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하위 추락의 책임을 물어 감독 교체를 단행한 NC 다이노스. 하지만 그 결과가 야구 문외한들이 주도하는 ‘프런트야구’라면 앞날은 캄캄할 뿐이다.

6월 3일 자리에서 물러난 김경문 감독(사진=엠스플뉴스)
6월 3일 자리에서 물러난 김경문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창원]

한때 ‘감독야구’와 ‘프런트야구’를 두고 논란이 거셀 때, NC 다이노스는 모범사례로 거론되는 구단이었다. 현장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사이에 소통과 협력이 잘 이뤄지는 구단이란 평가를 받곤 했다.

당시 NC의 한 고위관계자는 “감독야구와 프런트야구 이분법에 동의할 수 없다”며 “NC란 하나의 이름 아래서, 같은 목표를 갖고 같은 마음을 갖는다면 감독야구와 프런트야구를 나눌 필요가 없을 것”이라 했다. 실제 NC가 그랬다. 구단은 장기적 계획에 따라 물심양면 현장을 지원했고, 현장도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으면서 구단과 보조를 맞췄다.

그랬던 NC를 두고 이제는 프런트야구를 한다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NC는 6월 3일 김경문 감독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유영준 단장을 감독대행으로 임명했다. 단장이 시즌 중에 감독대행 역할을 맡는 건 메이저리그에서도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힘의 균형이 단숨에 프런트 쪽으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야구 문외한이 주도하는 프런트 야구

NC의 유망주 성장 시계는 장현식과 구창모에서 멈췄다(사진=엠스플뉴스)
NC의 유망주 성장 시계는 장현식과 구창모에서 멈췄다(사진=엠스플뉴스)

물론 야구를 정말 잘 아는 야구전문가가 있다면, 프런트가 주도권을 갖고 구단을 이끄는 게 꼭 나쁜 일은 아니다. 어떤 영역에선 '비(非) 선출' 전문가의 통찰력이 야구인 출신의 견해보다 나을 때도 있다. 메이저리그만 해도 아이비리그 출신 엘리트들이 야구단 요직에 포진해 구단과 리그 방향을 이끌어 나간다.

문제는 지금의 NC 야구단 수뇌부에 야구를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야구인 없는 야구단이 현재 NC 수뇌부의 모습이다.

황순현 대표이사는 언론인 출신으로 본사인 엔씨소프트 CECO(최고소통책임자) 출신이다. 야구단 창단 당시 잠시 관여한 적은 있지만, 이후엔 야구단과 무관한 분야에서 일했다. 배석현 경영본부장도 본사 임원 출신으로 야구단 합류 전까지는 야구와 무관한 세계에 살았다. 단장대행 역시 언론인 출신이다.

대표이사-본부장-단장 세 자리를 전부 비(非) 야구인으로 채웠다. 게다가 본부장과 단장대행은 승부조작 사태 책임으로 보직에서 물러났던 인사다. ‘회전문 인사’를 통해 구단 최고위직으로 돌아왔다. 과거 낙하산 인사가 가득했던 대기업 산하 프로야구단도 요즘에는 이런 식의 구성을 하지 않는다.

창단 초기만 해도 NC 구단은 야구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야구인 출신이나 기존 야구단에서 오랫동안 일해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야구단 운영을 이끌었다. 전 대표이사는 야구 전문기자로 오래 활동하며 야구 산업과 야구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인사였다. 현장 지도자와 신뢰 관계도 비교적 두터웠다.

반면 현 대표이사는 스스로 ‘야구를 좋아한다’라고는 하지만 야구단 운영 경험이나 전문성이 있는 인사는 아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건 확실하다. 연초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는 며칠씩 캠프장에 나타나 선수들 훈련을 지켜보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때 대표이사의 행동은 여러모로 눈길을 끌었다. 훈련 혹은 연습경기 중인 선수들 사이를 계속 오가면서 말을 건네고 궁금한 것을 질문했다. 좋게 보면 ‘소탈하다’ ‘격의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야구 종사자들 생각은 좀 다르다. 당시 이 모습을 지켜본 한 야구인은 “저래도 되나 싶었다. 만약 대기업 야구단 대표이사가 저렇게 행동하면 큰 문제가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질문 세례를 받은 선수들도 대부분 대표이사의 지나친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4년 연속 가을야구 성공, 구단의 오만으로 이어졌다

