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수시로 말 바꾸는 건 기본. 협회 내에서도 말이 서로 달라

-성인, 청소년 대표팀 감독 같은 날 공개채용, ‘최근 2년간 성적’ 기준은 다르게 적용

-청소년 대표팀 감독은 2016~17년이 ‘최근 2년’, 성인 대표팀 감독엔 2017~18년 성적 반영해

-"KBSA는 사원 채용 때, 원서접수가 끝난 뒤에 받은 토익 점수와 자격증도 인정해주는 곳인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끝날 줄을 모른다. 야구계 일각에선 “협회가 조직적, 고의적으로 개입한 여러 흔적이 보이고, 이와 관련해 협회가 거짓해명으로 일관하는 바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끝날 줄을 모른다. 야구계 일각에선 “협회가 조직적, 고의적으로 개입한 여러 흔적이 보이고, 이와 관련해 협회가 거짓해명으로 일관하는 바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원칙도 없고 일관성도 없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분명한 규정과 오락가락 말 바꾸기로 현장 불신과 혼란을 키우고 있다. 이번엔 똑같은 규정을 성인 대표팀과 청소년 대표팀 감독에게 각기 다르게 적용한 사실까지 드러나 파문이 더 커질 전망이다.

현행 KBSA 규정은 국내대회 성적 50점, 경기력향상위원회 평가 50점을 합한 100점 만점에 누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로 국가대표 감독을 결정한다. 여기서 국내대회 성적은 ‘최근 2년간’ 성적이 기준이다. 성인 대표팀도, 청소년 대표팀도 똑같다.

그런데 KBSA는 성인 대표팀과 청소년 대표팀 감독을 같은 날 공개 채용 모집하면서 ‘최근 2년간’ 기준을 전혀 다르게 적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야구협회 책임자 실토 “청소년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에 ‘최근 2년’ 다른 기준 적용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청소년 야구 대표팀 감독과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감독을 같은 기간 공개 채용했다(사진=엠스플뉴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청소년 야구 대표팀 감독과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감독을 같은 기간 공개 채용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용균 KBSA 사무국장은 최근 엠스플뉴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제12회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 대표팀 감독은 2016, 2017년 성적을 기준으로, 제2회 세계야구선수권(U-23) 대표팀 감독은 2017, 2018년 성적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KBSA는 성인 대표팀과 청소년 대표팀 감독 공개채용 공고를 같은 날인 4월 23일에 냈다. 원서 접수도 같은 날인 5월 4일에 마감했다. 그렇다면 감독 선발 규정의 ‘최근 2년간’도 같은 기간을 적용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KBSA는 무슨 영문인지 ‘최근 2년간’의 범위를 멋대로 적용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국가대표 감독 선발 규정. 똑같이 '최근 2년간' 성적이 기준이다(사진=엠스플뉴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국가대표 감독 선발 규정. 똑같이 '최근 2년간' 성적이 기준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 사무국장은 “청소년 대표팀 감독 선발 면접을 진행할 땐 아직 첫 전국대회인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2018년 성적을 포함할 수 없어 2016, 2017년을 최근 2년간 성적으로 간주했다”고 밝혔다.

올해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은 5월 31일에 열렸다. 청소년 대표팀 감독 면접은 그로부터 보름 뒤인 6월 15일에 했다. ‘반영할 2018년 성적이 없었다’는 김 사무국장의 해명은 사실과 거리가 먼 셈이다.

한술 더 떠 2016, 17년 성적을 반영한 청소년 대표팀과 달리 U-23 대표팀 감독 선발은 올해 열린 대회 성적을 대거 반영했다. 5월에 열린 대학 U-리그 전반기와 6월에 열린 후반기, 7월에 끝난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성적까지 모두 ‘최근 2년간’ 성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하나같이 원서접수 마감일인 5월 4일 이후에 결승전을 치른 대회다.

야구계에서 “KBSA가 특정인을 U-23 감독으로 밀어주려고 '최근 2년간' 성적을 멋대로 적용했다”고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2년간’ 기준을 2016, 2017년으로 하느냐, 2017, 2018년으로 하느냐에 따라 대표팀 감독 선정 결과가 전혀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KBSA는 사원 채용할 때 원서접수가 끝난 뒤에 받은 토익 점수와 자격증도 인정해주는 '이상한 곳'”

'최근 2년'의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국가대표 감독 성적 점수는 확 달라진다. 2016~17년 기준으로는 홍익대 장채근 감독과 경성대 윤영환 감독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다(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최근 2년'의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국가대표 감독 성적 점수는 확 달라진다. 2016~17년 기준으로는 홍익대 장채근 감독과 경성대 윤영환 감독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다(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U-23 대표팀 감독 선정 기준을 청소년 대표팀과 똑같이 2016, 17년 성적으로 적용할 경우 '성적점수' 1위는 단연 홍익대 창채근 감독(성적점수 50점 만점)이다. 2위는 경성대 윤영환 감독(성적점수 45점).

U-23 대표팀 감독으로 뽑힌 성균관대 이연수 감독(성적점수 40점)은 3위에 그친다.

하지만, 2017, 2018년 성적을 ‘최근 2년’으로 잡으면 순위가 확 바뀐다. 이 경우 올해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한 이 감독이 1위(50점)가 되고, 올해 준우승 1회, 4강 1회에 그친 장 감독은 2위(45점)로 밀려난다. 올해 4강 이상 성적이 없는 윤 감독은 3위(40점)가 된다.

이와 관련해 KBSA는 ‘U-23 대표팀 감독 선임절차가 청소년 대표팀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김용균 사무국장은 올해 U-23 대회가 원래 니카라과에서 열릴 예정이었다가 정세 불안으로 대회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나중에 가서야 콜롬비아로 개최지가 변경돼 대회 일정이 뒤늦게 확정됐다고 밝혔다.

