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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한화 강경학, '나만의 야구'를 찾는 여정

| 자신감을 잃고 자책한 때도 있었다.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야구를 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한화 이글스 강경학은 달라졌다. 강경학은 지금 ‘나만의 야구’를 찾는 여정을 걸어가고 있다. 

 

한화 이글스 주전 2루수로 도약한 강경학(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한화 이글스 주전 2루수로 도약한 강경학(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청주]

 

한화 이글스 내야수 강경학은 요즘 야구장에 출근하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올 시즌 초만 해도 강경학의 출근 장소는 서산 2군 야구장이었다. 1군 스프링캠프에서 중도 탈락한 뒤 2군에서 맞이한 시즌 개막. 3월을 지나 4월이 되고 5월이 지나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6월 3일, 마침내 1군에 올라온 뒤 반전이 시작됐다. 강경학은 거의 매 경기 무더기 안타를 쏟아내며 실력으로 주전 자릴 꿰찼다. 한 경기 부진해도 부진이 길게 이어지는 법이 없었다. 다음 경기에 곧바로 안타를 때려내며 타율을 끌어올렸다. 2루 수비도 날이 갈수록 안정감을 더했다. 

 

이제 강경학은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만원 관중의 환호 속에 1군 주전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주위 눈치 속에 자꾸만 위축됐던 과거는 잊었다. 잃었던 자신감을 다시 찾았고,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강경학은 '나만의 야구' '강경학만의 야구'를 조금씩 만들어 가는 중이다.

 

엠스플뉴스는 올 시즌 한화 주전 2루수로 도약한 강경학을 만나 올 시즌 활약의 비결과 앞으로의 꿈에 관해 묻고 들었다.

 

강경학의 깨달음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잘했다고”

 

강경학은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다(사진=엠스플뉴스) 강경학은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다(사진=엠스플뉴스)

 

요즘 날씨가 정말 덥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체력이 뚝뚝 떨어지는데,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은 얼마나 힘들까 싶어요.

 

정말 덥죠. (땀을 닦으며) 요새 페이스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어서, 더 떨어지지 않게끔 잘 유지하려고 신경을 쓰고 있어요.

 

힘들긴 해도, 강경학 선수에게 요즘은 하루하루가 행복할 시간일 것 같은데요.

 

맞아요. 저한테는 정말 행복한 날들이죠. 힘들어도 그 생각으로 이겨내고 있습니다. (웃음)


1군에서 풀타임 시즌을 보낸 게 올해가 처음은 아니잖아요. 2015년에도 1군에서 121경기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 경험이 올해 한 시즌을 치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글쎄요. 그 당시엔 경기에 많이 나가긴 했는데 풀타임이라고 하기엔 좀 모자랐죠. 자주 교체되고 권용관 선배님과 반반씩 나눠가며 출전했으니까요. 하도 왔다 갔다 해서 그런지 체력이 떨어졌단 생각이 든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하긴 그 해엔 오히려 여름으로 갈수록 성적이 좋아졌습니다.

 

이번엔 그냥 제 페이스가 떨어졌다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코 체력적으로 힘든 게 아니라고, 저만의 생각을 하면서 이겨내고 있어요.

 

타율이 조금씩 떨어지는 게 혹시 불안하진 않은가요.

 

음, 처음엔 너무 잘 되다 보니까 어떻게 유지할지가 제일 큰 걱정거리였어요. 그런데 유지가 안 되고, 타율이 내려가는 게 눈에 보이니까 솔직히 다급하고 불안하고 그랬던 게 사실이에요. 그럴 때 주위에서 다들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선배님들과 코치님들께서 ‘편하게 해라’ ‘지금이 네 커리어 하이 아니냐’고들 하시더라구요. 

 

정말 대단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죠. 

 

그런 얘길 들으면서 저도 생각했어요. 내가 언제부터 잘했다고. 지금의 이 생활이 얼마나 행복한 건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죠. 그 뒤로는 (타율이) 떨어지는 건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됐어요. 그보단 빨리 타격 페이스를 올려서 조금이나마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도움이 되지 못했으니까요.

 

강경학은 지금 ‘강경학만의 야구’를 찾는 중이다

 

강경학은 올 시즌을 2군에서 출발해 6월부터 1군에서 활약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강경학은 올 시즌을 2군에서 출발해 6월부터 1군에서 활약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강경학 선수를 보면 사람 일은 참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년엔 유력한 주전 2루수 후보로 시즌을 시작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고, 올해는 캠프도 가지 못할 정도로 힘든 상황에서 출발했는데 주전 2루수가 돼 있으니까요.

