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장사’로 데뷔한 3루수가 어느덧 ‘천하장사의 길’을 걷고 있다. 서른둘 젊은 나이에 ‘통산 300홈런’ 고지를 밟은 최 정의 이야기다.
[엠스플뉴스]
SK 와이번스 최 정이 KBO리그 전설을 향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고 있다.
7월 8일 최 정은 ‘개인 통산 300홈런’ 고지를 밟았다. KBO리그 역대 11번째 기록이다. 한국 나이 서른둘에 300홈런을 달성한 최 정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제 야구팬들의 관심은 ‘최 정이 이승엽의 467홈런을 넘을 수 있을지’에 쏠린다.
‘2010년대 최고 슬러거’를 넘어 리그 전설을 향해 나아가는 최 정의 이야기를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
300호 홈런 때려낸 최 정 “통산 최다 홈런 기록? 바라지 않는다"
‘개인 통산 300호 홈런’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영광스런 기록입니다(웃음). 큰 부상 없이 한 시즌 한 시즌 버텨온 것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해요.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300호 홈런을 치고, 홈을 밟는 순간 트레이 힐만 감독이 꽃다발을 선물했어요. 힐만 감독의 '깜짝 이벤트'였나요?
네.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웃음). 아무 생각 없이 홈으로 뛰어가는데, 감독님이 꽃다발을 들고 서 계시더라고요.
꽃을 든 힐만 감독을 발견한 순간 느낀 감정이 궁금한데요(웃음)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아! 이번 홈런이 300번째구나’라고요(웃음). 7월 7일 299호 홈런을 때려냈을 때만 해도, 바로 다음날 300호 홈런이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거든요.
‘아홉수’ 없이 곧바로 300홈런을 완성했습니다.
그러니까요. 사실 ‘아홉수’를 크게 의식하진 않았습니다. ‘언젠가 홈런 하나는 치겠지’란 마음이었어요. 조급한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치고 나서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죠.
다행이요?
어찌 보면, 시즌 치르는 데 ‘마음의 짐’을 하나 던 셈이니까요.
그렇군요. 상당히 젊은 나이에 300홈런을 달성했습니다. 야구팬들은 이제 ‘최 정이 이승엽의 467홈런 기록을 깰 수 있을까’ 궁금해 합니다.
(손사레치며)‘KBO리그 최다 홈런 기록’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바라지도 않는다?
이승엽 선배님은 ‘범접할 수 없는 타자’라고 생각해요. 저와 비교할 타자가 아닙니다. 이승엽 선배님처럼 오래오래 좋은 선수로 활약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제겐 큰 영광일 겁니다.
"홈런 많이 쳐서 다행… 홈런왕 타이틀엔 욕심 없다."
이제 300홈런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올 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전반기가 끝나가는데요. 전반기 자신의 활약에 몇 점을 줄 수 있을까요?
50점이요.
50점을 깎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적은 타점과 낮은 타율 때문이죠. 타율은 ‘정확도’, 타점은 ‘해결사 능력’을 의미하는 기록이잖아요. 그 가운데, 신경이 더 쓰였던 건 타율이었습니다. 떨어진 타율만큼 출루 횟수도 적어졌으니까요.
힐만 감독은 “최 정은 타율이 낮아도, OPS(출루율+장타율)이 높은 타자다. 충분히 제몫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출루’라고 생각합니다.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 제가 출루를 하면, 팀 동료들이 득점을 올릴 기회를 맞습니다. 볼넷이나 사구를 통해서 출루해야 하는 목적성이 여기 있습니다. 공을 멀리 뻗게 하는 장타율 역시 중요한 능력이죠. 하지만, 올 시즌 제가 당면한 과제는 역시 ‘정확도’입니다.
그렇다면, 전반기 생각대로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역시 많은 홈런을 때려낸 걸까요?
그렇습니다. 그나마, 홈런이 많이 나온 게 ‘다행’이에요.
이번에도 홈런은 ‘다행’이란 결론이 나오는군요(웃음). ‘다행’이라 부르기엔 홈런 페이스가 무섭습니다. 7월 11일 기준 50홈런 페이스를 기록 중이에요.
저는 ‘페이스’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아무리 ‘페이스’가 좋더라도, 제가 홈런을 더 이상 때리지 못하면, 29홈런에서 시즌을 멈출 수도 있는 거니까요. ‘페이스’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시즌 ‘50홈런’에 대한 동경이나 목표의식은 없습니까.
없어요(웃음). ‘지난해만큼만 하자’란 생각은 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지난해보다 잘하고 싶습니다.
그렇군요. 또 최 정 하면, ‘홈런왕 타이틀 경쟁’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반기에만 29홈런을 터뜨리며, 홈런 부문 단독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스프링캠프 당시 “홈런왕 타이틀은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요. 지금도 그 마음엔 변함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네(웃음). 홈런왕 경쟁보다 정확도를 높이는 게 더 중요합니다. 홈런왕 경쟁을 펼칠 정도로 홈런을 많이 친 것 역시 '천만다행'이에요. 원래부터 ‘홈런왕’ 타이틀에 관심이 없었는데, 올해는 부족한 점이 워낙 많습니다. 타이틀에 신경 쓸 여력이 더더욱 없는 이유죠.
홈런왕 경쟁만큼이나 SK의 순위 경쟁 역시 치열합니다. 올 시즌 SK가 우승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팀원들이 다치지 않고, 지금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우승’은 꿈이 아닙니다.
이제 올 시즌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남은 시즌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300홈런’이란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우고, 전반기를 마무리해 기분이 좋습니다. 팀 분위기도 정말 좋아요. 이 여세를 몰아, 후반기 비룡 군단이 더 높은 곳을 바라봤으면 합니다. 저 역시 멈추지 않고, 팀 승리에 이바지하는 타자가 되겠습니다.
이동섭 기자 dinoegg509@mbc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