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3 대표팀 감독 ‘불공정 선임’ 논란, 협회 해명에도 의문은 여전. 야구인들 "김응용 회장이 들어온 뒤에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행정은 막장" 주장

U-23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사진=WBSC)
U-23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사진=WBSC)

[엠스플뉴스]

10월에 열리는 제2회 23세 이하 세계야구선수권대회(이하 U-23)를 앞두고 대표팀 구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8월 14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성균관대 이연수 감독 선임을 발표한 뒤 여러 야구 관계자와 지도자 사이에서 “납득할 수 없는 결과”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논란이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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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야구 관계자는 감독 선발 전부터 야구계에선 ‘이미 협회가 점찍어둔 감독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야구인도 “특정인을 사령탑으로 미리 정해놓고, 형식적인 공개채용 절차를 거친 게 아닌지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며 관리단체 지정이 해제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릴 높였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2017년 7월 개정한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 평가기준. 종전 1위 50점, 2위 30점, 3위 20점을 주던 방식이 1위부터 10위까지 5점씩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바뀌었다(사진=엠스플뉴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2017년 7월 개정한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 평가기준. 종전 1위 50점, 2위 30점, 3위 20점을 주던 방식이 1위부터 10위까지 5점씩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바뀌었다(사진=엠스플뉴스)

이에 대해 KBSA 관계자는 “절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감독 선임 절차를 공정하게 진행하기 위해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공개채용까지 진행한 것이다. 감독 면접에 참여한 위원들도 자기가 매긴 점수밖에 모른다. 누굴 밀어주고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렇다면 과연 감독 선임 과정에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일까. 엠스플뉴스는 앞서 보도한 '국내대회 성적 반영 기준' 문제 외에 새로운 의혹을 발견했다. 대표팀 감독 면접에서 일부 평가위원이 이 감독에게 최고점을, 경쟁 감독에겐 최하점을 주면서 면접 1, 2위가 뒤바뀐 사실이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특정인 밀어주기'가 실제로 존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연수 감독에게 최고점 준 3명, 경쟁 후보에게는 최하점 줬다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규정 가운데 제7조 경기력향상위원회 설치 규정(사진=엠스플뉴스)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규정 가운데 제7조 경기력향상위원회 설치 규정(사진=엠스플뉴스)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자 면접은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규정’ 제7조에 의거해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주관한다. 대부분 야구인 출신으로 구성된 KBSA 경기력향상위원회는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지도 통솔력, 경기운영능력, 지도자 품행 등 세 항목을 평가해 각각 10점 만점부터 최하점인 6점까지 채점했다.

이렇게 매긴 점수를 위원별로 합산하면 최고점은 30점, 최하점은 18점이 된다. 이를 전부 더해 총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후보가 1위로 면접 점수 50점을, 2위는 30점을, 3위는 20점을 받는다. 이 점수를 국내대회 성적 점수(50점 만점)와 합쳐 가장 점수가 높은 후보를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하는 방식이다.

경기력향상위원회 최종 평가 결과. 이연수 감독은 100점으로 1위, 장채근 감독은 75점으로 2위, 차동철 감독은 55점으로 3위에 올랐다(사진=엠스플뉴스)
경기력향상위원회 최종 평가 결과. 이연수 감독은 100점으로 1위, 장채근 감독은 75점으로 2위, 차동철 감독은 55점으로 3위에 올랐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는 U-23 대표팀 감독 면접 당시 위원별 평가 점수표를 입수했다. 그 결과 성균관대 이연수 감독이 총점 264점으로 1위, 홍익대 장채근 감독이 총점 261점으로 2위, 건국대 차동철 감독이 260점으로 3위를 차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위부터 3위까지 총점 차이가 4점 안팎으로 ‘박빙’의 경쟁이 펼쳐졌다.

눈에 띄는 건 2위 장채근 감독의 점수표다. 장 감독은 10명의 위원 가운데 5명에게 28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고, 2명에겐 26점 이상을 받았다. 10명 가운데 7명이 26점 이상을 줘 대체로 높은 점수를 받은 편이었다. 하지만 유독 3명의 위원만 23, 22, 20점으로 장 감독에게 눈에 띄게 낮은 점수를 매겼다.

