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즌 중반부터 반전 매력을 보여준 롯데 자이언츠 앤디 번즈에게 팬들은 '배리 번즈' 혹은 '앤디 본즈'라는 별명을 붙였다. 올 시즌 흐름도 비슷했다. 시즌 초 극심한 부진에 허덕인 번즈는 6월부터 다시 '본즈'가 됐다. 6경기 연속 홈런 등 최근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하는 번즈의 얘길 들어봤다.

가슴에 새겨진 'G'에 대한 자부심을 누구보다 더 크게 느끼는 번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가슴에 새겨진 'G'에 대한 자부심을 누구보다 더 크게 느끼는 번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야구가 너무 재밌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앤디 번즈는 6월을 기점으로 다른 선수가 됐다. 6월 이전엔 지미 파레디스(전 두산 베어스)에 이어 퇴출 1순위로 꼽혔지만, 6월 들어 ‘본즈 모드’로 뜨거운 방망이를 뽐내는 번즈다.

6월 이전까지만 해도 번즈는 4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9/ 5홈런/ 15타점/ 48삼진/ 8볼넷/ 출루율 0.285/ 장타율 0.439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었다. 4월 중순 2군까지 한 차례 다녀왔지만, 5월(타율 0.244)에도 번즈의 반등은 요원했다.

올 시즌 롯데 성적도 하위권으로 처지자 팬들의 원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번즈는 그 가운데 가장 큰 비판과 비난을 받았다. 구단도 5월 들어 번즈의 거취에 대해 고심에 빠질 정도였다.

하지만, 6월 들어 번즈는 극적인 반전을 보여줬다. 초반 부진을 씻고 반등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번즈는 6월 타율 0.373/ 11홈런/ 16타점/ 출루율 0.411/ 장타율 0.699로 맹타를 휘두르는 상황이다. 특히 번즈는 24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시즌 16호 홈런을 날리면서 놀라운 장타력을 뽐냈다. 벌써 지난해 홈런(15홈런) 기록을 넘어선 번즈는 이젠 롯데 타선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됐다.

6월이 되자 초조함을 내려놓은 번즈

6월 이전 번즈는 고갤 숙이고 들어가는 장면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6월이 되자 번즈는 놀라운 반전을 선보였다(사진=엠스플뉴스)
6월 이전 번즈는 고갤 숙이고 들어가는 장면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6월이 되자 번즈는 놀라운 반전을 선보였다(사진=엠스플뉴스)

롯데 김승관 타격코치는 초조함에서 벗어난 번즈의 마음가짐을 반등 포인트로 꼽았다. 김 코치는 “시즌 초반 번즈는 무리하게 당겨치는 장면이 많았다. 그만큼 급한 마음에 방망이가 빨리 돌면서 삼진 숫자도 많아졌다. 그런데 6월이 되자 마음을 비운 것처럼 느껴졌다. 부담을 조금 덜자 스윙이 날카롭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제 타구가 좌측 방향뿐만 아니라 ‘스프레이’ 형태로 골고루 날아간다. 이제 번즈가 팀 타선의 핵심”이라며 흐뭇하게 바라봤다.

실제로 번즈는 6월 전까지 초구 타격 타율(0.269)이 높지 않았다. 그만큼 조급한 마음에 나쁜 공에도 방망이가 나갔단 뜻이다. 하지만, 6월부터 번즈는 초구 타격 비율이 소폭 하락(16%->13%)했다. 그리고 오히려 6월 초구 타격 타율(0.455)이 급상승했다. 이제 자신만의 타격 존이 제대로 형성됐단 지표다.

항상 무표정한 롯데 조원우 감독의 입꼬리를 최근 살짝 올리게 하는 선수도 바로 번즈다. 조 감독은 “번즈가 심리적으로 안정되면서 타선 전체의 도화선이 되는 분위기다. 선수 스스로가 타격코치와 많은 얘길 하면서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날이 더워지면서 더 좋아지는 것 같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번즈의 자신도 놀란 장면은 바로 6경기 연속 홈런 기록이다. 번즈는 14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시작해 20일 수원 KT WIZ전까지 6경기 연속 홈런을 달성했다. 이 기간 번즈는 타율 0.591(22타수 13안타) 9홈런 17타점으로 무시무시한 타격감을 선보였다.

