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동성고 출신 좌완 파이어볼러. KIA 타이거즈 투수 양현종을 설명하는 동시에 그의 후계자로 꼽히는 광주동성고 3학년 투수 김기훈을 의미하는 단어기도 하다. 2018년 KIA의 1차 우선지명 유력 후보인 김기훈의 얘길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

광주동성고 3학년 투수 김기훈은 포스트 양현종으로 기대받는 초고교급 투수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광주동성고 3학년 투수 김기훈은 포스트 양현종으로 기대받는 초고교급 투수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제7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시작된 5월 17일 목동구장에선 빗방울이 흩날렸다. 습하고 비가 내리는 야구장이었지만, 황금사자를 향한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은 날씨와 상관없이 빛나고 있었다.
그 순간 또래 선수들이 공을 던지고 치는 걸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한 선수가 있었다. 오른팔 소매를 걷어 여러 군데 생긴 상처를 보여준 그 선수는 “최근 대상포진에 걸려서 치료에 전념했어요. 당장 공을 못 던져서 정말 아쉽네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 선수는 바로 광주동성고 3학년 좌완 투수 김기훈이었다.
올 시즌 KBO리그에선 ‘신인 돌풍’이 불고 있다. 곽빈(두산 베어스)·강백호(KT WIZ)·양창섭(삼성 라이온즈)·한동희(롯데 자이언츠) 등 올 시즌 신인 선수들이 시즌 초반부터 1군에서의 활약을 보여줬다. 소위 말하는 ‘베이징 세대’가 등장하는 가운데 2019시즌 신인들을 향한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김기훈이 바로 그 관심의 중심에 서 있다. 지옥에서도 데려온단 ‘좌완 파이어볼러’인 김기훈은 140km/h 중후반대 속구와 더불어 준수한 타격 실력까지 갖춘 만능 플레이어다.

김기훈의 고등학교 2학년·3학년 성적(표=엠스플뉴스)
김기훈의 고등학교 2학년·3학년 성적(표=엠스플뉴스)

앞선 등판 기록을 보듯 지난해부터 이미 두각을 드러낸 김기훈은 일찌감치 KIA 타이거즈의 1차 우선지명 유력 선수로 꼽히는 상황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김기훈을 유심히 관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스카우트 관계자는 “경남고 사이드암 투수 서준원과 함께 초고교급으로 꼽히는 투수가 김기훈이다. 메이저리그로 가지 않는 이상 KIA 1차 우선지명은 이미 정해진 것과 같다”라고 바라봤다.
김기훈이 재학 중인 광주동성고는 KIA의 에이스 투수 양현종의 모교로도 유명하다. 김기훈은 학교 선배이자 리그 최고의 좌완 투수인 양현종을 닮고 싶단 소망을 밝혔다. ‘포스트 양현종’을 그리는 김기훈을 ‘엠스플뉴스’가 직접 만났다.
장성호의 홈런으로 시작된 김기훈의 야구 인생

야구의 도시 광주에서 자란 김기훈은 광주동성고의 에이스로 성장했다(사진=KBSA)
야구의 도시 광주에서 자란 김기훈은 광주동성고의 에이스로 성장했다(사진=KBSA)

전국 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표정이 썩 밝진 않습니다. 대상포진에 걸렸다고 들었어요.
(팔에 생긴 상처를 보여주며) 열심히 대회를 준비했는데 갑자기 대상포진에 걸렸어요. 며칠 전에 병원에서 퇴원했는데 아쉬움이 큽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건가요.
딱히 스트레스를 받은 게 아니었는데 증상이 나타났어요. 보통 면역력이 떨어지면 대상포진이 걸린다는데 당황스럽습니다. 몸이 괜찮아지면 나중에라도 공을 던지고 싶어요.
(아쉽게도 올해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김기훈이 던지는 장면은 볼 수 없게 됐다. 광주동성고는 천안북일고와의 대회 1라운드 경기에서 3-7로 패하면서 탈락했다)
고향이 야구의 도시인 광주라고 들었습니다.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08년 초등학교 2학년 때 친구랑 무등구장으로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보러 갔어요. 한화 이글스랑 붙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그날 장성호 선배님이 홈런을 치셨어요. 그때 야구가 너무 재밌어 보이더라고요(웃음). 그전엔 동네 야구만 했는데 바로 어머니한테 야구부에 들어가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바로 허락해주시던가요(웃음).
예. 곧바로 야구를 해보라고 허락하셨어요. 그때 제 또래 친구들을 보면 보통 꿈이 없는 아이들이 많았어요(웃음). 그런데 야구가 정말 하고 싶다고 말하니까 그 꿈을 믿어주셨나 봐요. 바로 야구부로 있는 곳으로 전학을 갔습니다.
야구부와 동네 야구는 확실히 달랐을 것 같습니다.
(고갤 끄덕이며) 그렇죠. 어리바리했어요(웃음). 처음에 3개월 동안은 캐치볼만 했습니다. 그 뒤에야 방망이를 돌릴 수 있었는데 의외로 공이 잘 맞더라고요.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단 꿈은 더 커졌습니다.
투수로서 공을 던진 시점은 언제부터였습니까.
초등학교 땐 야수만 했어요.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 때 감독님이 왼손잡이니까 공을 한번 던져보라고 하셨습니다. 제 투구를 보시더니 마음에 드셨는지 투수를 계속하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이후로 투수에 점점 재미를 느낀 건가요.
솔직히 처음엔 야수로 뛰는 게 더 자신이 있었어요. 그런데 중학교 3학년 때 구속이 올라가면서 삼진을 많이 잡으니까 투수가 더 재밌었어요(웃음).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도 투수로서 좋은 결과가 계속 나오니까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렇다고 타자를 포기한 게 아니더군요.
투수와 타자를 같이 계속하고 있어요. 나에게 맞는 걸 더 열심히 하겠단 생각으로 해왔는데 개인적으로 투수가 더 좋긴 합니다. 우선 둘 다 잘해보려고요.
그렇다면 프로 무대에서 김기훈의 ‘이도류’를 볼 수 있을까요(웃음).
(쑥스럽게 웃으며)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프로 무대에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할 생각이에요.
‘최고 구속 150km/h’ 포스트 양현종을 꿈꾸는 김기훈

