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덕장’ 유영준, 단장에서 감독대행으로

-“내 역할, 선수단 동요없게 잘 추스르는 것”

-“선수들 잘 다독여서 최상의 플레이 펼치게 도울 것”

2018 신인드래프트에 참석한 유영준 감독대행(사진=NC)
2018 신인드래프트에 참석한 유영준 감독대행(사진=NC)

[엠스플뉴스]

유영준 NC 감독대행은 야구계에서 소문난 ‘호인(好人)’이다. 아마추어 감독 시절부터 덕장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장충고 송민수 감독은 유 대행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학생선수들을 움직이게 하고, 변하게 만들었다. 위기에 몰린 학생선수들을 다독이면서 용기를 주셨다”고 말했다.

한 서울구단 스카우트는 “고교 감독 시절 유 대행은 선수들의 예의와 인성을 강조했다. 야구부 구타와 체벌을 없애고, 선수들이 마음껏 플레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 역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선수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와주곤 했다”고 전했다.

‘사람 좋으면 꼴찌’란 말은 유 대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교 감독 시절인 2006년과 2007년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2연패를 달성했고 2006년 대통령배 우승, 2007 무등기 우승, 2010년 황금사자기 준우승을 차지하며 장충고를 고교야구 대표적인 강팀으로 이끌었다. 유희관, 박건우, 황재균, 이용찬, 강윤구, 이홍구, 이두환, 백용환 등은 대표적인 유 대행의 제자들이다.

아마야구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이룬 유 대행은 2011년 NC 창단과 함께 프로 구단으로 무대를 옮겼다. 이후 스카우트 팀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단장 역할을 맡았고, 김경문 감독이 사퇴한 6월 3일 감독대행에 임명되어 프로 구단의 사령탑을 맡게 됐다.

유 대행은 프로야구에서 선수와 지도자로 뛴 경험이 없다. 배명고와 중앙대학교, 실업팀 한국화장품에서 포수로 선수 생활을 했고 중학교와 고교야구 감독을 지냈다. 최근 프로야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100% 비(非) 프로 출신 사령탑이다.

NC는 지난 7년 간 김경문이라는 명장의 존재감이 절대적이었다. 환하게 빛나는 달의 앞면과 보이지 않는 달의 그늘이 공존했다. 김 전 감독의 흔적이 짙게 남은 NC를 프로 경험 없는 유 대행이 잘 이끌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편에선 “NC 구단 수뇌부가 프로야구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경문의 뒤를 잇는 감독대행은 분명 큰 부담이 되는 자리다. 독이 든 잔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유 대행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게 잘 다독이고 팀을 추스를 것이다. 코치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고 상의해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선수들 동요하지 않게 잘 추스르는 역할 하겠다”

왕웨이중에게 승리 기념구를 전달하는 유영준 감독대행(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왕웨이중에게 승리 기념구를 전달하는 유영준 감독대행(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단장으로 시즌을 시작했는데 갑작스레 감독대행 자리를 맡게 됐습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그동안 김경문 감독님께서 참 잘해주셨는데 그만두시게 돼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의외의 인사라는 평이 나옵니다. 프로에서 선수와 지도자 경력이 없다는 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요.

고교 감독 출신이니까. 아무래도 그런 여론이 있을 수 있겠죠.

팀이 최하위로 떨어진 가운데 감독의 중도 퇴진까지, 여러모로 좋지 않은 상황에 감독대행을 맡게 됐습니다. 구단에서 독이 든 잔을 떠넘긴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글쎄요. 제가 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게끔, 선수단을 잘 추스르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게 제가 지금 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선수단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상황입니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감독님이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는데, 그만두시게 되면서 선수들도 마음이 많이 아플 겁니다. 선수들 마음을 잘 다독이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제가 그 역할을 해야겠죠.

“결정은 내가 하되, 여러 사람의 의견 경청하겠다”

장충고 감독 시절의 유영준 감독대행(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장충고 감독 시절의 유영준 감독대행(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기존 코칭스태프와 호흡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잘 도와주실 겁니다. 코치들에게 확실한 역할을 주고, 자신의 역할을 최대한 해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겁니다.

시즌 초반 마운드, 특히 불펜이 붕괴한 상황입니다. 마운드 재건을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계신가요.

투수코치들과 잘 상의해야죠. 투수 운영에 코치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습니다.

장충고 감독 시절 코치들과 선수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지도자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항상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어요. 저 혼자만의 생각보다는,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모았을 때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최종 결정은 제가 내려야겠지만, 가능하면 여러 사람의 생각을 듣고서 결정하려고 합니다.

장충고 시절엔 ‘타고난 덕장’이란 찬사를 받았습니다.

다른 건 없습니다. 가능한 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선수들을 먼저 생각하고, 공평하게 대우하려고 노력했어요. 어린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기죽지 않게 하려고 했습니다. 고맙게도 선수들이 잘 따라줬어요.

물론 프로야구와 고교야구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순 없지만, 감독대행으로도 기본적인 원칙은 같다고 보면 될까요.

선수들과 함께 잘 호흡하고, 선수들을 잘 다독여서 최상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게 돕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선수들과 마음으로 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구단이 제게 감독대행 역할을 맡긴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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