아쉽게도 KBO리그 외국인 타자 연속 홈런 신기록 달성엔 실패했다. 번즈는 찰스 스미스(전 삼성)의 6경기 연속 홈런(1999년 7월 19일 사직 롯데전~25일 시민 해태 타이거즈전)과 타이기록을 이루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6경기 연속 홈런과 같은 경험은 야구 인생에서 처음이다. 솔직히 지금 야구가 너무 재밌다. 더 즐기려고 노력한다. 사실 홈런 기록보다 놀라운 점은 내가 매일 야구 선수로서 성장한단 게 느껴지는 거다. 그 과정에서 기록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 같다. 구체적인 숫자 목표보단 하루하루 발전하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번즈의 말이다.

6월 들어 보여준 번즈의 대반전 비결은 선수 자신의 노력과 더불어 편안한 마음가짐이었다.

번즈는 “타격코치와 소통하면서 스윙을 조금씩 수정해왔다. 최근 타격 자세가 가장 나에게 맞는 것 같다. 지난해와 같이 시즌 초반 부진에 빠졌는데 그 기간 많은 걸 느꼈다.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정신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잘 배웠다. 운이 좋게 6월 들어 타격감이 좋아지면서 정신도 안정됐다. 이젠 이 순간을 즐기려고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6월 본즈’ 번즈 “이젠 내가 팀 동료들을 도울 차례다.”

번즈의 초여름이 뜨겁다. 6월 타율 0.373를 기록한 번즈는 6월에만 홈런을 무려 15개나 날렸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번즈의 초여름이 뜨겁다. 6월 타율 0.373를 기록한 번즈는 6월에만 홈런을 무려 15개나 날렸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번즈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믿기지 않는 수비 범위로 보여주는 슈퍼 플레이다. 하지만, 번즈는 올 시즌 초반엔 타격 부진과 더불어 자신의 장점인 수비마저도 흔들렸다. 올 시즌 12실책으로 지난해 실책 개수(8실책)를 이미 훌쩍 넘은 번즈다. 타격감 회복과 더불어 수비 안정을 위해 더 노력하겠단 번즈의 다짐이다.

“올 시즌 초반 수비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나 때문에 팀 전체 수비도 흔들린 것 같아 미안했다. 이미 지난 일은 바꿀 수 없으니까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열심히 노력하면서 팀 동료들과 함께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모든 동료가 힘들 때 도와주고 나를 응원해줬다. 이제 내가 팀 동료들을 도울 차례다. 팀이 한마음으로 뭉치면서 더 높은 곳을 향해 치고 올라가야 한다.”

롯데는 6월 25일 기준 리그 7위에 머무르는 상태다.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차는 2경기로 여전히 가을 야구를 포기할 수 없는 분위기다. 번즈는 지난해와 같은 후반기 팀 반등을 예고했다.

번즈는 “지난해와 같이 팀이 후반기부터 더 치고 나갈 거로 믿는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먼저다. 그 목표를 위해 하루하루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열심히 뛰다 보면 숫자는 저절로 따라오리라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항상 열정적인 응원을 보낸 롯데 팬들에게 감사 말도 잊지 않았다. ‘롯데’라는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번즈의 말에서 느껴졌다.

시즌 초 부진했을 때 지난해 보여준 걸 믿어주고 기다려준 것에 정말 감사하다. 안 좋은 얘기도 다 애정이 있기에 나온 말이다. 항상 열정적인 응원을 하는 팬들이 있는 롯데에서 뛰는 건 나에게 정말 큰 축복이다. 팬들의 믿음에 꼭 보답하고 싶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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