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고뇌 끝에 나온 아시아경기대회 야구대표팀 최종 명단에선 깜짝 발탁이 분명히 있었다. 두산 베어스 프로 2년 차 사이드암 투수 박치국이 그 주인공이었다. 올 시즌 팀 필승조로 자리 잡은 박치국은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과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최고의 한해를 만들고자 한다.

앳된 외모의 박치국은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구위로 반전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앳된 외모의 박치국은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구위로 반전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6월 11일 KBO(한국야구위원회)에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야구대표팀 최종 선발을 위한 코치진 회의가 오후 2시부터 열렸다. 2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결과가 나왔다. 일각에선 오랜 시간 동안 교황을 뽑는 의식인 ‘콘클라베’가 연상된단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그만큼 몇몇 선수 자리에선 마지막까지 고민이 이어졌다.

이렇게 고심 끝에 나온 아시아경기대회 24인 최종 명단엔 ‘깜짝 발탁’도 분명히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두산 베어스 사이드암 투수 박치국이었다. 지난해 두산에 입단한 박치국은 올 시즌 ‘프로 2년 차’ 투수로서 어린 나이답지 않은 안정감으로 팀 필승조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박치국의 이름이 또 화제가 된 이유는 선동열 대표팀 감독의 말 때문이었다. 선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서 탈락한 삼성 라이온즈 투수 심창민을 언급하면서 박치국의 이름을 언급했다. 선 감독은 “전반적인 성적으로 보면 심창민이 박치국보다 낫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꼭 필요한 연투 능력에선 박치국이 심창민보다 더 앞선다고 판단했다”라며 선발 배경을 설명했다.

정민철 대표팀 투수코치도 박치국과 심창민을 두고 깊은 고민을 했다. 정 코치는 “두 투수를 놓고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구속과 경기 경험은 심창민이 앞서지만, 올 시즌 세부 기록과 연투 시 기록, 그리고 수비 무관 평균자책 기록을 고려해서 박치국을 뽑았다”라고 밝혔다.

분명한 점은 박치국이 올 시즌 보여준 공 자체가 대단하단 것이다. 박치국은 올 시즌 34경기(36.2이닝)에 등판해 1승 3패 2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 2.70 WHIP(이닝당 평균 출루율) 1.25 39탈삼진 11볼넷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구위와 제구가 모두 좋아진 박치국은 이제 2018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 준비가 됐다. 프로 데뷔 뒤 첫 태극마크와 금메달, 그리고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그리는 박치국의 얘길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

‘성인 첫 태극마크’ 박치국 성장 속엔 이강철 코치가 있다

두산과 대표팀에서 모두 수석코치 역할을 맡은 이강철 코치는 박치국이 가장 따르는 스승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두산과 대표팀에서 모두 수석코치 역할을 맡은 이강철 코치는 박치국이 가장 따르는 스승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먼저 대표팀 발탁을 축하드립니다(웃음).

감사합니다(웃음). 저는 몰랐는데 친구들이 축하한다고 메시지가 와서 그때 알았어요. 아직도 얼떨떨한 마음입니다.

사실 발탁 가능성이 크진 않았습니다.

아직 부족한 게 많은 저를 뽑아주셔서 의아했어요. 프로 무대에 와서 태극마크를 다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달 줄은 몰랐네요. 정말 영광입니다. 부모님께 대표팀에 뽑혔다고 전화를 드렸더니 깜짝 놀라시면서 ‘정말 고맙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이제 대회까지 남은 기간 안 다치고 몸 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죠. 앞으로가 더 중요해요. 다치지 않고 대회 준비를 잘하겠습니다. 저도 잘 던져야 하지만, 형들을 믿고 오직 금메달 하나만 바라보겠습니다. 야구팬들에게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박치국 선수의 대표팀 승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은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올 시즌 성적이 출중합니다. 지난해와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제구력이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지난해엔 그저 강하게만 공을 던지려고 했습니다. 제구에 큰 신경을 못 썼어요. 올 시즌엔 투구 밸런스가 좋아지면서 제가 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표팀에서도 같이 할 이강철 수석코치에게 많은 걸 배웠다고 들었습니다.

(고갤 끄덕이며) 지난해 2군에 있을 때도 이강철 코치님만 계속 따라다녔어요. 올 시즌엔 1군에 계시니까 여기서도 많이 질문하죠(웃음). 좋은 구위가 나오는 팔각도와 하체 활용법을 코치님께 배웠습니다. 코치님 덕분에 제가 정말 많이 발전했어요. 아 또 한 가지가 더 있네요.

무엇인가요.

올 시즌을 앞두고 이강철 코치님께 커브 그립을 배웠어요. 코치님이 현역 시절에 썼던 그립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배워서 던져봤는데 저랑 딱 맞습니다. 그전 커브 그립을 사용했을 땐 계속 공이 빠지면서 사구가 종종 나왔어요. 이젠 그렇지 않습니다.

