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그 2위로 기대 이상 성적을 거두고 있는 한화 이글스. 잘 나가는 한화에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으니, 바로 2군 선수단의 ‘고령화’ 문제다.

올 시즌 한화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 속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한화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 속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올 시즌 한화 이글스는 ‘확 달라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리그 2위로 점프한 팀 성적도 성적이지만, 시종 웃음과 에너지가 넘치는 더그아웃 분위기도 예년과 달라진 부분이다.

선수단 구성도 젊어졌다. 2015년 야수진 평균연령 30.9세로 ‘최고령’ 팀이던 한화가 올해는 평균 30.2세로 5위로 내려갔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최고령이던 투수진도 올해는 평균 28.6세로 5위가 됐다. 야수진에 정은원, 지성준 등 신예가 나타나고 마운드에도 김민우, 김재영, 박상원, 박주홍 등 젊은 피가 솟아 올랐다.

젊어진 한화 1군은 예년 같으면 2군에 있었을 선수들이 대거 1군에 올라오면서 생긴 결과다. 이는 반대로 예전이라면 1군에서 뛰었을 선수가 2군에 내려갔다는 얘기도 된다. 실제 올 시즌 한화 퓨처스팀을 두고 일각에선 ‘퓨처스팀에 나이 많은 선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의 고민, ‘2군에 베테랑이 너무 많아’

한용덕 감독은 세대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사진=엠스플뉴스)
한용덕 감독은 세대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사진=엠스플뉴스)

퓨처스리그 팀이 존재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젊은 선수들이 실전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부상이나 부진으로 잠시 전력에서 제외된 1군 멤버가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복귀를 준비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승리’가 퓨처스팀의 존재 이유는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한화 퓨처스팀을 보면 젊은 신예보단 1군 경험이 있는 기존 선수의 출전 비중이 높은 편이다. 마운드만 봐도 팀내 최다 출전 선수가 김경태(1991년생), 강승현(1985년생), 심수창(1981년생!) 순이다. 그외에도 송창식, 정재원, 권혁 등이 서산 마운드에서 2군 타자들과 상대했다.

야수쪽은 투수에 비하면 1990년대생 젊은 선수 출전이 많은 편이지만, 몇몇 1980년대생 선수들이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는 상황에 대해선 의아해 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7월 19일 기준 퓨처스리그 엔트리를 보면, 한화는 1989년 이전 출생 선수 숫자가 7명으로 롯데와 함께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다. 반면 두산 베어스는 2군에 1989년 이전에 태어난 선수가 한 명도 없고, LG도 딱 2명으로 젊은 선수 비중이 높은 편이다.

7월 19일 기준 10개 구단 퓨처스팀 엔트리에 등록된 1989년 이전 출생 선수 숫자(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7월 19일 기준 10개 구단 퓨처스팀 엔트리에 등록된 1989년 이전 출생 선수 숫자(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한화 2군의 1989년 이전 출생 선수 중엔 송창식, 오선진 등 1군에서 활약하는 선수도 있지만 최윤석, 임익준, 송주호 등 1군과 다소 거리가 먼 선수도 있다. 또 1989년 이전 출생은 아니지만 김경태, 안승민, 홍유상, 이창열도 이젠 유망주와 거리가 있는 중견급 선수다. 현재 엔트리에는 없지만 권혁, 박정진, 배영수 등 노장들도 2군 소속이다.

“어떤 때는 2군 명단과 1군 명단이 바뀐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한화 관계자가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현재 리그 2위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분명 올 시즌 전까지 한화 구단은 ‘육성’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한 한화 관계자는 “젊은 유망주들에게 좀 더 많은 2군 출전 기회가 돌아갔으면 한다”며 “2군 경기에서 검증된 선수들을 내세워 이기려고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한화 구성원이 같은 생각을 가진 건 아니다. 다른 한화 관계자는 “너무 어린 선수들은 실전 이전에 충분한 육성 기간이 필요하다”며 “시간을 두고 프로에 적합한 몸을 만들고 준비를 갖추는 게 먼저다. 그 이후에 차근차근 2군에 투입해 경험을 쌓으면 된다”며 현재 2군 운영에 별다른 문제가 없단 생각을 밝혔다.

‘육성’ 목표 이루려면 ‘세대교체’ 진통 따른다

한화가 최근 완공한 서산 제2구장(사진=한화)
한화가 최근 완공한 서산 제2구장(사진=한화)

냉정하게 따져보면, 현재 한화 퓨처스팀의 ‘올드보이’ 가운데 장기적으로 1군에 보탬이 될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또 1군 코칭스태프가 과연 이 선수들을 나중에라도 1군에 기용할지도 의문이다.

올해 한화는 주전 부상으로 몇 차례 퓨처스 선수를 1군에 콜업했지만, 대부분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선수를 불러 올렸다. 그 가운데는 2000년생 신인 김진욱도 있었다. 또 김태연, 원혁재 등 거의 실전에 기용하지 않으면서 1군 엔트리 한 자리를 내준 선수들도 있었다. 1군 콜업 기회도 주로 ‘어린 선수’들에게 돌아간다는 얘기다.

구단의 기조가 ‘육성’에 맞춰진 만큼, 베테랑들에게 주어질 기회는 많지 않다. 지난 4년간 주전 2루수였던 정근우는 강경학, 정은원 등에 밀려 이제 좌익수 전향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불펜도 정우람, 송은범을 제외하면 젊은 선수들로 완전히 새 판이 짜였다. 구단은 물론 한용덕 감독도 뚜렷한 세대교체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론 2015년 이후 잘못된 운영의 후유증을 수습하는 과정이다. 2015년과 2016년 한화는 절대 권한을 쥔 현장의 독단으로 유망주를 다른 팀에 보내고 나이 많은 선수를 대거 영입했다. 그 과정에서 선수단 전체 연령이 크게 상승했다.

선수단 정리 작업이 필요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지난해만 해도 몇몇 베테랑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지금 현재 팀 성적과 분위기는 최상이지만, 2군에 가득한 베테랑 및 중견급 선수의 활용 문제가 앞으로 불쏘시개가 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한화는 최근 100억원을 투자해 서산 제2구장을 완공했다. 육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단에서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보려면 젊은 유망주들이 보다 많은 기횔 얻고 성장해야 한다. 2군 선수단의 고령화는 한화가 더 밝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화가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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