대회 일정이 늦게 확정된 탓에 대표팀 감독 면접도 뒤늦게 진행했고, 그래서 올해 열린 대회 성적을 ‘최근 2년’에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대학야구 감독은 KBSA는 사원을 채용할 때 원서접수가 끝난 뒤에 받은 토익 점수와 자격증도 인정해 주는 아주 '이상한 곳'이라며 “여전히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변명이라고 늘어놓는 곳이 바로 KBSA”라고 일갈했다.

사무국장은 “2017, 2018년” 팀장급 직원은 “2016, 2017년” 오락가락 말 바꾸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김용균 사무국장이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들에게 배포했다고 주장하는 감독 후보 지원자 현황. 그러나 엠스플뉴스와 접촉한 위원들은 하나같이 “이런 자료는 본 적이 없다. 협회가 나눠준 자료는 감독들이 직접 작성한 자기소개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김용균 사무국장이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들에게 배포했다고 주장하는 감독 후보 지원자 현황. 그러나 엠스플뉴스와 접촉한 위원들은 하나같이 “이런 자료는 본 적이 없다. 협회가 나눠준 자료는 감독들이 직접 작성한 자기소개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KBSA는 대표팀 감독 선임을 놓고 논란이 커지자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말을 바꿔 혼란을 더 크게 키웠다. KBSA가 처음 이연수 감독 선임을 발표한 뒤 일부 대학 감독 사이에서는 “최근 2년에 해당하는 2016, 2017년 성적점수를 따져봤을 때 결코 이 감독이 1위가 될 수 없다”며 반발이 거셌다.

그러자 KBSA 김용균 사무국장은 항의하는 감독들에게 “최근 2년간은 2016, 2017년이 아닌 2017, 2018년 성적”이라고 반박했다. 김 국장은 “감독 면접을 맡은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들에게도 2017년과 2018년 성적이 담긴 자료를 배포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엠스플뉴스가 접촉한 위원들은 하나같이 "그런 자료를 본 적이 없다. 감독이 직접 작성한 자기소개서만 자료로 받았다"고 반박했다.

반면 KBSA 다른 직원은 2차 경기력향상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에게 U-23대회 감독의 최근 2년간 성적 점수는 2016년과 2017년이 기준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직원은 엠스플뉴스 취재진에게도 2016, 2017년이 맞다는 같은 답변을 내놨다.

KBSA 모 이사 역시 ‘최근 2년’ 기준을 묻는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들에게 “2016, 2017년이 맞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기자와 위원들에게 “2016, 2017년이 맞다”고 답변한 직원이 일반 평사원이 아닌 운영팀 팀장이란 점이다. KBSA의 각종 규정은 운영팀에서 초안을 짠 뒤 이사회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 지난해 7월 이사회를 통과한 국가대표 감독 선발 규정 개정안을 만든 이도 운영팀장이었다.

더군다나 이 팀장은 10년 이상 장기근속한 인사로 KBSA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다. 한 전직 KBSA 직원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김 사무국장과 운영팀장이 KBSA 규정을 착각하거나 잘못 설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계속된 논란에 KBSA가 ‘거짓 해명’을 하고 있단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KBSA는 성인 대표팀과 청소년 대표팀 감독을 나란히 공개채용하면서도 같은 규정을 다르게 적용했다. ‘최근 2년간’이란 모호한 규정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자의적으로 적용했고, 그 결과 성적 점수 순위가 뒤집혔다.

또 앞서 엠스플뉴스가 보도한 대로 50대 50으로 반영해야 할 성적과 면접 점수에 전혀 다른 배점 기준을 적용해 면접 비중을 비정상적으로 높였다. 면접에 참여한 일부 위원은 특정인에게 최고점을 주고 경쟁자에게 최하점을 주는 방식으로 면접 결과를 뒤바꿨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KBSA 차원에서 ‘국대 감독 만들기’를 했다는 의혹이 점점 커지는 까닭이다.

야구계 "대한체육회의 철저한 조사와 사법기관의 수사가 필요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결재 라인. 김응용 회장 바로 다음 자리에서 양해영 전 KBO 사무총장이 부회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야구인들은 “KBO를 문제 단체로 만든 주역이 이제는 아마야구계로 건너와 협회를 멋대로 주무르고 있다“며 “김 회장이 취임 때 이야기한 아마야구 개혁을 이뤄내려면 양 부회장 같은 인사와 협회를 관리단체로 전락시킨 주역들부터 정리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한다(사진=엠스플뉴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결재 라인. 김응용 회장 바로 다음 자리에서 양해영 전 KBO 사무총장이 부회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야구인들은 “KBO를 문제 단체로 만든 주역이 이제는 아마야구계로 건너와 협회를 멋대로 주무르고 있다“며 “김 회장이 취임 때 이야기한 아마야구 개혁을 이뤄내려면 양 부회장 같은 인사와 협회를 관리단체로 전락시킨 주역들부터 정리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한다(사진=엠스플뉴스)

야구계에선 KBSA의 국가대표 감독 선발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KBSA의 국가대표 선발은 규정 자체도 심각한 오류투성이지만, 무엇보다 있는 규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리·감독 기관인 대한체육회 차원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런 야구에 침을 뱉는 행위를 지시한 배후가 누군지, 어떤 의도로 이런 일을 획책했는지 사법기관의 수사를 통해서라도 명명백백 밝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야구인도 오래전부터 KBSA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에 협회 특정인이 힘을 쓴다거나, 이권이 오간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며 “공정성 강화를 명목으로 시행한 공개채용에서조차 이런 논란이 생겼다는 건 큰 문제다. 철저한 규명을 위해 책임자 징계와 수사기관 고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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