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전준호 코치 2군행 놓고 구단-코치 엇갈린 주장

-NC 고위관계자 “전 코치가 차기 감독 노리고 ‘정치적 행보’”

-전 코치 “7년 동안 오해 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NC 사장은 전광판 사과, 단장대행은 전 코치 비난 흘려. 들끊는 지역 민심

NC 구단은 전준호 코치가 정치적 행보를 했다고 주장하고, 전준호 코치는 억울하다고 항변한다(사진=엠스플뉴스)
NC 구단은 전준호 코치가 정치적 행보를 했다고 주장하고, 전준호 코치는 억울하다고 항변한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사건은 하나인데, 보는 관점은 제각각이다. 일본 영화계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0년작 ‘라쇼몽’은 어느 살인사건 재판에 관한 얘기다. 사무라이와 아내가 길을 가다 도적을 만나, 사무라이가 살해되는 사건이다.

그런데 사건 현장을 발견한 나무꾼도, 도적을 잡은 사람도, 범인인 도적도, 사무라이의 아내도, 죽은 사무라이가 빙의한 무당도 각자 자기 입장에서 서로 다른 증언을 한다. 마지막에 나무꾼이 모든 진술을 뒤엎는 새로운 증언을 내놓지만, 이 역시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보는 관점과 당사자의 욕망에 따라 진실은 쉽게 왜곡되고, 흐릿해진다.

NC 다이노스 전준호 코치의 2군행을 둘러싼 논란은 영화 ‘라쇼몽’을 연상케 한다. 사건은 하나지만, 당사자들이 말하는 진상이 제각각인 까닭이다. 애초 NC 구단은 전 코치의 2군행에 대해 2군 유망주를 잘 가르쳐 달라는 유영준 감독대행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유 대행은 내가 전 코치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했다1군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봐야 하는 팀이다. 2군에도 전 코치의 지도가 필요한 젊은 선수가 많다. 2군에서 선수들을 잘 지도한 뒤 나중에 다시 1군에 돌아와 달라고 부탁했다.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단 안팎에선 표면적인 설명 외에 ‘말 못 할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전 코치의 2군행엔 유 대행이 아닌 구단 고위층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층이 전 코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현장 코칭스태프와 상의 끝에 2군행을 결정했단 것이다.

NC “전준호 코치, 감독 되려고 '정치적 행보' 했다”, 전 코치 “오해 살 일 한 적 없다.”

전준호 코치(사진 왼쪽부터)가 출루한 박민우와 하이파이브 하는 장면(사진=NC)
전준호 코치(사진 왼쪽부터)가 출루한 박민우와 하이파이브 하는 장면(사진=NC)

그렇다면 전준호 코치를 2군으로 보낸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NC 고위 관계자는 감독대행 부임 이후 여러 작전미스, 사인미스가 있었다. 감독대행도 이런 문제를 전 코치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 여러 차례 누적된 실수에 대해 분위기를 다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른 NC 관계자는 “전 코치의 사인미스가 단순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고 귀띔했다.

‘의도가 있다’는 의심은 더 근본적인 의심으로 이어진다. NC 수뇌부는 전 코치가 차기 감독직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인 행보를 했다고 주장한다. 마산고를 졸업한 전 코치는 NC 코칭스태프에서 유일한 마산 연고지 출신이다.

NC 고위 관계자는 전 코치가 지역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감독이 되게) 도와달라’는 얘기를 한 사실을 참석자에게 직접 전해 들었다. 확실한 증거가 있다오해받을 행동으로 팀워크를 저해한 부분을 묵과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른 NC 관계자도 “전 코치가 지역 선후배와 만나 ‘자기 정치’를 한다는 얘기가 자주 들렸다”며 “지역사회 힘 있는 인사 가운데 노골적으로 ‘전준호 감독 만들기’에 나선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안다. 아무리 감독대행 체제라지만 구단 지휘체계가 이렇게 흔들려선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사자인 전준호 코치는 억울하단 입장이다. 전 코치는 엠스플뉴스와 통화에서 “다 내가 부족한 탓”이라면서도 “오해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 코치는 팀 내 몇 안 되는 연고지 출신으로 그간 많은 오해를 받으면서도 최대한 행동을 조심했다고 해명했다. 식사 자리에서 누가 ‘전 코치, 앞으로 감독해야지’ 비슷한 얘기만 해도 다신 그 분과 만나지 않았다. NC 유니폼을 입은 7년 동안 내내 그래왔다.