양현종이 모교인 광주동성고에 기증한 야구부 대형 버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양현종이 모교인 광주동성고에 기증한 야구부 대형 버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스스로 꼽은 투수와 타자로서 장단점이 궁금합니다.
(잠시 생각 뒤) 먼저 투수로서 장점은 공을 강하게 때려서 구위가 좋고, 단점은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엔 제구가 흔들린단 점입니다. 타자로서 장점은 손목 힘이 좋아서 타구 속도가 좋고, 단점은 정확히 맞히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단 점이에요.
올해 최고 구속이 150km/h까지 나왔다고 들었어요.
주말 리그에서 광주제일고랑 붙었는데 경기 뒤에 150km/h가 찍혔다고 하더군요.
‘파이어볼러’가 확신한 것 같습니다(웃음).
그날 구속은 신경 안 쓰고 경기에만 집중했어요. 150km/h가 나왔다고 하니까 저도 믿기지 않더라고요. 구속은 어느 정도 올라온 것 같아서 변화구 제구에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더 완벽하게 타자들을 제압하고 싶어요.
강속구를 장착한 만큼 투구 자세도 역동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확실히 제 투구 자세가 부드러운 편은 아니에요. 거친 투구 자세라 다칠 수 있단 염려도 많습니다. 그래도 그만큼 ‘와일드’하기에 구속이 잘 나오는 거로 생각해요. 몸 관리를 더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신인 선수들에게 필수 질문인 ‘롤 모델’을 안 물을 수가 없네요.
당연히 롤 모델은 학교 선배 양현종 선배님입니다(웃음).
너무나 당연한 답변이 나왔습니다(웃음). 학교에서 양현종 선수는 엄청난 존재겠군요.
양현종 선배님은 학교에서 신(神)과 같아요(웃음). 학교 야구부에 기증해주신 대형 버스도 잘 타고 있습니다. 좌석 공간이 넓어서 편하게 이동하고 있어요. 지난해 팀 우승을 이끈 양현종 선배님의 투구를 보면서 저런 투수가 돼서 저런 멋진 공을 던지고 싶단 꿈을 더 키웠습니다.
직접 만난 적도 있나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양현종 선배님이 학교에 오셨어요. 투구 자세를 봐주시면서 좋은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지금 하던 대로 다치지 말고 열심히 하면 좋은 투수가 될 거다’라고 응원해주셨어요.
2019년 김기훈은 어떤 무대에 서 있을까

역동적인 투구 자세에서 나오는 강속구가 김기훈의 강점이다(사진=광주동성고)
역동적인 투구 자세에서 나오는 강속구가 김기훈의 강점이다(사진=광주동성고)

신과 같은 학교 선배와 함께할 날이 머지않을 것 같습니다. KIA 1차 우선지명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상황입니다.

(잠시 뜸을 들인 뒤) 주위에서 얘기가 많이 들리지만, 크게 신경 안 쓰고 있어요. 주어진 야구에만 집중하면 나중에 좋은 결과가 따라올 거로 믿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관심이 있단 얘기도 들리는데요.
열심히 공을 던지다 보니 관심을 받는 거로 생각해요. 부모님께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결정하라고 하세요. 솔직하게 아직 제 미래에 대해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무대에서 뛸진 모르겠지만, 데뷔 시즌 활약이 정말 기대됩니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도 신인들의 활약이 대단하니까요.
(강)백호 형·(한)동희 형·(양)창섭이 형 등 청소년 대표팀에서 같이 지낸 형들이 바로 1군 무대에서 뛰면서 TV 중계에 나오더라고요. 그런 걸 보니 저도 욕심이 저절로 생겼습니다. 경기가 많아서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는데 잘 준비해보겠습니다.
프로 무대에서 어떤 투수가 되고 싶나요.
양현종 선배님처럼 ‘임팩트’가 있으면서 장원준 선배님처럼 ‘꾸준하게’ 던지는 투수가 되고 싶어요. 마운드 위에 올라가면 모두가 기대하는 투수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아. 그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3년 동안 아직 전국대회 우승을 해본 적이 없어요. 프로 무대에 가기 전에 우승을 한 번이라도 해보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광주동성고 김재덕 감독이 흐뭇하게 들을 얘기입니다(웃음). 감독에게 고마움이 클 것 같습니다. 이번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도 김기훈 선수의 몸 상태 보호를 위해 휴식을 부여했는데요.
감독님 덕분에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어요. 1학년 때부터 좋은 경험을 쌓게 해주셨습니다. 항상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잘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어릴 때부터 뒷바라지를 해주신 부모님께 인사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야구를 시작하고 10년째 뒷바라지를 해주시고 계세요. 안 다치고 야구하는 게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드리고 훌륭한 야구 선수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웃음).
얘길 계속 들을수록 야구를 정말 사랑하는 선수라고 느껴집니다.
제가 어디 하나 꽂히면 그것밖에 몰라요. 어릴 때부터 쭉 야구였어요. 집에 들어가서도 MBC SPORTS+ ‘메이저리그 투나잇’을 자주 봅니다(웃음). 그저 야구가 좋아요. 프로 무대에서 얼른 뛰고 싶습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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