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기대회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표날. 발탁된 선수보다 더 관심이 쏠렸던 탈락자가 있었다. 바로 삼성 라이온즈 투수 심창민이었다. 발탁이 유력했던 상황이라 심창민 자신에게도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하지만, 심창민은 5분 만에 아픔을 잊고 마음을 다잡았다. 오히려 이를 악물고 던지겠단 각오를 다진 심창민이었다.

심창민은 올 시즌 아시아경기대회 최종 엔트리 탈락이라는 아픔을 딛고 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활약 중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심창민은 올 시즌 아시아경기대회 최종 엔트리 탈락이라는 아픔을 딛고 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활약 중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라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오승환과 임창용 이후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 계보를 이어가는 투수는 바로 심창민이다. 심창민은 2012년 프로 데뷔 이후 해마다 발전을 거듭했다. 올 시즌 심창민은 커리어의 정점에 서 있다. ‘심창민이면 당연히 막는다’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은 올 시즌 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분위기다.

물론 잘나가는 올 시즌에도 심창민이 느낀 아픔은 분명히 있었다. 당연히 합류할 것으로 보였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서 심창민이 탈락한 것이었다. 심창민의 탈락은 많은 이의 의구심을 자아냈다. 특히 삼성 팬들은 심창민의 최종 엔트리 탈락에 큰 실망감을 내비쳤다.

어떤 아쉬움이라도 선수 자신의 실망감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심창민은 5분 만에 그 아픔과 아쉬움을 잊었다. 그리고 자신을 응원해주는 삼성 팬들을 위해 더 이를 악문 뒤 투구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이를 악문 심창민의 투구는 대단했다. 심창민은 올 시즌 37경기(42.2이닝)에 등판해 4승 10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 2.32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0.89로 삼성 뒷문을 빈틈없이 틀어막는 상황이다. 자신을 믿어준 삼성 팬들에게 최선을 다해 투구하는 게 먼저라는 심창민을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심창민 “볼넷을 줄 바에야 그냥 맞겠단 각오”

올 시즌 심창민은 라팍에서 더 힘껏 공을 던진다. 그만큼 홈경기 성적이 더 좋아진 심창민이다(사진=삼성)
올 시즌 심창민은 라팍에서 더 힘껏 공을 던진다. 그만큼 홈경기 성적이 더 좋아진 심창민이다(사진=삼성)

이름만 가리면 오승환 선수가 돌아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웃음).

(고갤 내저으며) 그 정도는 절대 아닙니다(웃음). 저는 오승환 선배님의 공을 직접 봤잖아요. 지금 제 성적은 보통 수준이죠. 다른 팀은 모르겠는데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하면 뭔가 모를 남다른 상징성이 있잖아요. 당연히 잘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스프링 캠프 때 그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는 걸 직접 봤습니다. 그 결실이 처음부터 나오는 것 같습니다.

겨울에 준비했던 게 좋은 성과로 나와서 다행입니다. 스프링 캠프 때 정말 열심히 운동했어요. 7년째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기에 체력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도 없습니다. 잘 먹고 잘 쉬면 되는 거죠.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와의 재회도 뜻깊은 올 시즌입니다.

(엄지를 치켜세우며) 정말 좋은 코치님이죠. 이렇게 다시 만난 건 저에게 큰 행운입니다. 프로 데뷔 첫해 오치아이 코치님이 만들었던 경쟁 구도 덕분에 제가 1군에 올라와서 지금까지 활약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지금 긴장을 놓을 수 없죠. 또 다른 심창민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사실 올 시즌 초반부터 마무리는 아니었습니다. 시즌 중간부터 다시 마무리 보직을 맡기 시작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셋업맨이든 마무리든 상관없어요. 똑같이 공을 던지는 거죠. 오히려 저는 마무리가 더 편해요. 정해진 상황에 나가는 거잖아요. 물론 팀이 이기고 있는 9회에 등판하는 자체가 책임감이 커지는 건 맞죠. 그래도 언제 나갈지 모르고 갑자기 나갈 수도 있는 셋업맨이 더 힘든 자리인 것 같습니다.

심창민에게 딱 맞는 자리가 마무리인 것 같습니다. 특히 올 시즌 타자 친화적으로 알려진 홈구장 라이온즈 파크 등판 성적(17G 2승 3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 1.74 WHIP 0.68)이 더 좋아요.

솔직하게 ‘라팍’에서 더 집중할 수밖에 없어요. 뜨면 넘어가잖아요(웃음). 팀 타자들도 잘못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홈런 한 방이면 끝날 수도 있으니까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습니다.

제구력도 정말 좋아졌단 평가입니다. 지난해 많은 볼넷(44개)이 아쉬웠기에 올 시즌 개인 목표를 시즌 볼넷 20개 이하로 잡았잖아요. 7월 9일 기준으로 볼넷 10개를 기록 중이라 목표 달성이 충분해 보입니다.

(입술을 굳게 깨물며) 볼넷을 정말 줄이고 싶었어요. 볼넷을 줄 바에야 그냥 맞자고 생각하면서 던지죠. ‘볼넷을 주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을 올 시즌 가져본 적이 없어요. 그만큼 제 공에 자신감이 붙은 것 같습니다.

올 시즌 삼성 마운드에선 신인 투수들을 포함해 젊은 피들이 자주 보이는데요. 이제 심창민 선수도 긴 막내 생활에서 탈출하는 것 같습니다(웃음).