 

작년엔 너무 욕심을 많이 부렸던 것 같아요.

 

욕심이요.

 

2016년도에 제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주전에서 밀려나고 많은 경기에 나가지 못했죠. 그러다 보니 2017년엔 그해가 제 마지막 해라고 생각했어요. 제 딴에는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거 같단 생각을 한 거죠. 준비를 나름대로 많이 했는데, 야구가 쉽게 풀리지 않아서 힘들었습니다.

 

올해는 달랐겠군요.

 

이번엔 처음부터 상황이 힘들다 보니까 많이 ‘놓고’ 시작했어요. 내 야구도 없는데 어떻게 야구를 잘할 수 있겠냐는 생각을 했죠. 저만의 야구를 찾자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만의 루틴이나 패턴이 만들어졌고, 그게 올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나만의 야구’를 찾았나요. (웃음)

 

(멋쩍게 웃으며) 이제 어느 정도 길이 생겼으니까, 그 길을 잘 나아가기 위해 다듬고 있는 중입니다. 

 

강경학만의 야구, 굳이 정의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잠시 생각한 뒤) 음,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야구가 아니라 제 플레이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비록 실수하더라도 제 스스로 납득이 가는, 그런 야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찾아가는 중이라고 이해하겠습니다. 원래 강경학 선수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운동하는 노력형 선수라고 알고 있습니다.

 

열심히는 했는데, 너무 남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생각이 과했던 것 같아요. 주위 사람의 눈치를 많이 봤던 것 같습니다. 상위 지명으로 들어온 선수라는 꼬리표를 의식하다 보니, 사람들의 기대치를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습니다. 좀 못하면 주위에서 좋지 않은 얘기가 들리고 하니까, 멘탈이 무너지기도 했구요. ‘난 여기까지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고 저자신을 낮추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극복했나요.

 

2군에서 보낸 시간이 도움이 됐어요. 퓨처스에서 멘탈 코치님과 많은 대화를 한 게 제게 큰 도움이 됐죠. 코치님과 이야길 하다 보니 제가 어떻게 가야 할지 알겠더라구요. ‘아, 사실은 내가 뭘 해야 할지 알고 있었구나’ 깨달았습니다. 

 

원래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편이죠?

 

예. 한번 어떤 생각을 하면 깊게 빠져드는 편이라, 그게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간 적이 많았습니다. 아직도 좀 안 좋은 버릇이 나오긴 하는데, 고치려고 노력 중이에요.

 

한용덕 감독은 선수들에게 눈치 보지 말라고 주문하고, 자신 있는 플레이를 강조하잖아요. 강경학 선수에게도 도움 되는 면이 있을 것 같은데요.

 

예. 처음엔 저도 감독님께 뭔가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때문에 오히려 잘 안 됐던 것 같아요. 2군에 있다 올라온 뒤엔 감독님이 어떤 스타일인지를 새삼 다시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더 편하게 야구할 수 있게 됐어요.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시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플레이가 더 잘 나오는 것 같아요.

 

“수비에 집중하니, 안타가 하나둘씩 나오더라구요”

 

강경학은 구름 관중의 환호 속에 야구하는 하루하루가 즐겁다(사진=엠스플뉴스) 강경학은 구름 관중의 환호 속에 야구하는 하루하루가 즐겁다(사진=엠스플뉴스)

 

이제 타격 얘기를 해볼까요. 6월에 비하면 조금 타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0.316(9일 기준)로 3할대의 높은 타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예년보다 삼진은 줄고, 타구의 질이 굉장히 좋아졌어요. 비결이 뭔지 궁금합니다.

 

예전엔 삼진당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공을 맞히기에 급급한 면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삼진당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고 할까요. 타석에 들어갈 때 이미지를 갖고 들어가고, 그 이미지의 공이 오면 무조건 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좋은 스윙이 나오고, 좋은 타구가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또 잘 맞은 타석보단 안 맞은 타석의 영상을 돌려보면서 어떻게 해야 더 잘 칠 수 있을지 공부도 하구요.

 

전에는 타석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게 눈에 보였는데, 이제는 생각을 다 정리해 놓고 타석에 들어가는군요.

 

예. 일단 정리가 돼 있어야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니까요. 타석에 들어가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면 반응이 늦어요. 머리에서 생각하고 몸으로 가는 데 시간이 걸려서, 됐다 싶은 공도 파울이 되거나 빗맞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타석 들어가기 전에 생각 정리를 끝내고, 안 맞더라도 자신 있게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외야로 가는 타구가 늘어난 건 이유가 뭘까요.

