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의 6번째 고교야구부, 부산정보고 야구부가 2014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했다. 전진우의 2차 2라운드 지명 순간을 중계방송 화면을 통해 지켜본 김백만 감독의 이야기에 엠스플뉴스가 귀를 기울였다.

왕년의 부산고 에이스 김백만 감독이 심판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사진=고교야구 팬 제공)
왕년의 부산고 에이스 김백만 감독이 심판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사진=고교야구 팬 제공)

[엠스플뉴스]

너무 감격스러워서, 제가 다 눈물이 나더라구요.

비록 신인 드래프트 행사장에 함께 있진 못했지만, 마음만은 함께였다. 부산정보고등학교 김백만 감독은 멀리 부산에서 TV 중계방송을 통해 제자의 프로 지명 순간을 지켜보며 감격의 눈물을 훔쳤다.

9월 1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KBO 신인 2차 지명회의. 이날 부산정보고는 야구부 창단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했다. 에이스 투수 전진우가 2차 2라운드 전체 17순위로 NC 다이노스의 지명을 받으면서 부산정보고 야구부 역사에 굵직한 한 획을 그었다.

2014년 창단한 부산정보고 야구부는 부산시에서 가장 최근에 생긴 신생 야구부다. 창단 당시 부산에서 30년 만에 신규 창단한 야구부(이전은 1984년 재창단한 부산공고)로 큰 화제를 모았다. 부산정보고 창단으로 부산시는 1998년 동래고 야구부 해체 이후 다시 6개 고교야구부 체제가 됐다.

신생 야구부의 탄생 초기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야구부원 모으기부터 쉽지 않았다. 부산은 전통의 명문 경남고와 부산고의 양강 체제가 굳건하다. 지역에서 날고 기는 중학교 학생선수들은 하나같이 경남고 혹은 부산고 진학을 1순위로 여긴다.

개성고, 부경고, 부산공고 역시 한국전쟁 이전부터 야구부를 운영한 학교들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이런 학교들 틈바구니에서 갓 창단한 야구부가 선수를 영입하는 덴 한계가 뚜렷했다. 한 스카우트는 “처음 야구부가 생겼을 때만 해도 선수가 13명밖에 안 될 정도로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전진우, 1라운드도 충분히 가능했다... 앞으로가 중요”

2차 2라운드 지명으로 NC 유니폼을 입게 된 부산정보고 전진우(사진=NC)
2차 2라운드 지명으로 NC 유니폼을 입게 된 부산정보고 전진우(사진=NC)

2015년 김백만 감독이 사령탑을 맡으면서 부산정보고의 선수 수급에 조금씩 숨통이 트였다. 당시 모교인 부산고 투수코치로 있던 김 감독은 감독으로 오면서 신입생이던 전진우를 함께 데려왔다.

“입학 때부터 진우를 눈여겨봤습니다. 하드웨어가 워낙 좋은 친구라, 잘만 다듬으면 좋은 투수가 될 것 같았어요. 부산정보고 선수가 별로 없을 때 데리고 왔는데, 이렇게 잘 성장해줬으니 고마울 뿐입니다.” 김 감독의 말이다.

전진우는 키 193cm의 뛰어난 신체조건에 150km/h에 가까운 강속구, 종으로 변하는 슬라이더가 장점이다. 올해 11경기에 등판해 2승 4패 평균자책 1.71을 기록했고, 특히 42.1이닝 동안 탈삼진 56개를 잡아내며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했다. 2차 지명을 앞두고는 스카우트 사이에서 ‘1라운드 후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전진우다.

김 감독 역시 제자의 1라운드 지명을 내심 기대했다. 김 감독 본인도 2001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지명으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던 ‘특급 유망주’ 출신이다. 부산고 시절엔 추신수, 정근우와 함께 에이스로 활약했고, 지명 당시엔 김태균(1차지명) 바로 다음으로 한화의 부름을 받은 기대주였다.

“기대를 많이 했는데, 스카우트들이 보시기엔 조금 부족한 점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솔직히 좀 아쉽긴 합니다.” 김 감독의 말이다.

김 감독도 현역 시절 높은 순위의 지명을 받고 큰 기대 속에 입단했지만, 아쉽게도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지명 당시 순위가 프로에서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감독이다.

“아쉽긴 해도, 지금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그보단 입단한 뒤에 잘하는 게 중요하죠.” 김 감독이 말했다. “진우가 부산에 내려오면, 좋은 얘기 많이 들려주려고 합니다.”

“프로 선수 배출, 부산정보고 보는 시선 달라질 것”

배터리와 대화를 나누는 김백만 감독. 김 감독은 부산정보고의 더 밝은 미래를 기대했다(사진=고교야구 팬 제공)
배터리와 대화를 나누는 김백만 감독. 김 감독은 부산정보고의 더 밝은 미래를 기대했다(사진=고교야구 팬 제공)

김백만 감독은 제자 전진우의 지명 순간을 눈앞에서 직접 보지 못했다. 지명회의 당일에도 운동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 부임했을 때보단 많이 늘긴 했지만, 아직도 부원 수가 27명밖에 되질 않습니다. 내년 신입생 숫자도 다른 학교와 비교하면 훨씬 적어요. 아직은 야구부 사정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김 감독이 하소연하듯 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전진우의 프로 입단에서 희망을 찾았다. “그런 와중에서도 진우라는 좋은 친구가 나와서 우리 학교 이름을 알리게 됐습니다. 내년에도 남지민이라는 좋은 선수가 준비하고 있어요. 이런 친구들이 앞으로 2, 3년 계속 나와준다면 부산 지역 중학교들이 우리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김 감독은 만만찮은 여건 속에서도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전진우와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제가 한 건 없습니다. 이 친구들이 열심히 잘한 덕분이죠.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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