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아시안게임 이어 U-23 대회도 ‘프로선수’ 위주 대표팀 구성

-규정엔 ‘국내대회’ 성적이 선발 기준, 알고보니 프로성적은 국내대회 성적으로 인정하지 않아.

-KBSA 책임자의 실토 “규정상 근거 부족, 추천으로 선수 선발”

-아마야구계의 분노 “KBSA가 KBO 하청기구로 전락”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프로선수 위주로 구성한 U-23 대표팀 명단을 확정했다. 문제는 규정대로라면 프로 선수를 차출할 만한 근거가 전혀 없단 점이다. 사진은 대학야구 경기 장면(사진=한국대학야구연맹)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프로선수 위주로 구성한 U-23 대표팀 명단을 확정했다. 문제는 규정대로라면 프로 선수를 차출할 만한 근거가 전혀 없단 점이다. 사진은 대학야구 경기 장면(사진=한국대학야구연맹)

[엠스플뉴스]

아시안게임에 이어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도 아마추어 선수들의 자리는 없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8월 23일 프로팀 선수 위주로 구성한 제2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U-23) 대표 선수 명단을 확정했다. 24인 엔트리 가운데 프로선수는 절반이 훨씬 넘는 15명. 한동희(롯데), 류희운(KT) 등 1군이 주무대인 선수도 여럿 포함됐다.

반면 아마추어 선수는 단 7명에 불과했다. 2년 전 대회(5명)보단 2명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적은 숫자다.

대학야구 감독들의 분노는 폭발 직전이다. 대학야구 감독 32명은 23일 오전 ‘대학감독자협의회(회장 김도완 경희대 감독)’ 명의로 “대학야구가 배제된 세계선수권 선수선발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KBSA에 보냈다.

한 대학감독은 “KBSA가 KBO의 하청 기구냐”고 반문한 뒤 “KBO 구단 사장 출신이 협회장이 되고, KBO 사무총장 출신이 부회장을 맡더니 KBSA가 어느 순간부터 KBO의 꼭두각시가 됐다”며 분개했다. 전자는 김응용 회장, 후자는 양해영 부회장을 뜻하는 소리였다.

안 그래도 부글부글 끓는 대학 감독들이 분노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KBSA 국가대표 선발 규정상 U-23 대회에 프로선수를 데려갈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발 규정대로라면 U-23 대표팀은 아마추어 선수로만 구성해야 하며, 프로선수를 차출하는 건 규정 위반으로 볼 소지가 있어 논란이 더 커질 전망이다.

프로 1군 경기-퓨처스리그 경기, ‘국내대회 성적에 해당 안 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국가대표 선수 선발 평가 기준. 국내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삼아 선발하게 돼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국가대표 선수 선발 평가 기준. 국내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삼아 선발하게 돼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는 앞서 ‘U-23, U-20 대표팀 감독 불공정 선발’ 문제를 두 번에 걸쳐 보도했다. 취재 중 엠스플뉴스는 국가대표 선수 선발규정도 함께 취재했다. 취재 결과 KBSA가 선수선발에서도 규정위반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국가대표 선수 선발 평가기준’에 따르면 국가대표 야구선수는 각종 국내대회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거나 각 포지션별로 기록(성적)을 참고하여 가장 우수한 기량을 갖춘 선수여야 한다.

먼저 눈여겨볼 게 바로 국내대회 표현이다. 국가대표는 국내대회에서 일정 이상의 경기수와 성적을 충족한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 만약 ‘국내대회’에 프로경기와 퓨처스리그 경기가 포함된다면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취재 결과 ‘국내대회’는 KBSA가 주관하는 아마추어 대회만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1군과 퓨처스리그 경기는 국내대회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무 박치왕 감독은 5년 연속 퓨처스 남부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성적 점수는 0점이다. 퓨처스리그를 국내대회 성적으로 간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규정상 5위 후보자에겐 30점을 주도록 돼 있지만, 협회는 이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사진=엠스플뉴스)
상무 박치왕 감독은 5년 연속 퓨처스 남부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성적 점수는 0점이다. 퓨처스리그를 국내대회 성적으로 간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규정상 5위 후보자에겐 30점을 주도록 돼 있지만, 협회는 이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사진=엠스플뉴스)

국가대표 감독 선발 기준과 비교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엠스플뉴스의 앞서 보도대로 U-23 대표팀 감독은 국내대회 성적 50점,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 평가(면접) 성적 50점을 합한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선발했다. 국내대회 성적은 최근 2년간 대회 성적으로 계산했다.

