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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AG 승선’ 박민우의 진심 "김경문 감독님, 감사합니다"

| 6월 11일 발표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 명단에는 NC 다이노스 2루수 박민우도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대표팀 발탁이 물 건너간 것처럼 보였지만, 5월 이후 맹활약으로 어렵게 대표팀 합류에 성공한 박민우의 소감과 각오를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에 성공한 박민우(사진=엠스플뉴스)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에 성공한 박민우(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가까이 다가갈 땐 멀어지더니, 포기하고 마음을 비우자 그제야 가까이 다가왔다. NC 다이노스 2루수 박민우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의 관계가 그랬다.

 

올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박민우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2루수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지난 시즌 거둔 놀라운 타격 성적(타율 0.363)에, 가장 최근 열린 국제대회인 2017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표팀 경력까지 있는 만큼 이변이 없는 한 무난히 대표팀에 뽑힐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대표팀 발탁이란 결과에 너무 몰두한 탓일까. 시즌 초반 박민우는 프로 데뷔 이후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시달렸다. 4월 15일 SK전 5타수 무안타를 시작으로 28일 두산전까지 12경기 동안 42타수 4안타에 그치며 타율이 0.198까지 추락했다. 

 

잘하려고 조바심을 내면 낼수록 수렁은 더 깊어졌다. 기껏 때린 잘 맞은 타구는 야구 정면에 가서 잡혔다. 아무리 풀려 해도 풀리지 않는 매듭처럼, 아무리 빠르게 뛰어도 제자리걸음인 악몽처럼, 애를 쓰면 쓸수록 상황은 더 꼬였다. 결국 28일 경기를 끝으로 박민우는 2군행 통보를 받았다. 그렇게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영영 멀어진 듯 보였다. 

 

하지만 2군행은 박민우에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2군에서 박민우는 멘탈 트레이너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다잡고, 결과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 2군에서 5경기 동안 타율 0.706 맹타를 휘두른 박민우는 5월 중순 박민우다운 모습으로 1군에 돌아왔다. 1군 복귀 이후 성적은 타율 0.378이나 된다. 같은 기간 리그 내야수 가운데 박민우보다 좋은 타율을 기록한 타자는 KIA 안치홍(0.434)뿐이다. 1할대였던 시즌 타율도 0.274까지 바짝 끌어올렸다. 

 

물론 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오재원, 최주환, 박경수 등 2루수 부문 경쟁자들보다 아직 한참 모자란 게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6월 11일 아시안게임 엔트리 최종 발표를 앞두고서도 박민우가 뽑힐 것이란 예상은 많지 않았다. 박민우도 “큰 기대 안 하고, 마음을 비우고 지켜봤다”고 했다.

 

2시간 넘게 이어진 대표팀 코칭스태프 최종회의. 마치 신라 화백회의나 바티칸 콘클라베를 연상케 하는 장시간 회의 끝에 나온 대표팀 명단에는 박민우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다. 올 시즌 일시적으로 부진하긴 했지만 지난해까지 꾸준하게 보여준 활약과 지난해 대표팀에서의 활약상, 최근 컨디션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택이었다. 잡으려고 애를 쓸 때는 그렇게 멀어졌던 대표팀이, 다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자 먼저 다가왔다. 

 

천신만고 끝에 대표팀 승선에 성공한 박민우는 엠스플뉴스와 인터뷰에서 발언 한 마디 한 마디에 신중했다. 올 시즌 성적이 썩 좋지 않은 가운데 대표팀에 뽑힌 게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듯했다. 대표팀에 뽑힌 만큼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최선을 다해 팀의 승리에 기여하겠단 각오를 밝혔다. 

 

또 프로 데뷔부터 줄곧 함께하며, 자신을 국가대표 선수로 성장하게 도와준 김경문 전 감독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마산 아이돌’에서 이제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2루수’로 성장한 박민우의 소감과 다짐을 엠스플뉴스가 직접 들어봤다.

 

국가대표 영광, 다가가니 멀어지고 마음을 비우니 다가왔다

 

올 시즌 초반 박민우는 프로 데뷔 이후 최악의 슬럼프에 고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초반 박민우는 프로 데뷔 이후 최악의 슬럼프에 고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천신만고 끝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작년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표팀에 뽑혔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은데요, 소감부터 들어볼까요.

