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윌슨 “얼굴보다 마음이 훌륭한 사람이 먼저”

외모와 인성, 그리고 실력까지 모두 갖춘 외국인 투수가 있다. 바로 LG 트윈스 투수 타일러 윌슨이다. 한국 야구 진출 첫해 완벽한 전반기를 보낸 윌슨은 이제 후반기 스퍼트를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한다. 윌슨에게 한국 야구 적응기과 의사 대신 야구 선수를 선택한 얘기를 들어봤다.

 

착한 인성과 뛰어난 실력이 있기에 더 빛나는 윌슨의 외모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착한 인성과 뛰어난 실력이 있기에 더 빛나는 윌슨의 외모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내가 본 외국인 선수들 가운데 인성 하나는 최고다.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이 선수는 바로 LG 투수 타일러 윌슨이다. 물론 인성뿐만 아니라 실력도 갖춘 윌슨이다. 데이비드 허프가 그리워지지 않을 정도로 윌슨의 전반기 활약은 대단했다.
 
대부분 지표에서 윌슨의 단단함이 느껴진다. 윌슨은 올 시즌 18경기에 등판해 7승 3패 평균자책 3.01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1.15를 기록 중이다. 윌슨은 리그 투구이닝 4위(116.2이닝)·탈삼진 4위(109개)·최소 볼넷 6위(20개)·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3위(14차례)로 선발 투수가 보여줘야 할 모든 능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미국 영화배우 ‘잭 에프론’을 닮은 외모로 시선을 끄는 윌슨은 “얼굴보단 마음이 훌륭한 사람이 먼저 되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실력과 인성, 그리고 야구를 향한 열정까지 다 갖춘 ‘완벽남’ 윌슨을 ‘엠스플뉴스’가 직접 만났다.
 
윌슨 “잠실구장 응원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윌슨은 미국과 다른 한국 야구의 응원 문화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사진=엠스플뉴스) 윌슨은 미국과 다른 한국 야구의 응원 문화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사진=엠스플뉴스)

 

전반기 등판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모든 숫자가 만족스러울 것 같은데.
 
내 성적보단 팀이 이기는 데 큰 도움을 준 것 같아 기분 좋다. 시즌을 시작할 때부터 팀이 승리할 여건을 만들어주고자 집중했다. 하지만,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았다. 지금까지 나온 숫자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더 나은 투구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
 
정말 빈틈없는 답변이다(웃음). 전반기 동안 14번의 퀄리티 스타트에도 7승밖에 거두지 못한 점이 아쉽진 않나.
 
(고갤 내저으며) 전혀 문제없다. 내가 퀄리티 스타트를 했을 때 팀이 이겼으면 됐다. 무엇보다 정찬헌과 김지용 등 우리 팀을 위해 헌신하는 불펜 투수들의 노력을 잘 안다. 후반기 때 우리 팀 마운드가 더 단단해지리라 믿는다.
 
전반기 등판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
 
6월 3일 잠실구장에서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완봉승(9이닝 3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을 거둔 장면이다. 내 야구 인생에서 첫 완봉승이었고, 그날 승리로 팀이 상승세를 다시 탄 까닭이다.
 
가장 까다로웠던 타자를 꼽아보자면 누가 있을까.
 
(잠시 고민 뒤) 한 명을 꼽기가 정말 힘들다. 최형우(KIA 타이거즈)와 양의지(두산 베어스), 그리고 김재환(두산 베어스)이 먼저 생각난다. 시즌이 갈수록 내 공에 타이밍이 맞는 스윙을 하는 타자들이 늘어난다. 그만큼 KBO리그 타자들이 상대하기 어렵단 뜻이다.
 
팀 동료인 헨리 소사의 성적(18G 7승 5패 평균자책 2.68 WHIP 1.09)도 정말 대단하다. 윌슨이 본 소사는 어떤 투수인가.
 
(엄지를 치켜들면서) 정말 훌륭한 투수다. 등판마다 이닝을 길게 소화하면서 팀 승리 가능성을 높여주지 않나. 항상 7이닝 이상을 던지는 투수 같다.(올 시즌 소사의 한 경기 평균 소화 이닝은 6.91이닝이다) 팀 동료로서도 훌륭한 친구다. 한국에 온 첫 시즌에 인사나 사람 관계 등 여러 가지 훌륭한 조언을 해줬다. 야구에 대한 얘기도 자주 나눈다.
 
소사는 2012년부터 한국에서 쭉 뛰고 있다. 그만큼 한국 생활을 만족스러워하는데 그 생각에 동의하나.
 
완벽하게 동의한다. 한국은 다 좋다(웃음). 야구하는 환경이나 문화, 그리고 음식까지 다 만족한다. 아내도 똑같은 생각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다른 가족들이 미국에 있는 거다. 그래도 가끔 한국에 놀러 오니까 큰 문제는 아니다.
 
어떤 한국 음식을 가장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입맛을 다시며) 코리안 바비큐는 다 좋다. 특히 소고기를 좋아한다. 상추에 밥과 양파, 그리고 쌈장을 함께 넣으니 정말 맛있다(웃음). 갈비탕도 최고다.
 
