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판독 신청 번복률 ‘모 아니면 도’식의 심판 적지 않아

-2017년 번복률 높았던 심판 대부분 올 시즌도 그대로

-‘매의 눈’ 이용혁 심판, 번복률 5%대

-개선 의지 없는 일부 심판, 2군 강등이나 퇴출 등 강도 높은 조치 필요

비디오 판독 도입 이후 불필요한 판정 시비와 오심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는 물론, 전체적인 심판 판정의 질이 향상되는 효과로도 이어졌다. 그러나 일부 자질미달 심판들의 경우는 예외다(사진=엠스플뉴스)
비디오 판독 도입 이후 불필요한 판정 시비와 오심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는 물론, 전체적인 심판 판정의 질이 향상되는 효과로도 이어졌다. 그러나 일부 자질미달 심판들의 경우는 예외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올 시즌 프로야구 심판들의 ‘비디오 판독 번복률’이 천차만별이다. ‘도 아니면 모’식으로 번복률 50% 이상을 기록 중인 심판이 있는 반면, ‘매의 눈’으로 10% 이하의 번복률을 자랑하는 심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누가 ‘모 아니면 도’고, 누가 ‘매의 눈’일까. 엠스플뉴스가 올 시즌 9월 12일까지의 KBO리그 전체 심판 비디오 판독 번복률을 분석했다.

번복률 50% 이상 박기택·문동균 심판, 비디오 판독 ‘모 아니면 도'

올 시즌 9월 12일 기준 판정 번복률이 리그 평균(29.9%)보다 높은 심판들. 20년 차 이상 베테랑 심판이 적지 않다(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올 시즌 9월 12일 기준 판정 번복률이 리그 평균(29.9%)보다 높은 심판들. 20년 차 이상 베테랑 심판이 적지 않다(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먼저 ‘모 아니면 도’다. 올 시즌 9월 12일 기준 KBO리그 전체 심판 가운데 가장 높은 비디오 판독 번복률을 기록 중인 이는 박기택 심판위원이다. 총 15회의 비디오 판독 신청에서 원심이 무려 10회나 번복됐다. 3번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면 2번꼴로 번복된 셈. 박 심판이 기록 중인 번복률 66.67%는 리그 심판 가운데 압도적 1위다.

그렇다면 박 심판의 번복률은 유독 올 시즌에만 높은 걸까. 아니다. 박 심판은 2017년에도 번복률 41.67%로, 리그에서 세 번째로 높은 번복률을 기록했다(판독 횟수 2회의 구명환 심판 제외).

문동균 심판의 번복률도 비정상적으로 높긴 마찬가지다. 올 시즌 17회의 비디오 판독 신청에서 원심이 10회나 번복됐다. 문 심판의 번복률 58.82%는 박기택 심판의 66.67%와 함께 ‘모 아니면 도’ 이상이다.

특히나 ‘타구의 홈런/파울’ 판정에서 문 심판은 심각한 약점을 노출했다. 17회의 판독 신청 가운데 3회가 ‘타구의 홈런/파울’ 판정이었지만, 이 3회의 판정에서 원심이 유지된 건 1회에 불과했다.

문 심판 역시 박기택 심판처럼 2017년 번복률이 높았던 심판이다. 2017년 문 심판의 번복률은 50%(26회 가운데 13번 번복)로, 이 부문 1위였다. 참고로 문 심판은 문정균 KBO 관리팀장(전 운영팀장)의 동생이다.

올 시즌 박기택, 문동균 심판의 뒤를 잇는 ‘번복률 상위권 심판’은 최수원(44.44%), 황인태(38.89%), 김병주(38.46%), 오훈규(37.93%), 강광회(36.36%), 구명환(35.29%), 박종철(35.00%), 이영재(34.78%) 심판 순으로 밝혀졌다.

이용혁·이민호·문승훈 심판, 번복률 10% 이하 ‘매의 눈’

올 시즌 9월 12일 기준 비디오 판독 번복률이 가장 낮은 심판들(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올 시즌 9월 12일 기준 비디오 판독 번복률이 가장 낮은 심판들(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그렇다고 KBO 심판들이 죄다 '모 아니면 도‘식의 판정만 하는 건 아니다. 비디오 판독을 해도 대부분 원심을 그대로 유지하는 ‘매의 눈’ 심판도 있다. 이 분야 ‘끝판왕’은 이용혁 심판이다.

이 심판은 올 시즌 18회의 비디오 판독 신청 가운데 단 1회만 원심이 번복되는 극강의 ‘매의 눈’을 자랑했다. 번복률 5.56%. 문제 많은 비디오 판독 센터를 해체하고, 이 심판을 ‘인간 판독기’로 활용하는 게 나을지도 모를 일이다.

경력 22년 차 이민호 심판도 15회 가운데 1회만 원심이 번복되면서 6.67%의 낮은 번복률을 자랑했다. 26년 차 문승훈 심판 역시 20회 가운데 2회만 원심이 번복돼 10%의 낮은 번복률을 기록했다.

