다. 이병규의 올 시즌 출루율은 무려 0.495에 달한다. 장타율도 0.584로 팀 내 OPS(출루율+장타율) 1위(1.080)에 오른 이병규다. 이는 중심 타자 이대호(OPS 1.041)보다도 높은 수치다. 2차 드래프트에서 이병규에게 투자한 2억 원은 전혀 아깝지 않은 분위기다. 오히려 ‘로또’가 터졌단 평가가 많다.
무엇보다 친정팀을 떠나야 했던 이병규의 절치부심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병규는 ‘엠스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야구할 날이 그리 길지 않을 것 같다. 날마다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으로 어필하고 싶다. ‘이병규를 데려오길 잘했다’라는 말을 듣겠다. 롯데를 후회하게 하지 않겠다. 롯데 우승에 힘을 보태는 게 유일한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단 1억 원에 리그 최고 셋업맨을 얻다

오현택은 올 시즌 19경기 등판 동안 볼넷을 단 3개만 허용했다(사진=엠스플뉴스)
오현택은 올 시즌 19경기 등판 동안 볼넷을 단 3개만 허용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병규보다도 더 ‘대박’이 터진 선수는 투수 오현택이다. 오현택도 이병규와 같이 지난해 2차 드래프트에서 친정팀 두산 베어스를 떠나 새 둥지를 틀었다. 롯데는 단 1억 원에 리그 최고의 셋업맨을 구한 셈이다.
이젠 오현택이 없는 롯데 필승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오현택은 올 시즌 19경기(21.2이닝)에 출전해 1승 7홀드 평균자책 2.08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0.65로 짠물 투구를 제대로 선보였다. 특히 탈삼진 25개와 볼넷 3개라는 올 시즌 기록은 오현택의 공이 얼마나 날카로운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오현택은 올 시즌 10이닝 이상을 소화한 리그 불펜 투수들 가운데 3위 한화 이글스 정우람(5.75)·2위 삼성 라이온즈 최충연(7.17)에 이어 삼진·볼넷 비율 1위(8.33)에 올랐다.
오현택은 올 시즌 전 ‘엠스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군 불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2013년 가장 좋았던 그 공을 되찾고 싶다. 실력으로 롯데 팬들에게 기쁨을 드려야 한다. 롯데 이적이 야구 인생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 같다”라며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그 다짐대로 오현택은 2013년(평균자책 2.70·WHIP 1.15)보다 더 좋은 공을 선보이면서 리그 최고의 셋업맨으로서 활약을 펼치는 상황이다.
이처럼 비시즌 외부 수혈의 최고 수혜자는 롯데가 되는 분위기다. 한마디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교)’가 최고인 전력 보강이 됐다. 부상으로 1군에서 잠시 빠진 외야수 민병헌(FA 영입)과 투수 고효준(2차 드래프트)마저 돌아와 활약을 이어간다면 금상첨화다. 롯데의 알찬 겨울 쇼핑이 재평가를 받을 시점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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