아직도 사실상 막내죠(웃음). 지금 저 밑에 두 명(최충연·양창섭)밖에 없어요. 저는 아이스박스만 5년 넘게 끌었습니다. 물론 그때 경험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죠. 한국 최고의 불펜 투수들과 함께했으니까요. 언제 그런 투수들과 뛰어볼 수 있겠습니까. 정말 큰 자부심이죠.

아무래도 같은 불펜 투수인 최충연 선수에게 조언하는 편인가요.

아직 제가 어린 투수들에게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 상황은 아니에요. 그래도 (최)충연이에겐 가끔 조언을 해주죠. 풀타임 불펜 경험이 없기에 체력이 떨어질 시기에요. 노하우 없이 공을 막 던질 시기인데 경험해보지 못한 걸 선배로서 얘기해줘야죠. 충연인 성격이 좋아서 알아서 잘하는 것 같아요(웃음).

AG의 아픔, 팬들의 위로와 응원으로 치유했다

아시아경기대회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 탈락의 아픔을 잊은 심창민은 팬들의 위로에 더 힘을 얻었다(사진=삼성)
아시아경기대회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 탈락의 아픔을 잊은 심창민은 팬들의 위로에 더 힘을 얻었다(사진=삼성)

약간 가슴 아픈 얘길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웃음).

아무래도 아시아경기대회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 탈락 얘길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발표 당시 심정이 어땠나요.

(잠시 침묵 뒤) 엄청 마음이 아팠죠. 그런데 5분 정도 그랬다가 그 뒤엔 잊었어요. 내가 인정받지 못했구나. 이렇게 해선 안 되는구나. 많이 부족하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래도 아쉬움은 쉽게 안 없어졌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정말 아쉽긴 하죠. 그래도 그런 거로 제가 정신 나가서 마무리 자리에서 말아먹으면 안 되는 거죠. 팀에 누가 되는 거니까. 그 순간에만 그랬고 지금은 현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인정받지 못한 부분은 여전히 안타깝죠. 성적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충격적인 탈락 소식에 팬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다시 미소 지으며) 제가 오히려 깜짝 놀랐어요. 그날 실시간 검색어 1위도 하고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많더라고요. 저는 평소에 욕만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격려해주시니까 정말 큰 감동이었어요.

팬들의 응원 글을 다 읽어봤군요.

제가 댓글을 다 보는 스타일이에요. ‘악플’도 겸허하게 다 읽습니다(웃음). 욕도 애정이 있으니까 해주시는 거죠. 마무리 자리가 그런 것 같아요. 9번 잘해도 1번 못 하면 어쩔 수 없이 욕먹는 자리죠.

‘악플’에 상처를 받지 않나요.

저는 못 던져도 ‘악플’을 보면서 그래 더 잘해야지라고 생각해요(웃음). 관심이 없으면 욕도 안 하는 거죠. 이를 더 꽉 깨물고 잘 던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프로라면 결과로 보여주는 거죠.

다행히 아시아경기대회 최종 엔트리 발표 뒤 성적이 나쁘지 않습니다.(심창민은 6월 11일 엔트리 발표 뒤 7경기에 등판해 4세이브 3피안타 12탈삼진 1볼넷 평균자책 0을 기록했다)

그날 이후로 잘 던지고 있으니까 다행이죠. 원래 ‘멘탈’이야 좋았지만, 더 마음을 다잡고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무너지면 ‘넌 여기 밖에 안 돼’라는 소리를 들으니까 더 열심히 하는 거죠.

아직 해결하지 못한 군 복무를 향한 고민은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개인적으로 생각이 많아요. 주위에서 다들 표정이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만큼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앞으로 구단과 상의를 잘해봐야죠.

심창민 “최선을 다해 공을 던지는 투수로 기억되길”

더 좋은 성적뿐만 아니라 더 좋은 팬 서비스를 보여주겠단 게 심창민의 마음이다(사진=삼성)
더 좋은 성적뿐만 아니라 더 좋은 팬 서비스를 보여주겠단 게 심창민의 마음이다(사진=삼성)

올 시즌 팀 성적의 아쉬움도 있습니다. 가까이 닿을 듯했던 5위 자리가 다시 멀어졌습니다.

올 시즌 내내 엇박자가 많았던 것 같아요. 야수 잘 치면 투수가 흔들리고, 투수가 잘 던지면 타선이 막히는 상황이 많았죠. 서로 힘이 되고자 노력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잘 안 풀리니까 다 위축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승리’라는 결과를 내야죠. 그나마 제가 조금이나마 팀에 힘을 보태서 다행입니다.

올 시즌 스프링 캠프에서 ‘심창민 하면 당연히 막는단 이미지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그 약속 잘 지켜지고 있나요.

지금까진 ‘70%’ 정돈 지킨 것 같습니다(웃음). 언행일치해야죠. 말을 뱉으면 그 말을 지키려고 노력하잖아요. 지금 WHIP가 0점대라 그 정도면 믿음을 주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사실 오승환 선배님이 원체 대단한 숫자를 보여주셨잖아요. 삼성 팬들은 엄청난 마무리 투수의 활약을 봤기에 그런 기대치를 충족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활약이 계속 이어진다면 눈 높은 삼성 팬들도 엄지를 치켜세울 것 같습니다.

대단한 선수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공을 던지는 투수로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팬들에게 정말 감사드리죠. 최근 어려울 때 주셨던 응원은 여전히 마음속에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기대에 부응하면서 팬 서비스도 더 잘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야구장 안에서 최고의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많은 응원을 계속 부탁드립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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