 

느낌이 크게 다르진 않아요. 작년 APBC도 그렇고 아시안게임도 똑같이 태극기를 가슴에 품고 나가는 대회잖아요. 국제대회에 한국을 대표해 나가게 되어 영광이고, 자부심을 느낍니다. 정말 기뻐요.

 

올 시즌 초반 극도의 타격 슬럼프에 고생했잖아요. 프로 데뷔 이후 최악의 슬럼프를 경험했는데, 아무래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혀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할까요.

 

물론 아시안게임 생각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그보단 제가 저 자신을 잘 컨트롤하지 못했던 게 주된 원인인 것 같아요. 부진에서 빠르게 빠져나올 방법을 못 찾았고, 제가 저 자신을 계속 구렁텅이로 빠뜨리면서 슬럼프가 더 깊어졌어요. 이유 가운데 아시안게임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큰 부분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어느 순간부터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생각을 머리에서 지운 것처럼 보였습니다. 

 

국가대표란 게 제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제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구요. 솔직히 좀 속상하기도 해요. 나름대로 지금까지 꾸준하게 잘 해왔다고 생각하는데, 왜 하필 올 시즌에 잘 안 풀렸는지... (한숨)

 

시즌 초반 잠시 2군에 내려갔다 온 게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됐나요.

 

예. 2군에 내려가면서 멘탈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어요. 원래 타격 기술에는 자신이 있는 편이었는데, 시즌 초반 멘탈이 무너지면서 제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거든요. 멘탈이 기술을 지배한다는 걸 깨달았죠. 2군 내려가서 멘탈적으로 많이 내려놓고, 좋은 생각 많이 하면서 편하게 경기에 임했어요. 그러면서 조금씩 제 장점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LG 박용택 선배님이 인터뷰에서 하신 말씀이 제게 힌트가 됐어요.

 

어떤 얘기였나요?

 

제가 한창 힘들 때 우연히 읽은 인터뷰 기사인데, 거기서 박용택 선배님이 “결과는 내가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하신 말씀이 눈에 확 들어오더라구요. “타석에서 안타를 치려고 한다고, 치고 싶다고 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안 맞을 때 돌아보면 타석에서 너무 결과를 만들어내려 하고, 오지도 않은 결과를 미리 걱정하려고 했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꼭 그랬거든요. 타석 들어가기 전부터 ‘이번에도 못 치면 어떡하지’ ‘왜 안 맞지’ 오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생각하다 보니까 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어요. 그래서 그때부턴 마음을 비우고,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무심’으로 타석에 임했죠.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어요.

 

2016년엔 수비 에러 때문에 한참 애를 먹었고, 작년엔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생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타격 슬럼프까지, 해마다 꼭 하나씩 큰 시련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러게요. 올해도 여지없이 또 찾아왔네요. (웃음) 이제는 안 오면 좀 섭섭할 것 같아요. 솔직히 (시련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또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니까요. 잘 이겨내야죠. 

 

그래도 5월 이후엔 굉장히 좋은 성적을 내면서 박민우다운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5월 이후 타율 0.378로 이 기간 내야수 중에는 KIA 안치홍(0.434) 다음으로 높은 타율을 기록했어요. 선동열 대표팀 감독이 밝힌 “최종 엔트리 발표 시점 경기력” 기준에 부합하는 활약상입니다.

 

개인적으로 국가대표는 리그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들이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언젠가부터 솔직히 큰 기대를 안 하고, 마음을 비우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저를 믿어주시고, 뽑아주신 덕분에 (아시안게임에) 갈 수 있게 됐어요. 제가 복이 있는 것 같아요. 