 

공을 보낼 때의 이미지가 바뀌었습니다. 그전엔 감아서 쳤다면, 지금은 펴주면서 센터 쪽으로 ‘던진다는’ 느낌으로 타격하고 있어요. 한번은 스윙을 바꾸면서 그런 얘길 들은 적이 있어요.

 

어떤 얘기인가요.

 

요새 메이저리그에선 땅볼 안타를 혐오한다는 얘기요. 띄워 보내는 게 요즘 추세잖아요. 굳이 땅볼을 쳐서 보내려고 하지 않는다는 거죠. 띄우려다가 빗맞거나 하면 땅볼 나오는 게 당연한 건데 굳이 왜 땅볼을 치려 하느냐는 얘길 들었어요. 저도 그런 추세에 따라 바꾸려고 하다 보니까, 좋은 스윙이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올 시즌 강경학 선수는 한 경기 부진해도 다음 경기에 바로 안타를 때려내잖아요. 부진이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3할 타율을 유지하는 비결인 것 같은데요.

 

처음엔 매 경기 안타 하나씩만 치자는 생각이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그것도 쉽지가 않더라구요. 한번 페이스가 떨어지면 끌어올리는 게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타격보다는 수비 쪽에 비중을 두게 됐어요. 수비에서 팀에 도움을 주고, 하나만 더 잡자는 생각으로 수비에 신경을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타석에서도 우연찮게 안타가 하나씩 나오더라구요. 그 덕분에 그나마 타율이 덜 떨어진 것 같습니다.

 

말이 나와서 얘긴데, 6월 중순 이후로는 거의 전 경기에 2루수로 출전하고 있잖아요. 포지션 이동 없이 한 포지션으로 계속 출전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 부분일 것 같습니다.

 

확실히 계속 나오다 보니까 많은 게 보이고, 그러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보는 시각이 넓어진 것 같습니다. 2루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 같아요. 처음엔 어떤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어요. 포지션 이해도가 떨어지는 면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말을 해줘도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르잖아요. 계속 경기에 나가다 보니까 좋아지고 있어요.


“나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야구 하고 싶다”

 

강경학은 지금 '나만의 야구'를 찾는 여정을 걸어가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강경학은 지금 '나만의 야구'를 찾는 여정을 걸어가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정근우 선수를 멘토로 언급했던 게 기억납니다. 공교롭게도 지금은 그 선배가 뛰었던 2루 자리를 꿰찬 상황입니다.

 

아직은 꿰찼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 일은 모르잖아요. 3년 정도는 잘해야 그 자리가 제자리가 되는 거지,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팀이 필요로 하고, 제가 그 자리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더 잘해야겠죠.

 

정근우 선수는 이제 1루수로 출전하고 있는데요.

 

근우 선배님이 옆에 서 계셔서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멋쩍게 웃으며) 사실 선배님께서 항상 제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어떻게 보면 제 성격을 바꾸라는 말을 제일 처음 한 분도 정근우 선배님입니다. 항상 멘탈적인 면이나 수비에서 기술적인 면 등에서 선배님께 많은 것을 배우고 있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올 시즌 한화가 좋은 성적을 내면서 매 경기 대전야구장 관중석이 꽉꽉 들어차고 있습니다. 열광적인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뛰는 기분이 어떨까 궁금한데요.

 

2군에 있으면서 한동안 좀 잊고 지냈던 느낌이죠. 오랜만에 다시 느껴보는데, 대전야구장에서 환호를 받을 때마다 왜 1군에서 뛰어야 하는지 새삼 알 것 같아요. (웃음) 팬들이 항상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시고, 선수들에게 기운을 북돋워 주셔서 선수들 모두가 정말 더 힘이 납니다. 팬들께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규시즌 때도 이렇게 열기가 뜨거운데, 포스트시즌에 가면 어느 정도일까 벌써 기대가 됩니다.

 

정말 간절한 마음이죠. 프로에 와서 아직 한 번도 포스트시즌을 경험해보지 못했어요. 정말 가을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고, 선수들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강경학이 보여주고 싶은 야구, 어떤 야구입니까.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면서도, 틀에 박히지 않은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너무 틀에 박히고 정형화된 플레이보다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고 싶은 바람이에요. 저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야구, 독창적인 야구를 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그런 야구를 꼭 해보고 싶어요.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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