한편 1위 이연수 감독은 가장 낮은 점수가 23점일 정도로 10명의 위원에게 비교적 고른 점수를 받았다. 위원 가운데 2명은 29점이란 높은 점수를 매겼고, 한 명은 28점을 줬다.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위원별 평가 점수표. 장채근 감독에게 최하점을 준 3명과 이연수 감독에게 최고점을 준 3명이 일치한다. 한 위원은 차동철 감독에게 19점을 주기까지 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위원별 평가 점수표. 장채근 감독에게 최하점을 준 3명과 이연수 감독에게 최고점을 준 3명이 일치한다. 한 위원은 차동철 감독에게 19점을 주기까지 했다(사진=엠스플뉴스)

흥미로운 건 장 감독에게 유독 낮은 점수를 준 3명과 이 감독에게 최고점을 준 3명의 위원이 동일인물이란 점이다. 또 이 3명 가운데 하나는 차동철 감독에게 거의 최하점에 가까운 19점을 매기기도 했다. 반면 장 감독에게 높은 점수를 준 위원이 이 감독에게 의도적으로 나쁜 점수를 준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만약 이들 3명 위원의 점수를 제외하면 장 감독은 196점, 이 감독은 178점으로 1위와 2위가 뒤바뀐다. 이렇게 되면 장 감독은 국내대회 점수 45점과 면접 50점에 언론사 수상 점수(2017 스포츠서울 아마추어상) 5점을 더해 100점, 이 감독은 총 80점으로 장 감독이 1위가 될 수도 있었다.

차 감독도 마찬가지. 차 감독에게 19점을 주고 이 감독에게 29점을 준 위원을 제외하면 차 감독의 총점은 241점으로 장 감독과 공동 1위가 된다. 이 경우 이 감독의 면접 점수는 235점으로 면접은 물론 총점에서도 차 감독에 밀려 3위가 될 수 있었다. 면접관 10명 가운데 단 3명, 심지어 1명의 평가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대표팀 감독이 바뀔 수 있는 시스템이다.

취재 결과 U-23 감독 면접 당시 경기력향상위원회는 야구해설위원 2명, 프로구단 스카우트 2명, KBO 육성위원 2명 외 현직 KBSA 이사 4명까지 총 10명으로 구성됐다. KBSA 이사로는 기술위원회 위원인 신현석 전 한국리틀야구연맹 전무이사, 유대성 전 고려대학교 교우회 사무국장, 김원철 전 광장중학교 교장, 이광열 전 대전광역시 야구협회 전무이사가 포함됐다.

취재 결과 KBSA는 경기력향상위원회 구성부터 대한체육회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체육회 규정엔 “위원회에는 국가대표선수 출신 1명, 지도자 1명, 등록팀 관계자 1명, 시도종목단체 임원 1명, 비경기인 1명, 여성 1명이 포함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U-23 감독 면접을 맡은 위원회엔 현직 지도자, 등록팀 관계자, 여성이 포함되지 않았다.

현직 KBSA 이사가 4명이나 위원회에 포함된 것도 논란의 소지를 키우는 대목이다. 한 야구인은 "감독 선임 전부터 '협회가 특정인 밀어주기를 한다'는 소문이 나돌던 판에, 협회 이사가 4명이나 면접관으로 나서면서 불신이 더 커졌다. 특히 그 중에 한 명은 '특정인 감독 만들기'에 앞장선다는 소문의 장본인이다. 논란이 생기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들의 반발 “협회가 해명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라”

2016년 제1회 U-23 대회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선수단(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2016년 제1회 U-23 대회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선수단(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이에 대해 한 야구 관계자는 이전에도 협회가 특정인을 대놓고 밀어주거나, 노골적으로 배제해서 문제가 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하지만 이번처럼 공개채용 면접에서 몇몇이 특정인에게는 최고점을 주고, 경쟁자에게 최하점을 줘서 결과가 뒤바뀐 경우는 처음 본다고 밝혔다.

면접관으로 나선 한 야구인은 “몇 점을 줄지는 개인 소신이지만, 대부분 위원이 긍정적인 평가를 한 후보자에게 최하점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수십년을 지도자로 살아온 사람들에게 최하점을 주는 건 명예훼손 아닌가. 뭔가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며 목소릴 높였다.

이어 이 야구인은 “아마야구 발전을 위해서 시간을 쪼개어 가며 경기력향상위원회에 참석했고, 소신대로 채점했는데 이런 구설에 오르내린다는 게 불쾌하다”며 “위원들과 이연수 감독 그리고 떨어진 감독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KBSA가 조속히 문제점을 개선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KBSA는 23일 경기력향상위원회 회의를 열고 위원들에게 후보자별 면접 평가 점수를 공개하기로 했다. 애초 KBSA는 "절대 공개할 수 없었다"고 버텼었다.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들은 “이름을 가리고 보여주는 건 의미가 없다. 누가 몇 점을 줬는지 공개해야 논란이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상태다.

엠스플뉴스는 이번 U-23, 청소년 대표팀 감독이 어떤 절차를 밟아 결정됐고, 누가 개입했는지 소상히 전할 예정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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