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리그 선두 두산 베어스 야수진에 한 가지 고민이 있다면 우익수 자리다. 이미 퇴출당한 외국인 타자 지미 파레디스의 극심한 부진으로 시즌 초반부터 '나는 우익수다' 경연이 시작됐다. 최근 이 경연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선수가 바로 김인태다. 새 외국인 타자가 올 때까진 결말 없는 경연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두산 외야수 김인태는 최근 나는 우익수다 경연에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두산 외야수 김인태는 최근 나는 우익수다 경연에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정해진 주인공은 없다. 그래서 결말도 없다. 외국인 타자 지미 파레디스가 방출되면서 두산 베어스의 ‘나는 우익수다’ 경연이 시즌 내내 펼쳐지는 상황이다. 새 외국인 타자가 올 때까진 무한경쟁 구도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두산은 ‘베스트 9’이 빈틈없이 짜진 팀이다. 하지만, 올 시즌엔 한 자리가 항상 물음표다. 바로 민병헌(롯데 자이언츠)이 빠진 우익수 자리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파레디스가 그 빈자리를 잘 채워줘야 했지만, 끝없는 부진 끝에 파레디스는 퇴출 통보를 받았다.

이 우익수 한 자리를 놓고 국내 야수들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정진호·조수행·국해성·김인태·이우성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가운데 불의의 부상으로 낙마한 국해성과 2군으로 내려간 이우성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외야수가 살아남았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우익수 경쟁 구도에 대해 승자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수 개인의 타격감과 상대 투수 등 상황에 따른 기용을 이어가겠단 뜻이다. 김 감독은 “우익수 경쟁이 가장 치열한 건 사실이다. 세 명의 외야수를 돌아가면서 활용하고 있는데 사실 한 명이 치고 나가는 게 좋긴 하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 도움이 되지만, 너무 치열한 경쟁은 한 타석 한 타석의 부담감이 너무 크다”고 바라봤다.

‘나는 우익수다’ 다크호스로 떠오른 김인태

김인태는 공 안쪽을 때린단 생각으로 히팅 포인트를 앞당겼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만족이었다(사진=두산)
김인태는 공 안쪽을 때린단 생각으로 히팅 포인트를 앞당겼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만족이었다(사진=두산)

하지만, 시즌 중반까지 뚜렷하게 치고 나가는 주인공이 없었다. 그나마 최근 김인태가 주전 우익수로 기회를 점차 잡는 분위기다. 6월 10일 1군으로 올라온 김인태는 6월 타율 0.364(22타수 8안타)로 점차 타격감을 끌어 올렸다. 특히 19일 잠실 넥센 히어로즈전에선 2점 홈런을 포함해 개인 통산 첫 번째 3안타 경기를 펼친 김인태였다.

김 감독도 다부진 스윙을 보여주는 김인태의 활약에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은 “타석에서 투수의 공을 이겨내는 힘을 보여줘야 한다. 최근 김인태는 투수와의 타이밍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도 많이 좋아졌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 감독의 칭찬에 김인태는 쑥스럽게 웃음 지었다. 김인태도 주눅 들지 않는 과감한 스윙이 자신의 강점임을 잘 안다. 김인태는 “최근 타격감이 나쁘지 않다. 물론 기회를 못 살리면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그래도 경기에 나가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위축되지 않고 자신 있는 스윙을 보여주는 거다.

상대 투수에게 안 진다고 생각한다. 내 스윙을 제대로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며 고갤 끄덕였다. 확실히 예전보다 타석에서의 자신감이 붙은 김인태다. 김인태는 “공 안쪽을 강하게 치려고 노력한다.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치니까 땅볼이 적게 나오는 것 같다.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니까 안타와 2루타를 많이 만들려고 노력한다. 지난해보단 올 시즌 타석에서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1군 투수들의 공이 더 잘 보인다. 자신감이 확실히 붙었다”고 힘줘 말했다.

약점으로 지적받던 수비 실력이 좋아진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두산 강석천 2군 감독은 김인태를 향해 “‘김인태는 수비가 불안하다’라는 인식을 깨뜨릴 필요가 있다. 수비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을 텐데 스스로 극복하는 힘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한 자리를 차지할 선수”라고 힘을 불어넣었다.

“우리 팀은 원체 수비가 좋은 팀이라 내가 1~2개 실책만 해도 엄청나게 큰 피해를 주니까 더 집중하게 된다. 잠실구장 수비에 점점 적응해야 하는데 관중들이 많으니 오히려 집중이 잘 되는 것 같다. 또 1군에선 코치님이 수비 위치를 더 세밀하게 잡아주시니까 더 자신감이 느껴진다.” 자신감이 가득 스며든 김인태의 말이다.

새 외국인 타자 합류 시점이 변수다

파레디스의 아쉬움을 지울 두산의 새 외국인 타자가 언제 나타날지 궁금해진다(사진=엠스플뉴스)
파레디스의 아쉬움을 지울 두산의 새 외국인 타자가 언제 나타날지 궁금해진다(사진=엠스플뉴스)

그렇다고 시즌 끝까지 방심할 순 없는 두산의 우익수 자리다. 새 외국인 타자 합류 시점에 따라 우익수 경쟁 구도에 큰 변화가 생기는 까닭이다. 두산은 새 외국인 타자 후보군을 두 명으로 좁힌 상황이다. 하지만, 선수의 의지와 이적료, 40인 로스터 포함 여부 등을 고려한다면 전반기가 끝날 때까지도 영입이 확정 안 될 수 있다. 구단도 새 외국인 타자 영입은 최대한 길게 바라본단 자세다. 구단 외국인 담당 스카우트도 여전히 국내에 남아 있다.

김태형 감독도 “새 외국인 타자 영입은 전반기 안으론 힘들 것 같다”고 운을 떼면서 “외국인 타자가 와서 치는 걸 보면 ‘힘들겠구나’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확실히 외국인 타자 선택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우리만 외국인 타자가 없으니까 무언가 손해 보는 기분이긴 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결말이 없는 우익수 무한경쟁 구도는 당분간 이어질 분위기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김인태가 상승세를 계속 유지할지도 주목된다. 김인태는 “경쟁이라고 하면 스트레스지만, 나는 1군 무대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경기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최소한 폐만 안 끼치자는 생각으로 나간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 마음 아니겠나”라며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새 외국인 타자 합류까지 피 말리는 ‘나는 우익수다’ 경연은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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