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마운드에 오르는 펠릭스 듀브론트의 마음가짐은 한결같다. 메이저리그 10승 투수로 활약할 당시와 지금 마음가짐은 똑같다. 듀브론트는 언제나 ‘초심’으로 도전한다.

자신이 '도전자'임을 자처하는 롯데 자이언츠 펠릭스 듀브론트(사진=엠스플뉴스)
자신이 '도전자'임을 자처하는 롯데 자이언츠 펠릭스 듀브론트(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나는 도전자다.”

롯데 자이언츠 펠릭스 듀브론트는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소유자다. 듀브론트는 2013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11승 투수로 활약하며, 팀 우승에 공헌했다. 듀브론트는 2년 연속 11승을 거두면서 ‘메이저리그 수준급 투수’로 발돋움했다.

화려한 커리어에 프라이드를 가질 만도 하다. 하지만, 마운드에 오르는 듀브론트의 마음가짐은 언제나 겸손하다. ‘도전자’ 듀브론트는 언제나 타자를 제압하기 위한 초심을 다잡고, 투구판을 밟는다.

듀브론트는 KBO리그에서 최고가 되려는 새로운 도전에 여념이 없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사나이, 듀브론트의 이야기를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

듀브론트의 웃음 "개막전, 포수가 던진 공 맞고 '욱'한 마음 든 건 사실"

롯데에 온 '월드시리즈 챔피언' 듀브론트(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롯데에 온 '월드시리즈 챔피언' 듀브론트(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최근 좋은 활약을 잘 보고 있습니다(웃음).

고맙습니다(웃음).

이제 KBO리그가 어떤 리그인지 감이 잡힐 때가 된 듯합니다. 듀브론트가 바라본 KBO리그, 어떻습니까?

KBO리그에 적응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이제 이 리그에 어떤 타자들이 있는지 어느 정도 파악을 마쳤어요. 하지만, 타자들을 연구하는 일을 멈추진 않습니다. 연구를 해보니, KBO리그는 끈질긴 좌타 리드오프와 힘 있는 우타 거포가 많은 리그 같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역시 메이저리거”란 감탄사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새로운 리그 적응 과정에서 가장 신경썼던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투구하는 데 신경을 가장 많이 썼습니다. 시즌 초반엔 제가 가진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어요. 긴장을 많이 해 몸에 힘이 들어갔기 때문이에요.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자연스레 편안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게 됐어요.

롯데 포수들과 좋은 호흡을 보이고 있는 듀브론트(사진=엠스플뉴스)
롯데 포수들과 좋은 호흡을 보이고 있는 듀브론트(사진=엠스플뉴스)


그렇군요. 잠시 3월 24일 KBO리그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나섰을 때로 기억을 되돌려보겠습니다. 1회 말 포수 나원탁이 도루를 저지하려 던진 공에 정통으로 맞았습니다. 기억나십니까?

기억나다마다요(웃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던 적이 있었어요. 공에 맞았던 찰나엔 ‘욱’하는 마음이 잠시 솟구쳤던 것도 사실입니다(웃음).

‘욱’하는 감정이 표정으론 전혀 드러나진 않았습니다.

당시 포수 나원탁이 긴장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롯데로 이적한 뒤 첫 선발 출전이었잖아요. 제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면, 나원탁이 더 긴장하지 않았을까요? 이닝을 마친 뒤엔 나원탁 긴장을 풀어주려 농담을 건넸습니다. 나를 죽이려 한 거냐고 말이에요(웃음). 우리는 함께 공을 주고받는 동료입니다. 서로 얼굴을 붉히기보다, 격려해야 하는 사이인 거죠.

공에 맞아 통증을 느끼는 상황에서, 동료의 감정을 먼저 이해하는 태도가 정말 인상 깊습니다.

나원탁이 던진 공은 정말 아팠어요(웃음). 통증을 느끼면서, 문득 든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나원탁의 어깨가 정말 좋다’는 거죠. 비록 지금은 잠시 1군을 떠나 있지만, 나원탁은 정말 좋은 포수가 될 거에요. 확신합니다.

"ML이든 KBO리그든 투수가 공을 던지는 이유는 똑같다. 바로 팀 승리와 가족을 위해서다."

듀브론트는 시즌을 거듭할 수록 안정적인 투구 내용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듀브론트는 시즌을 거듭할 수록 안정적인 투구 내용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개막전 이야기를 잠시 나눠봤는데요. 사실 개막전부터 4월까지 부진한 활약은 팬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있었던 걸까요?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오히려 처음 다섯 경기에서 고전한 게 제겐 약이 됐습니다. 의도한 부진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부진한 성적에 주변의 기대치가 낮아졌습니다. 더 내려갈 곳이 없었죠. 그때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투구를 했습니다.

초반 부진을 딛고, 최근 엄청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5월 이후 투구를 지켜보면, ‘단단한 투수’란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요.

그 ‘단단함’은 제가 가진 ‘공격성’에서 비롯될 거라 봅니다. 저는 ‘공격적인 투수’입니다. 리그에 적응할수록 제가 가진 공격성이 드러나고 있어요. 앞으로 더 공격적인 투구로 상대 타자를 적극적으로 제압할 계획입니다.

사실 입단 당시부터 ‘메이저리그 10승 투수 출신’ 듀브론트를 향한 한국 야구팬의 기대감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높은 기대에 따른 부담감 역시 상당했을 듯합니다.

새로운 리그에 적응하는 건 언제나 ‘도전’입니다. 마이너리그거 시절에도 늘 경험하던 일이었고요. 도전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메이저리거 경력은 도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게 바로 도전의 매력이죠.

듀브론트는 언제나 두려움 없이 도전한다(사진=엠스플뉴스)
듀브론트는 언제나 두려움 없이 도전한다(사진=엠스플뉴스)

멋진 말입니다. ‘두려움 없는 도전’의 동력은 어디서 나옵니까?

저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려 언제나 최선을 다합니다. 첫째는 팀 승리를 위해섭니다. 둘째는 ‘가장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죠(웃음). 그 무대가 메이저리그든 KBO리그든 이 두 가지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데는 변함이 없어요.

팀과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돋보입니다. KBO리그를 향한 ‘존중’ 역시 느껴지네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의 10승이 ‘KBO리그 최고 투수’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늘 겸손한 마음으로 ‘KBO리그 최고 투수’를 향한 도전, 멈추지 않을 거에요. 앞으로 더 좋은 투구를 펼칠 수 있도록 연구하고, 또 연구할 계획입니다.

이제 시즌이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듀브론트가 남은 시즌 보여줄 '비장의 무기'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제가 보여드릴 무기는 ‘건강함’입니다. 건강한 몸으로 꾸준한 투구를 펼치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여기다 늘 팀이 이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 와중에, 제 개인 승리 역시 차곡차곡 쌓였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입니다(웃음).

이동섭 기자 dinoegg509@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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