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반기를 7위로 마감한 삼성 라이온즈. 중위권 도약과 하위권 추락의 갈림길에서도 외국인 투수 교체 승부수를 던져볼 만하지만, 삼성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삼성이 큰 기대를 걸고 데려온 외국인 투수 팀 아델만(사진=엠스플뉴스)
삼성이 큰 기대를 걸고 데려온 외국인 투수 팀 아델만(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삼성 라이온즈가 전반기를 7위로 마감했다. 1위 두산을 대파한 뒤 ‘약속의 땅’ 포항에서 롯데 상대 스윕을 달성하며 7-8위 자릴 바꿨다. 7월초 하락세를 4연승으로 반전시키며, 기분 좋게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이한 삼성이다.

삼성은 중위권 도약과 하위권 추락의 갈림길에 섰다. 5위 넥센 히어로즈와 차이는 5게임 차. 5위로 시즌을 마감하는 데 필요한 승률은 5할이다. 잔여 54경기에서 32승(승률 0.592) 이상을 거둬야 5할 승률을 바라볼 수 있다. 불가능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쉽지만도 않은 목표다.

오히려 더 가까운 건 최하위권 쪽이다. 8위 롯데와는 게임 차 없이 승률만 3리 앞선 7위다. 9위 KT와 승차도 2.5게임 차밖에 나지 않는다. 후반기 성적에 따라선 얼마든지 9위로 내려앉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두 시즌 연속 9위에 그친 삼성으로선 3년 연속 9위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하고 싶은 결과다.

삼성 외국인 투수 교체, 안 하나 못 하나

'157km/h에 제구력 되는 투수'는 아니지만, 점점 투구내용이 좋아지는 보니야(사진=엠스플뉴스)
'157km/h에 제구력 되는 투수'는 아니지만, 점점 투구내용이 좋아지는 보니야(사진=엠스플뉴스)

남은 시즌 홈경기를 전부 포항에서 치를 순 없다. 더 위로 치고 올라가려면, 뭔가 확실한 반등 모멘텀이 필요한 시점이다. 2위 한화 이글스는 올스타 브레이크 시작과 함께 외국인 투수 교체 승부수를 던졌다. 착한 인품에 비해 결과가 아쉬웠던 제이슨 휠러를 데이비드 헤일로 교체했다. 2위 유지는 물론 그 이상까지 바라본다는 확실한 메시지다.

반면 한화만큼이나 외국인 투수 쪽에 약점이 뚜렷한 삼성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최근 스카우트 팀장이 외국인 선수를 체크하러 미국에 가긴 했지만, 교체가 아닌 리스트 작성이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도 “외국인 투수는 큰 변수가 없는 한 시즌 끝까지 그대로 갈 것”이라 밝혔다.

외국인 투수진의 성적을 보면 의아한 얘기다. 삼성 외국인 투수 듀오의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 합계는 2.21승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9위다. 둘의 평균자책은 5.25로 10팀 중에 최하위고 추가한 승리확률(WPA)도 -2.53으로 모든 구단 중에 가장 나쁜 기록이다.

물론 지난 2년간 걸그룹 시구자보다 마운드에 서 있는 시간이 짧았던 외국인 투수들에 비하면, 그나마 꾸준히 로테이션이라도 지켰다는 점은 칭찬받을 부분이다. 하지만 외국인 에이스에 기대하는 위력이나 안정감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굳이 비교하자면 그래도 리살베르토 보니야가 나은 편이다. 보니야는 비록 ‘157km/h의 제구력 되는 투수’는 아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더해가고 있다. 전반기 막판엔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하며 후반기 반등을 기대하게 했다.

반면 팀 아델만의 투구내용은 실망스럽다. 전반기 마지막 4차례 등판에서 2패 평균자책 8.84에 그쳤고 18.1이닝을 던지는 동안 탈삼진은 5개에 불과했다. KBO리그 타자들을 전혀 압도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닝당 투구수 18.6개(최다 2위)에 9이닝당 탈삼진 6.54개의 기록은 빅리거 출신 외국인 투수에게 기대했던 성적이 아니다.

삼성 김한수 감독은 외국인 투수에 대해 상당히 말을 아끼는 편이다. 취재진의 질문이 나올 때마다 “아쉬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교체 필요성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했다. 삼성 관계자는 좀 더 적극적이다. 외국인 투수들이 한국에 잘 적응하고 팀원들과 관계도 좋다, 꾸준히 선발 몫은 해주고 있다며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한편으론 삼성이 외국인 투수 교체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이미 삼성은 FA(자유계약선수) 강민호 영입에 거액을 투자했다. 아델만도 100만 달러 이상 거액을 주고 영입한 선수다. 김한수 감독 부임 첫해인 지난 시즌엔 차우찬을 놓치긴 했지만 외부 영입으로 이원석과 우규민을 보강했다.

구단으로선 새 감독 체제에 적지 않은 투자를 했지만 팀 성적은 지난해 9위, 올해 7위로 지지부진하다. 현 코칭스태프 체제에 대한 지역 내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굳이 올 시즌 현 체제에 추가 투자를 할 의사가 없는 게 아니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외국인 투수 교체, 근본적 해결책 아니다

다린 러프는 삼성 외국인 선수 영입의 최고 성공작이다(사진=엠스플뉴스)
다린 러프는 삼성 외국인 선수 영입의 최고 성공작이다(사진=엠스플뉴스)

전반기 최종전인 12일 롯데전에서 삼성 선발 라인업엔 6명의 3할 타자가 포진했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타선이다. 심창민, 최충연이 버티는 불펜도 탄탄하다. 삼성 불펜은 WAR 7.25승으로 한화(7.95승)에 이은 리그 2위를 기록 중이다. 승계주자 실점율(Rel%)도 30.6%로 10개 팀 가운데 가장 좋다.

타선과 불펜만 보면 충분히 더 위로 올라갈 경쟁력이 있는 팀이 삼성이다. 하지만 리그 최약체 선발투수진(WAR 2.94승, 10위)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반등 모멘텀을 만들긴 쉽지 않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선발진을 보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외국인 투수 교체다. 하지만 삼성은 그럴 뜻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 지역 출신 야구인은 “외국인 투수 하나 바꾼다고 팀이 확 달라지겠나”라며 회의적인 생각을 밝혔다. 팀 성적 부진은 단순히 외국인 투수 한 명이 아닌 현 체제의 한계가 원인이란 지적이다. 만약 삼성이 후반기에도 지지부진한 경기를 펼치며 하위권으로 시즌을 마감한다면, 모든 책임은 코칭스태프에게 돌아간다.

이미 대구 지역 팬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다. 2016년 라이온즈파크 개장 이후 2년 연속 9위에 그친 삼성이다. 3년 연속 하위권 추락은 명문구단 삼성 팬들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개장 첫 2년간 평균 1만 명 이상(10,807명)이 찾던 라팍은 올해 평균관중이 9천 명대(9,995명)로 떨어졌다.

이대로 무기력하게 시즌을 마감하는 건 구단으로서도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투명한 미래에 또다시 거액을 투자하기도 어렵다. 도약과 추락의 갈림길에서 전반기를 마감한 삼성 앞에 놓인 딜레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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