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으로 등판해 좋은 피칭을 선보인 정인욱(사진=엠스플뉴스)
불펜으로 등판해 좋은 피칭을 선보인 정인욱(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대구]

선발투수는 5회를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일찌감치 쫓겨났다. 반면 불펜 투수들은 선발보다 많은 이닝을 실점 없이 틀어막았다. 선발은 허약하고 불펜은 막강한 삼성과 한화 마운드의 현주소다.

9월 1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시즌 14차전. 이날 양팀은 1회부터 홈런 공방을 주고받았다. 1회초 공격에서 한화가 제라드 호잉과 김태균의 홈런으로 윤성환을 두들기자, 1회말 공격에서 삼성도 구자욱이 3점포를 터뜨려 오랜만에 선발 등판한 윤규진을 괴롭혔다.

양팀 선발은 2회와 3회를 실점 없이 넘어가며 안정을 찾는듯 했지만, 4회초 윤성환이 먼저 무너졌다. 정근우 상대로 3점 홈런을 허용해, 올 시즌 두 번째 '한경기 3피홈런'을 기록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4이닝 7피안타 3피홈런 7실점. 윤성환의 시즌 26피홈런은 삼성 팀내 홈런 1위 다린 러프(25홈런)보다도 많은 숫자다.

이번엔 윤규진 차례. 7대 3의 리드를 업고 4회말을 잘 막아낸 윤규진은 5회말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선두 김상수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박해민에게도 초구 볼을 허용하자 한화 벤치는 곧바로 교체 카드를 꺼냈다. 4이닝 2피안타 4볼넷 3실점. 윤규진의 조기강판으로 한화는 최근 30경기 연속 국내 선발 무승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선발투수들이 나란히 4회만 던지고 내려간 경기. 전날 연장 12회 혈투를 펼친 뒤라 부담이 큰 상황이었지만, 양팀 불펜 투수들은 일제히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삼성은 5회 권오준(1이닝 무실점)-6회 정인욱(2이닝 무실점)-8회 임현준(1이닝 무실점)-9회 김용하(1이닝 무실점)를 차례로 투입해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특히 9회 나온 신인 김용하는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이용규-송광민-호잉을 차례로 삼진 처리해 무실점으로 위기를 틀어막는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한화 역시 불펜진의 힘으로 나머지 5회를 버텼다. 5회 임준섭(1이닝 무실점)-6회 안영명(1.2이닝 무실점)-7회 권혁(0.1이닝 무실점)-8회 박상원(2이닝 무실점)이 차례로 삼성 타선을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역시 5이닝 무실점. 전날 경기 6.2이닝 무실점을 합작한 데 이어 이틀간 11.2이닝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막아낸 한화 불펜이다. 불펜 호투에 힘입어 한화는 삼성을 7대 3으로 꺾고 2연전을 싹쓸이했다.

삼성과 한화는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불펜을 자랑하는 두 팀이다. 삼성은 불펜 평균자책 4.68로 2위, 불펜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 9.72승으로 2위를 기록 중이다. 한화도 불펜 평균자책 4.17로 전체 1위, 불펜 WAR 10.36승으로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반면 허약한 국내 선발투수진은 두 팀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외국인 선발진은 그런대로 제몫을 해주고 있지만, 국내 선발진의 부진으로 승수를 쌓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팀은 올 시즌 조기강판 횟수 40회로 이 부문 최다 NC( 44회)에 이은 공동 2위를 기록 중이다. 선발보다 불펜이 더 긴 이닝을 책임지는 불균형, 삼성과 한화 마운드의 현주소를 보여준 경기였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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