U-23 대표팀 감독 공개채용엔 대학야구 감독들 외 상무야구단 박치왕 감독도 참여했다. 하지만, 박 감독은 다른 대학 감독들과 달리 국내대회 성적을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실제로 상무야구단을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퓨처스 남부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던 박 감독의 성적 점수는 ‘0점’으로 확인됐다. 성적 점수가 0점인 박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 선발에서 탈락한 건 당연한 결과였다.

KBSA의 실토 “프로선수 선발, 규정상 근거 부족할 수 있다”

KBSAS는 포지션별로 국가대표 선수가 갖춰야 할 조건을 명기했다. 투수는 '경기경험이 풍부하고, 볼 스피드와 제구력이 뛰어나며 강한 승부근성과 위기대처 능력이 능한 선수', 포수는 '송구능력이 뛰어나며 투수리드가 좋고, 타격이 우수한 선수'여야 한다. 여기다 내야수는 '주력이 뛰어나고 정교한 타격을 보유한 선수'여야 한다. 그래놓고서 기준 타율은 2할 2푼, 2할 5푼 이상으로 해놨다. 한 야구인은 이 규정을 본 뒤 “무슨 초등학교 야구부원 모집공고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식의 조건을 쓸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협회가 자의적으로 선수를 선발할 여지를 만들기 위해 이런 두루뭉술한 조건을 썼을 것“으로 분석했다(사진=엠스플뉴스)
KBSAS는 포지션별로 국가대표 선수가 갖춰야 할 조건을 명기했다. 투수는 '경기경험이 풍부하고, 볼 스피드와 제구력이 뛰어나며 강한 승부근성과 위기대처 능력이 능한 선수', 포수는 '송구능력이 뛰어나며 투수리드가 좋고, 타격이 우수한 선수'여야 한다. 여기다 내야수는 '주력이 뛰어나고 정교한 타격을 보유한 선수'여야 한다. 그래놓고서 기준 타율은 2할 2푼, 2할 5푼 이상으로 해놨다. 한 야구인은 이 규정을 본 뒤 “무슨 초등학교 야구부원 모집공고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식의 조건을 쓸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협회가 자의적으로 선수를 선발할 여지를 만들기 위해 이런 두루뭉술한 조건을 썼을 것“으로 분석했다(사진=엠스플뉴스)

퓨처스리그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상무 박치왕 감독의 성적이 국내대회 성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프로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여야 한다. 하지만 KBSA는 박 감독의 상무 성적은 0점 처리하면서, 국가대표 선수 선발엔 전혀 다른 잣대를 적용했다. ‘프로 성적을 국내대회 성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KBSA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규정마저 지키지 않았다. 실례로 KT 위즈 투수 신병률은 올 시즌 1군에서 19경기에 등판해 25이닝을 던졌다. KT는 110경기를 치렀다. 팀이 치른 총경기수의 2/5는 물론 경기수의 3배수 투구이닝에도 한참 미달했다.

퓨처스 성적을 기준으로 삼아도 결과는 똑같다. 신병률은 퓨처스에서 17경기에 등판해 38.1이닝을 투구했다. KT 퓨처스팀의 총경기수 2/5 이상 출전은 충족하지만, 3배수 투구이닝은 부족했다. 다른 선수들도 사정은 비슷해 1군 기준이든, 퓨처스 기준이든 소속팀 총경기수의 2/3 기준(투수는 2/5)을 채우지 못했다.

결국 KBSA는 규정상 근거도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성적 기준에도 미달하는 선수들을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한 셈이다.

이런 문제 제기에 KBSA 김용균 사무국장은 기본적으로 국내대회 성적은 아마추어 선수에만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김 국장은 (규정상) 근거가 많이 부족할 수 있다. 애매한 부분이 있다아마추어 선수만 데려가면 (실력이) 부족하니까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위원 추천도 받고, 감독 추천도 받는다. ‘이 선수 필요하니 데려가야 한다’고 추천하면 위원회에서 결정한다는 말로 프로선수 선발 기준이 명확한 근거 대신 일부 위원과 감독의 ‘추천’에 의해 이뤄졌음을 실토했다.

이런 사실을 접한 대학야구 감독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한 대학 감독은 “아시안게임에 이어 U-23 대회에서까지 KBSA가 앞장서 아마추어 선수들을 배제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아마야구의 대표인 KBSA가 규정까지 어기면서 프로선수들을 제멋대로 선발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KBSA를 KBO의 하청기구로 전락시킨 이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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