 

박민우의 진심 “항상 믿어주신 김경문 감독님, 정말 감사합니다”

 

박민우의 모자, 헬멧 속 비밀(사진=엠스플뉴스) 박민우의 모자, 헬멧 속 비밀(사진=엠스플뉴스)

 

대표팀에 뽑혔단 소식을 듣고 여러 고마운 분들이 떠오를 것 같은데, 그중에 한 분께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김경문 감독님께 제일 감사하죠. 제가 프로에 온 뒤에 계속 함께 야구를 해 온 감독님이고, 제게 꾸준히 많은 기회를 주셨어요. 제가 클러치 에러를 해도 계속 믿고 기용해주셨고, 감독님 덕분에 제가 지금까지 잘 할 수 있었습니다.

 

김경문 감독은 평소 기자들과 얘기할 때도 항상 ‘박민우는 국가대표에 가야 할 선수’라고 강조하곤 했습니다. 비록 '내가 대표팀 감독이면 박민우 뽑는다'는 식의 직설적인 영업 멘트는 하지 않았지만, 박민우 선수의 대표팀 합류를 진심으로 바라는 게 보였어요. 

 

맞아요. 제게도 ‘너는 나중에 국가대표 해야 하는 선수니까, 자신감 잃지 말고 자신 있게 플레이하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또 다른 선수들이 절 보고 따라 할 수 있게, 어린 선수들이 따라 하는 선수가 되게끔 모범이 되라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죠. 올해 초에 야구가 잘 안 될 때도 저 스스로 이겨낼 때까지 기다려 주셨구요. 비록 제가 그 믿음에 보답을 못 해 드렸지만요. (잠시 말을 멈춘 뒤) 김 감독님이 제일 생각이 많이 나고, 감독님께 정말로 감사드려요. 

 

대표팀 선동열 감독과는 작년 APBC 대표팀에서 함께 한 경험이 있잖아요. 박민우 선수가 APBC 대표팀에서 보여준 모습에 선 감독이 긍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었다고 들었어요.

 

APBC 대회는 나이 어린 선수들이 많이 출전한 대회였어요. 그러다 보니 저는 대표팀에서 비교적 나이가 많은 축에 속했죠. 우리 팀(NC)에서 형들에게 보고 배운 그대로 대표팀에서 후배들에게 하려고 했어요. 동생들 많이 챙기고, 더그아웃에서 화이팅도 외치면서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서 움직이려고 했습니다. 경기에 나가서는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구요. 아무래도 그때 그런 모습을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셨던 게 아닐까 싶어요.

 

비록 올해 성적은 좋지 않지만, 최근 활약과 작년 APBC 당시 좋은 활약 덕분에 아시안게임에 가게 됐다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물론 더그아웃에서 보여주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국가대표 자격이 생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국가대표로 나가면 무조건 잘해야 하니까요. 대표팀에서 제가 할 역할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대주자로 나가든 대수비로 나가든, 단 한 번을 나가더라도 제게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해서 우리 팀이 이길 수 있게 최대한 도움을 주고 싶어요.

 

2016년 한국시리즈 때는 ‘박민우 혼자 야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활약이 좋았습니다. 작년 대표팀에서 활약도 나쁘지 않았구요. 큰 무대에 강점이 있는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활약을 기대해봐도 될까요.

 

국가대표는 작년에 딱 한 번 나가가지고... (웃음) 포스트시즌도 2014년에 처음 나갔을 땐 긴장도 많이 했고, 실수도 하고 했어요. 다만 해마다 그런 큰 경기, 대회를 계속 치르다 보니까 조금씩 익숙해진 건 사실입니다. 항상 긴장은 되지만, 긴장감 속에 제 나름대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도 생기는 거 같구요. 

 

‘아시안게임에 가면 이것만은 꼭 지키고 싶다’는 한 가지가 있다면.

 

국가를 대표해서 나가는 대회잖아요.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밖엔 없어요. 이유를 불문하고 이기고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금부터 열심히 생각하고 준비해서, 어떻게든 팀이 이기게 하는 것. 그것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대회까지 남은 기간 어떻게 준비할 생각인가요.

 

아시안게임 준비를 잘하는 건 당연한 거구요. 다만 아시안게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고, 그전까지 저는 NC 다이노스 소속 선수로서 최선을 다해 뛸 겁니다. 그동안 다치지 않게 부상 조심하면서 컨디션 조절 잘해서 최상의 상태로 아시안게임에 갈 수 있게 준비하려고 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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