이민호, 문승훈 심판의 뒤를 잇는 올 시즌 '매의 눈' 심판은 이기중(15.38%), 윤상원(16.67%), 장준영(20.00%), 추평호(21.43%), 나광남(21.74%), 박근영·배병두·우효동 심판(25%) 순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게 있다. 심판 ‘경험’과 판정 ‘정확성’은 큰 연관이 없다는 사실이다.

올 시즌 번복률 상위권 심판들은 대부분 ‘베테랑 심판’들이다. 박기택 심판은 22년 차, 최수원 심판은 25년 차, 김병주 심판은 26년 차, 강광회 심판은 24년 차, 박종철 심판은 20년 차, 이영재 심판은 23년 차다. 이 가운데 박기택, 최수원, 김병주, 강광회 심판은 올 시즌 ‘심판 팀장’을 맡고 있다.

반면 올 시즌 번복률이 낮은 심판들은 26년 차의 문승훈, 22년 차의 이민호 심판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경력 20년 이하의 중견 심판들이다. 번복률이 가장 낮은 이용혁 심판은 경력 9년 차, 장준영 심판은 8년 차, 배병두 심판은 12년 차, 이기중 심판은 16년 차, 추평호 심판은 17년 차, 윤상원 심판은 18년 차다.

해마다 꾸준히 향상되는 판정 정확성, 일부 심판만 예외

지난 시즌 대비 원심 번복률이 10%p 이상 나빠진 심판, 10%p 이상 좋아진 심판들의 명단(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지난 시즌 대비 원심 번복률이 10%p 이상 나빠진 심판, 10%p 이상 좋아진 심판들의 명단(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다행인 건 비디오 판독 시행 이후 원심 번복률이 해마다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판 합의판정’ 시행 2년 차였던 2015년, 리그 평균 원심 번복률은 39.4%였다. 2016년엔 33.1%로 크게 개선됐다. 비디오 판독센터 도입 원년인 2017년엔 번복률이 31.2%로 더 좋아졌다. 올 시즌은 9월 12일 기준 29.9%다.

몇몇 심판은 이러한 개선에 충실히 부응하고 있다. 2017년 번복률 30.77%를 올 시즌 6.67%로 떨어뜨린 이민호 심판, 지난 시즌 대비 각각 21.71%p, 16.76%p를 개선한 이용혁, 이기중 심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일부 심판은 지난 시즌보다 오히려 번복률이 더 나빠진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41.67%로 성적이 나빴던 박기택 심판은 올 시즌 66.67%를 기록 중이고(25%p 증가), 이영재(15.43%p), 김익수(30%p), 박종철(11.67%p) 심판은 지난 시즌보다 번복률이 더 나빠졌다.

지난 시즌 이 분야 ‘최악’이었던 문동균 심판 역시 2017년 50%에서 올 시즌엔 58.82%로 번복률이 더 올라갔다. 최수원 심판도 37.04%에서 44.44%로 번복이 더 많아졌고, 강광회 심판도 26.47%에서 36.36%로 10%p 가까이 번복률이 악화했다.

2017시즌 비디오 판독 번복률 최상위권 5인과 최하위권 5인. 상위 랭커 대부분의 이름이 올 시즌에도 그대로 다시 등장한다(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2017시즌 비디오 판독 번복률 최상위권 5인과 최하위권 5인. 상위 랭커 대부분의 이름이 올 시즌에도 그대로 다시 등장한다(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물론 비디오 판독 번복률만으로 심판 자질을 판단하는 건 무리가 있다. 비디오 판독은 대개 육안으로 분간하기 까다로운 상황이 대상이다. 또 심판의 중요한 자질 가운덴 스트라이크 판정의 정확성, 일관된 판정, 매끄러운 경기 운영 등도 포함된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 번복률 데이터를 주의 깊게 살폈을 때 심판진 가운데 일부 ‘자질 미달’ 심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정 심판 몇 명이 2년 연속 원심 번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게 좋은 예다.

한 원로 야구인은 “판정 가운데 절반 이상이 뒤집히는 심판을 과연 프로야구 1군 심판으로 계속 기용해도 좋을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며몇몇 심판은 비디오 판독 시행을 판정 정확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는 대신, 오히려 무성의한 판정을 하는 핑계로 삼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많은 야구인은 심판 고과를 냉정하게 평가해 1군과 2군 심판의 자리를 바꾸고, 자질 미달 심판은 시즌 중이라도 강등하거나 심판위원회에서 퇴출하는 등의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선수나 코치는 1군에 머물 만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곧장 2군으로 내려간다. 쟁쟁한 프로야구 감독도 성적이 나쁘면 잘린다. 그런데 언제까지 자질도 없고 개선 의지도 없는 몇몇 심판이 1군 경기를 망쳐놓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

통계출처=스탯티즈(www.statiz.co.kr)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