지역 인사들의 주장도 비슷하다. 전 코치와 가까운 창원 거주 사업가는 전 코치는 술자리에서 감독의 ‘감’자만 나와도 정색하면서 ‘다시는 그런 얘기하지 마시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전 코치 본인이 잘 알았다누군가 의도를 갖고 ‘전준호 정치설’을 퍼뜨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산지역 야구인은 "다른 팀은 코칭스태프 대부분이 같은 지역 출신이지만, 전 코치는 NC 팀 내에서 유일한 마산 출신이다. 전 코치는 지역에서 누굴 만나건, 무슨 말을 하건 오해를 살 수밖에 없는 위치"라며 "구단 프런트에도 지역 출신들이 있는 만큼 이런저런 얘기가 전 코치에게 전해지지 않았겠나. 그런데서 오해가 쌓이면서 이번 사태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전 코치가 현장과 구단 사이 '파워게임'의 희생양이란 주장도 나온다. NC 사정에 정통한 지역 인사는 김경문 감독 시절부터 구단 내부에 ‘전준호가 감독 되려고 정치한다’는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의도적으로 김 전 감독에게 전 코치에 대해 나쁜 정보를 전달해 둘의 관계를 악화시킨 게 바로 그 사람들이라며 그 사람들이 감독을 코칭스태프 내에서 외딴 섬으로 고립시키고, 경질되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일갈했다.

NC의 오락가락한 태도, 반발하는 지역 민심

NC 팬들은 창원 마산야구장 주변에 NC 수뇌부를 비난하는 현수막을 걸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NC 팬들은 창원 마산야구장 주변에 NC 수뇌부를 비난하는 현수막을 걸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전준호 코치가 실제로 차기 감독직을 향해 ‘정치적 행보’를 했는지를 두고 구단 수뇌부의 한 인사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고, 전 코치는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구단 관계자 사이에서도 ‘전 코치가 정치적 행보를 했다’는 의견과 ‘그럴 사람이 아니다’란 의견이 나뉜다.

주목할 건 "전 코치가 정치적 행보를 했다"고 주장하는 구단 관계자에게 ‘증거가 있는지’ 물어보면 하나같이 "소문으로 들었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문의 출처도 파고들어 가면 몇 해 전부터 전 코치와 개인적으로 관계가 좋지 않았던 인사들로 귀결된다.

만약 전 코치의 정치적 행보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고, 개인 욕심으로 현장 지휘체계를 어지럽혔다면, 구단이 할 일은 간단하다. 당당하게 이유를 밝히고 해임하면 된다. 그게 흔들린 구단의 기강을 바로잡고 대행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길이다. 하지만 NC는 그렇게 하는 대신 다른 이유를 내세웠다. 팬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더 문제는 팬들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구단이 보인 이중적인 행태다. 전 코치 2군행에 뿔난 NC 팬들이 ‘적폐 4인방 퇴진 시위’를 펼치자, NC는 황순현 대표이사가 직접 나섰다. 황 사장은 간담회를 열어 팬 의견을 듣고서 의미 있는 후속 조치를 약속했다. 간담회 다음날엔 구장 전광판을 통해 사과 메시지도 전했다. 메시지 내용은 이랬다.

다이노스 팬 여러분 깊은 사죄와 반성으로 다시 서겠습니다. 지역과 팬의 기대에 부합하는 구단이 되겠습니다. 정의 명예 존중의 가치를 새기겠습니다. 끊임없이 소통하는 구단이 되겠습니다. 팬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에 감사 드립니다.

시위와 간담회, 전광판 사과로 이어진 사건 전개는 전 코치의 2군행에서 시작됐다. 전광판 메시지도 전 코치 2군행에 분노한 팬심을 달래는 목적이 컸다. 그런데 전광판 사과 바로 다음 날, 여러 언론을 통해 ‘전준호 코치가 감독이 되려고 정치적 행보를 했다’는 구단 수뇌부의 주장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구단 고위 관계자는 엠스플뉴스를 비롯해 몇몇 매체에게 전 코치가 최근 아버지 수술 때문에 휴가를 냈다. 아버지 건강 때문에 마음도 아플 텐데, 정치적 행보를 했다는 식의 얘기는 기사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신신당부한 바 있다. 그러다 전광판 사과를 전후로 갑자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모드로 돌아선 것이다. 전광판 사과 메시지의 진실성이 의심스러운 이유다.

NC 구단 관계자는 “꽉 찬 물컵은 작은 물방울 하나에도 넘친다”며 지난 수년간 지역사회에서 구단의 처사나 일부 수뇌부에 대해 불만이 누적된 상태다. 전 코치 2군행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지만, 분명한 건 전 코치 2군행이 구단에 대해 쌓이고 쌓인 지역 불만이 폭발하는 계기를 제공했단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이미 지역사회에선 몇몇 구단 수뇌부 인사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팽배하다. 새 구장 완공을 앞두고 지역의 협조를 얻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최근엔 창원시의 태도가 싸늘해진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라며 “대대적인 쇄신과 소통 없이는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구단의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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