‘강철 멘탈’ 박치국은 불펜이 딱 이야

위기 탈출 뒤 웃음 속에서 박치국의 강철 멘탈이 느껴진다(사진=두산)
위기 탈출 뒤 웃음 속에서 박치국의 강철 멘탈이 느껴진다(사진=두산)

모든 면에서 발전한 만큼 이젠 어엿한 두산 필승조의 일원이 됐습니다.

지난해 패전 처리 역할을 주로 맡아서 홀드나 세이브 기록이 없었어요. 그런데 올 시즌엔 지난해 선배님들이 뛰던 자리에서 공을 던지니까 신기합니다. 여기서 던져도 되나 싶을 정도에요. 등판마다 조금씩 성장하는 게 스스로 느껴져요.

위기 상황에 자주 올라오는데도 표정이 편안해 보여요.

솔직히 위기 상황에 올라가는 건 별로 부담이 안 돼요. 점수를 줘도 제 점수가 아니라는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올라갑니다. 안 좋으면 어쩔 수 없이 맞을 때도 있죠. 또 우리 팀 타선이 정말 잘 쳐서 ‘역전해주겠지’라는 생각에 힘이 더 납니다.

확실히 불펜이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제가 선발 투수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올 시즌엔 우타자(피안타율 0.230)보다 좌타자(피안타율 0.333)를 상대로 안타를 많이 맞는 것 같습니다. 체인지업 같이 떨어지는 변화구가 없죠. 확실히 전 불펜 투수가 어울리는 것 같아요.

불펜 투수에겐 ‘강철 멘탈’도 필요한데요(웃음).

전 맞아도 잠을 잘 자요(웃음). 저 때문에 경기에서 져도 그날 밤 잠들기 전에 바로 잊어버립니다. 계속 안 좋은 생각만 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오늘만 경기하는 게 아니니까 잊을 건 빨리 잊어야죠.

잘 던지는 불펜 투수일수록 많은 이닝 소화와 연투는 숙명입니다. 올 시즌 박치국을 향한 우려의 시선도 분명히 있어요.

제가 얼마나 던졌나요?

6월 11일 기준 36.2이닝으로 최충연(삼성 라이온즈·38.1이닝)과 이태양(한화 이글스·37이닝)에 이어 리그 불펜 이닝 소화 3위에 오른 상태입니다. 연투는 9차례가 나왔네요.

(고갤 끄덕이며) 팬들의 걱정을 잘 알아요.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야 합니다. 아직은 힘이 남았어요. 날씨가 더워질수록 체력이 떨어질 텐데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보강 운동을 잘해야죠. 1군 풀타임 시즌을 보낸 적이 없어서 선배님께 연투 관리법을 포함해 많이 물어보고 있어요. 감독님과 코치님이 관리를 잘해주셔서 버티는 것 같습니다.

박치국 “학창 시절부터 못 한 우승, 올 시즌엔 꼭!”

팬들의 사인 요청에 친절하게 대해주는 박치국(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팬들의 사인 요청에 친절하게 대해주는 박치국(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올 시즌 두산 불펜진은 신·구 조화가 잘 이뤄졌단 평가가 많습니다. 팀 불펜 평균자책 성적(4.62·리그 3위)도 나쁘지 않고요. 박치국 선수가 직접 느끼는 분위기는 어떤가요.

확실히 어린 선수들과 베테랑 선배님들이 함께 잘 뭉쳐요. KBO리그에서 우리 팀 분위기가 가장 좋지 않을까요(웃음). 단합이 잘 되니까 자연스럽게 불펜진이 강해지는 거죠. 한 명 한 명 봐도 정말 다 잘 던지는 투수들입니다.

박치국 선수가 있기에 더 강해진 두산 불펜진입니다. 올 시즌 달라진 인기를 체감하시나요.

(곰곰이 생각한 뒤) 지난해보단 제 유니폼을 입으신 팬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자만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하자고 다짐합니다.

박치국 선수의 외모도 인기에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웃음).

(손사래를 치며) 아니에요(웃음). 저는 외모보단 야구를 더 잘해서 주목받고 싶어요. 물론 야구를 더 잘할 자신감도 당연히 있습니다.

그 자신감으로 올 시즌 가장 이루고픈 박치국의 목표는 당연히 한국시리즈 우승일까요.

그렇죠. 사실 제가 학창 시절부터 우승을 한 번도 못 해봤어요. 프로 무대에 와서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지난해에 준우승에 그쳤죠. 그래도 한국시리즈를 지켜보기만 해도 좋은 경험이 됐습니다. 올 시즌엔 한국시리즈 엔트리 포함뿐만 아니라 마운드에 올라가서 팀 우승에 꼭 보탬이 되고 싶어요. 그전엔 풀타임 시즌을 무사히 마치는 게 먼저입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두산에서 어떤 투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중간에서 사라지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는 투수가 되고 싶어요. 올 시즌도 내년도 내후년에도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는 투수죠. 그런 투수가 된다면 정말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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