한국에서 가장 충격이었던 장면을 한 가지 뽑아 달라.
 
(곧바로) 잠실구장을 찾은 팬들의 응원이다. 정말 함성이 엄청나다. 미국 팬들은 주로 맥주나 핫도그를 먹으면서 조용히 야구를 본다. 한국 팬들은 경기 내내 쉬지 않고 응원을 하는 게 정말 다르다. 내가 등판하면 첫 투구부터 마지막 투구까지 큰 소리로 응원해주니까 처음엔 깜짝 놀랐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윌슨은 의사 대신 야구를 선택했다
 

윌슨의 날카로운 제구력은 대학교 시절 끊임없는 반복 훈련의 결과물이다(사진=엠스플뉴스) 윌슨의 날카로운 제구력은 대학교 시절 끊임없는 반복 훈련의 결과물이다(사진=엠스플뉴스)

 

화제를 과거로 돌리겠다.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버지(필립 윌슨)가 야구 선수를 했다.(필립 윌슨은 1979년부터 1981년까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투수로 선수 생활을 했다)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접했다. 아버지가 나에게 야구를 권하거나 강요하신 건 아니다. 나 스스로 야구에 재미를 붙이면서 지금까지 왔다.
 
미국에서부터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로 평가받았다. 학창 시절에도 정교한 제구력을 자랑했나.
 
솔직히 말하면 고등학교 3학년과 대학교 1학년 땐 구속은 빠르지만, 스트라이크를 못 던졌다. 다행히 대학교를 졸업할 시기에 제구력이 향상됐다. 그 사이 투구 동작을 끝없이 반복 연습 하면서 문제를 개선하고자 노력했다. 제구의 미세한 차이를 만드는 부분에 대해 스스로 깨달은 시기가 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부분이 대학(버지니아 대학교) 시절 의학 공부를 한 점이다. 의사가 되고 싶은 꿈도 가지고 있던 건가.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좋은 영향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의사를 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불편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건 좋은 일이지 않나.
 
하지만, 의사 대신 야구를 택했다.
 
의사의 길을 택했다면 야구 선수가 될 기회를 잃어버리는 거였다. 의학 공부는 10년 뒤에도 할 수 있지만, 야구 선수는 다시 도전 못 할 가능성이 컸으니까. 그래서 후회 없이 야구를 선택했다.
 
의학 공부를 했다면 자가 진단도 가능할 것 같은데(웃음).
 
의학 공부를 조금 했으니까 내 몸이 불편하면 어떤 상태인진 스스로 잘 아는 것 같다. 그래도 우리 팀에 훌륭한 트레이너들이 많다. 그분들을 더 믿어야 한다(웃음).
 

윌슨(왼쪽)은 미국 배우 잭 에프론(오른쪽)과 닮았단 소리를 많이 듣는다(사진=엠스플뉴스, gettyimgaes/이매진스) 윌슨(왼쪽)은 미국 배우 잭 에프론(오른쪽)과 닮았단 소리를 많이 듣는다(사진=엠스플뉴스, gettyimgaes/이매진스)

 

이미 잘생긴 외모에 대한 칭찬이 쏟아졌다. 자신의 생각은 어떤가(웃음).
 
(쑥스럽게 웃으며) 사람들이 그렇게 칭찬해주면 기분이 나쁘진 않다. 그런데 나는 아내가 잘생겼다고 해주면 만족한다. 무엇보다 나는 얼굴보다 마음이 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외모뿐만 아니라 인성이 훌륭하단 칭찬도 류중일 감독의 입에서 나왔다.
 
감독님 말씀이 감사할 뿐이다. 사실 내가 어렸을 땐 신장이 작고 약간 뚱뚱했다. 나는 사람의 겉모양을 보기 전에 사람의 내면을 먼저 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자랐다. 한국에서도 만나는 사람들과 진실하면서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24년 전이 마지막이다. 그만큼 우승이 간절한 상황이다.
 
사실 나도 미국에서 우승한 경험이 거의 없다. 대학교에 다닐 때 지역 리그에서 우승했지만, 전국 리그에선 3위가 최고였다. 내가 졸업한 뒤 3년이 지나고 동생이 전국 리그에서 우승했더라(웃음). LG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면 내 야구 인생에서 정말 큰 이정표가 될 것 같다.
 
한국에서 윌슨을 오랫동안 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한국 무대 첫해임에도 모든 게 만족스럽다. 팬들과 팀 동료, 그리고 경기장까지 모두가 완벽하다. 시즌이 끝나지 않았기에 확답은 주지 못하겠다. 우선 남은 시즌 좋은 선수와 좋은 동료, 그리고 좋은 남편이 되는 게 중요하다. 시즌 종료 뒤 구단에서 좋은 제안이 또 들어온다면 한국에서 오랫동안 뛰고 싶다. 그래서 한국어 공부도 계속 열심히 한다(웃음).
 
윌슨의 투구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LG 팬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한다.
 
LG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그들의 열정적인 응원 덕분에 내가 투구 에너지를 얻는다. 마지막으로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이에게 사랑한단 말을 전하고 싶다(웃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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