2016년 자유계약선수로 합류한 박석민(사진=엠스플뉴스)
2016년 자유계약선수로 합류한 박석민(사진=엠스플뉴스)

NC의 최근 인사이동을 지켜본 한 야구인은 “구단이 좋은 성과를 거두려면 수뇌부가 비전과 방향성을 갖고 이끌어가야 하는데, 현재 NC는 수뇌부가 야구 문외한으로 구성돼 있다. 대표이사는 올해 새로 취임한 초보 CEO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구단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구단 내부에 야구인 출신과 야구 전문가들이 있긴 하지만, 이들의 의견과 통찰이 얼마나 구단 운영에 반영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새 대표이사는 취임과 함께 구단 내부에서 뒷말을 낳은 '회전문 인사'를 단행했다. 새 대표 취임 이후 반년 동안 구단을 떠난 직원만 5명이다.

NC 수뇌부의 야구 관련 경험은 지난 7년 동안 야구단을 창단해 운영해본 경험이 전부다. 이젠 자신들이 야구를 잘 안다고 착각하기 쉬운 시기다. 게다가 NC는 지난 4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이란 눈부신 성과를 냈다. 야구단 운영에 자신감이 넘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 성공이 온전히 자신들의 능력 덕분이라고 착각한다면 더 문제다.

김경문 전 감독은 “구단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털어놓곤 했다. 신생 구단을 4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끄는 건 구단의 힘만으로 가능한 결과가 아니다. 젊고 경험 없는 선수들을 잘 이끌어 강하게 키워낸 코칭스태프의 역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여기다 창단 당시 좋은 선수들을 수급하고, 필요할 때 효율적인 투자로 전력을 보강한 것도 강팀이 된 비결이다.

현재 NC 1군 선수단을 보면 창단 첫 신인 드래프트와 특별지명 때 뽑은 ‘창단 멤버’가 대부분이다. 5일 기준 1군 엔트리만 봐도 노성호, 이형범, 이민호, 원종현, 이재학, 최금강, 박민우, 강진성, 노진혁, 이상호, 강구성, 이원재, 권희동, 나성범 등 27명 가운데 14명이 2012년과 2013년에도 팀에 있던 선수들이다.

그 이후 NC가 새로 발굴해 스타로 키워낸 선수는 장현식, 구창모 정도가 전부다. ‘육성 잘하는 구단’이란 이미지와 달리, 생각만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뤄지지 않았다. 김 감독은 퇴진 전까지 젊은 선수들을 키워내서 내년 시즌을 준비하겠다는 구상을 얘기했지만, 막상 퓨처스 선수단을 보면 눈에 확 띄는 유망주는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피의 수혈이 정체된 가운데, FA(자유계약선수) 외부 영입은 2016년 박석민 이후로 이뤄지지 않았다. 박석민 영입 효과는 2016년 한 시즌으로 끝났다. 창단 첫해 만들어둔 팀 전력이 이제는 어느 정도 한계에 달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렇다 할 전력 보강 없이도 매년 성공을 거둔 경험은 무모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뚜렷한 계획과 대안을 만들어 놓고 보이는 자신감과, 아무 준비도 없으면서 ‘작년에도 잘 됐으니까, 올해도 잘 될 것’이라 낙관하는 건 천양지차다. 올 시즌을 앞두고 NC는 ‘누군가 또 나타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만 가졌다. 안일했던 준비 과정은 최하위 추락이란 결과로 돌아왔다.

물론 감독 선임도, 교체도 다 구단 권한이다. 최하위 팀이 시즌 중에 감독을 경질하는 건 얼마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야구 문외한들이 절대적 권한을 갖는 구단으로의 변신이라면 갑갑할 뿐이다. 올 시즌 실패 책임을 감독에게 씌운 구단이, 더는 핑계댈 곳이 없어진 뒤에는 무엇을 핑계로 삼을지 궁금하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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