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그 이상을 바라보는 한화 이글스가 '외국인 투수 교체'라는 강력한 승부수를 던졌다. 올 시즌 내내 무언가 아쉬운 구위를 보여준 제이슨 휠러 대신 새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헤일을 영입한 승부수다. 키버스 샘슨과 함께 강력한 원투 펀치로서의 활약을 기대받는 헤일이다.

휠러가 떠나자 헤일이 대전을 뒤흔들었다. 한화 이글스의 가을 승부수는 헤일의 영입이었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휠러가 떠나자 헤일이 대전을 뒤흔들었다. 한화 이글스의 가을 승부수는 헤일의 영입이었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엠스플뉴스]

KBO리그 전반기가 끝나자 갑작스러운 폭풍이 몰아쳤다. 폭풍의 근원지는 대전이다. 한화 이글스가 새 외국인 투수 영입으로 후반기 승부수를 띄운 까닭이다.
한화는 7월 13일 “기존 외국인 투수인 제이슨 휠러의 웨이버 공시를 신청한 뒤 새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헤일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급작스러운 발표였다. 한화는 휠러에게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었다. 휠러의 전반기 마지막 등판일인 12일 대전 넥센 히어로즈전을 지켜보고 외국인 투수 교체를 결정하겠단 뜻이었다. 휠러는 이날 등판에서 5이닝 3피안타 1실점 호투로 시즌 3승(9패)째를 달성했다.
하지만, 한화는 휠러 등판일 다음 날 곧바로 외국인 투수 교체를 발표했다. 휠러 대신 영입된 1987년생 투수 헤일은 프린스턴 대학 시절 투수와 타자를 오가며 뛰어난 재능을 자랑했다. 2009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3라운드 지명으로 입단한 헤일은 2013년 빅 리그에 데뷔한 뒤 콜로라도 로키스를 거쳐 올 시즌 미네소타 트윈스와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다.
헤일은 평균 140km/h 중반대의 싱킹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구사하는 투수다. 좋은 제구력과 날카로운 견제 능력까지 갖춘 투수인 헤일은 2012년부터 풀타임 투수로 활약하면서 어깨도 싱싱하단 평가를 받는다.
헤일은 2015년 콜로라도 소속으로 17경기(12경기 선발)에 등판해 5승 5패 평균자책 6.09를 기록했다. 올 시즌엔 4경기(12.2이닝)에 등판해 평균자책 4.61을 기록한 헤일이었다. 헤일은 메이저리그 통산 70경기 등판 10승 10패 평균자책 4.49를 기록했고, 마이너리그에선 172경기(127경기 선발) 등판 37승 46패 평균자책 4.20을 기록했다.
최근까지 메이저리그 무대를 오간 투수기에 KBO리그에서 보여줄 헤일의 경쟁력은 충분히 강하단 평가가 쏟아진다. 한화 관계자는 “헤일이 선발 마운드의 한 축을 이뤄 후반기 순위 싸움을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틀 만에 영입 성사, 헤일은 한화의 강력한 가을 승부수다

헤일은 싱킹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그리고 체인지업을 주 무기로 사용한다.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로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헤일이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헤일은 싱킹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그리고 체인지업을 주 무기로 사용한다.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로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헤일이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헤일의 영입 과정은 말 그대로 ‘광속’이었다. 영입 의사를 타진한 지 불과 이틀 만에 계약이 성사됐다. 한화 관계자는 최근 거물급 투수들을 위주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상황이 잘 안 풀리고 있었다. 구단 내에선 휠러로 계속 가자는 얘기도 나왔었다. 그런데 5월부터 계속 관찰한 헤일이 양키스에서 갑자기 지명할당 처리된 뒤 FA(자유계약선수)로 풀렸다. 실력이 괜찮은 투수라 판단해서 곧바로 접촉했다. 운이 따랐다고 설명했다.
‘50만 달러’라는 헤일의 잔여 시즌 연봉도 나름 합리적인 기준에서 나왔다. 한화 관계자는 한용덕 감독님께서 관심을 보인 투수 후보군도 몇몇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키버스 샘슨과 제러드 호잉이 잘하고 있는데 그런 쪽에서 박탈감을 느끼게 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구단도 합리적인 선에서 영입을 추진했고, 그 가운데 고를 수 있는 가장 좋은 투수 자원이 헤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전반기를 2위로 마친 한화의 시선이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넘어 더 큰 꿈을 바라본 영향도 있었다. 한화는 이제 단순한 가을야구 진출을 넘어 포스트 시즌 승리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한다. 강력한 선발 ‘원투 펀치’의 힘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포스트 시즌에선 휠러가 아닌 다른 외국인 선발 자원이 필요하단 구단의 판단이었다.

휠러는 올 시즌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 호투를 펼쳤지만, 끝내 방출이라는 쓴맛을 봤다(사진=엠스플뉴스)
휠러는 올 시즌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 호투를 펼쳤지만, 끝내 방출이라는 쓴맛을 봤다(사진=엠스플뉴스)

물론 휠러는 전반기 동안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100이닝 이상을 소화(101.2이닝)한 공헌도가 있었다. 하지만, 시즌이 갈수록 벤치가 원하는 휠러의 구위가 완벽하게 나오지 않았다. 사실 스프링 캠프 때부터 휠러의 결정구 부재와 오른손 타자 기준 몸쪽 제구를 향한 현장의 불안한 시선이 존재했다.
올 시즌 실제로 휠러는 등판 당일 스트라이크 존에 따라 구위의 기복이 심했고, 포스트 시즌에 만날 가능성이 큰 SK 와이번스(3G 3패 평균자책 11.48)와 LG 트윈스(4G 2패 평균자책 4.88)와의 상대 전적도 안 좋았다.
한화는 헤일이 휠러보다 압도적인 구위를 보여줄 거로 기대한다. 한화 관계자는 “헤일은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로 넣을 수 있을 정도로 구위가 다 좋은 투수다. 선발 투수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후반기와 포스트 시즌에서 샘슨과 함께 강력한 원투 펀치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헤일의 영입으로 한화는 후반기부터 샘슨·헤일·윤규진·김재영·김민우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할 계획이다. 물론 샘슨의 출산 휴가와 헤일의 합류 시점에 따라 당분간 임시 선발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헤일은 7월 17일 한국에 입국한 뒤 비자 발급을 거쳐 빠르면 21일 1군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한화 관계자는 “헤일이 올 시즌에도 계속 선발로 뛴 데다 몸 상태도 최상이라 들었다. 1군에 합류한 뒤 곧바로 선발 등판을 할 분위기”라며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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