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투수 홍성민에게 경찰야구단에서의 2년은 낭비할 시간이 단 하루도 없던 알찬 경험이었다. 많은 연습과 고민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해서 돌아온 홍성민은 이제 롯데에서의 꾸준한 활약을 다짐했다. 새로운 무기인 커브와 사이드암 팔 각도로 복귀를 고민하는 홍성민의 얘길 들어봤다.

롯데 투수 홍성민이 경찰야구단에서의 2년 간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사진=엠스플뉴스)
롯데 투수 홍성민이 경찰야구단에서의 2년 간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사직]

“전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 같은데…”
롯데 자이언츠 투수 홍성민의 국방부 시계는 남들보다 빨리 흘러갔다. 짧다면 짧고 길다고 하면 긴 2년을 알차게 보낸 까닭이다. 팔각도의 변화와 커브 연마 등 입대 전 다짐한 과제를 성실히 해낸 홍성민이었다.
홍성민은 2016시즌을 마치고 경찰야구단으로 입대했다. 2017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홍성민은 마무리 투수로서 29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14세이브 평균자책 4.94를 기록했다. 마무리가 아닌 선발 투수로 뛴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홍성민은 18경기에 등판해 8승 2패 평균자책 5.79를 기록 중이다.
9월 7일은 홍성민이 애타게 기다린 경찰야구단 제대 날짜였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8일 곧바로 ‘예비역’이 된 홍성민을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조 감독은 “홍성민은 즉시 전력감이기에 곧바로 1군에 등록한다. 우선 불펜 보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대 뒤 등판한 3경기(2.1이닝) 동안 홍성민은 4피안타 2탈삼진 2실점 평균자책 7.71을 기록했다.
12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홍성민은 여전히 ‘군인’ 티가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아직 짧은 머리를 살짝 쓰다듬은 홍성민은 “구단 프로필 사진을 새로 찍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2년 동안 있었던 경찰야구단의 추억을 조금씩 꺼내기 시작했다.
홍성민 “2년 만의 1군 복귀, 설레는 마음이 가장 컸다.”

홍성민이 2012년 KIA 타이거즈 소속 당시 투수코치였던 두산 베어스 이강철 수석코치와 인사를 나누는 장면(사진=엠스플뉴스)
홍성민이 2012년 KIA 타이거즈 소속 당시 투수코치였던 두산 베어스 이강철 수석코치와 인사를 나누는 장면(사진=엠스플뉴스)

세상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막 제대한 예비역 병장입니다(웃음).
의욕이 넘칩니다(웃음). 팀이 힘든 상황이라 제가 던질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많이 던져야죠. 다른 1군 투수들과 비교하면 체력 소모가 적은 상황이잖아요. 제가 더 힘을 내야 합니다.
제대 다음 날 바로 1군 마운드(8일 마산 NC 다이노스전 0.1이닝 1피안타 1실점)에 복귀했습니다. 특별한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설레는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또 정말 잘 던지고 싶었어요. 불러주신 감독님의 기대에 보답해야 하니까요. 결과를 떠나서 떨리는 느낌은 별로 없었습니다.
다시 떠올리기 싫을 수도 있지만, 경찰야구단에서의 2년은 홍성민에게 어떤 의미가 됐나요.
솔직히 경찰야구단 2년 동안 낭비할 시간이 거의 없었어요. 새로운 구종도 연마했고, 체력과 체격도 키워야 했죠. 구속 증가가 다소 아쉽지만, 제가 던지고 싶은 공을 잘 만들었어요. 제가 목표한 걸 이룰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새로운 구종은 어떤 건가요.
원래 전 속구와 포크볼, 그리고 체인지업을 주로 던졌어요. 경찰야구단에 입대한 뒤 커브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이제 커브 구사는 만족스러운 수준이에요. 투수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게 해줄 새로운 무기가 커브입니다.
경찰야구단 첫 시즌은 마무리, 마지막 시즌은 선발로 뛰었습니다. 두 보직에서 어느 정도 성적은 거뒀어요.
첫 시즌 땐 세이브 기회만 오면 솔직히 욕심을 많이 냈어요. 경찰야구단 타선이 강해서 세이브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으니까요(웃음). 올 시즌엔 선발로 등판했는데 시즌 초반 분위기는 좋았어요. 그런데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면서 공이 안 좋아졌죠. 그나마 제대 전 등판에서 구위를 회복한 것 같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남은 후임들이 걱정되는 ‘경찰야구단 예비역’ 홍성민

홍성민은 기억에 남는 경찰야구단 동기로 KT WIZ의 지명을 받은 투수 이대은을 꼽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홍성민은 기억에 남는 경찰야구단 동기로 KT WIZ의 지명을 받은 투수 이대은을 꼽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군 복무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잠시 생각 뒤) 2017시즌이 끝나고 겨울에 타이완으로 아시아 윈터 베이스볼 교육리그를 갔어요. 그 대회 때 속구 구위와 변화구 구사가 정말 완벽하게 만족스러웠어요. 결과도 좋아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입니다.
동기와의 추억도 있지 않나요.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KT WIZ에 지명된 투수 이대은도 동기입니다.
아무래도 동기 투수들끼리 주로 소통했어요. 특히 (이)대은이나 (박)준표와 서로 질문을 많이 했죠. 각자 가진 장점을 잘 얻어간 것 같아요. 대은이는 정말 잘생기고 재밌는 친구죠. 그런데 약간 ‘허당’ 느낌이 있어요. 또 외모를 생각하면 목소리가 조금 깨는 것 같아요. 너무 ‘디스’인가요(웃음). 그래도 대은이는 후임을 잘 챙겨주는 모범적인 동기였죠. 친하게 잘 지냈습니다.
경찰야구단 유승안 감독도 선수들을 잘 배려한 거로 압니다.
감독님께서 첫 시즌부터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최근 어깨가 안 좋았을 때도 관리를 잘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죠. 동기들도 다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감독님 덕분에 다 함께 뭉쳐서 퓨처스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얘길 들어 보니 알차게 군 생활을 보낸 것 같습니다. 홍성민의 국방부 시계는 얼마나 빨리 흘러갔나요.
생각보단 시간이 훨씬 빨리 지나간 느낌이에요. 과연 군 생활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금방 선임이 되더니 전역하는 순간이 이렇게 찾아왔어요. 약간 오버하자면 며칠 만에 군대를 갔다 온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군대 생활을 잘하고 온 거죠.
‘군대 체질’이 아니었을까요.
(거세게 손사래를 치며) 절대 군대 체질은 아니에요. ‘사회생활’을 너무 하고 싶었습니다(웃음). 당연히 민간인이 좋습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소식은 경찰야구단이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단 점입니다. 후임이 남겨진 상황이라 마음이 무겁겠습니다.
(짧은 한숨 뒤) 저도 그 소식을 들었습니다. 후임이 20명 정도 있는데 제대로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 걱정되네요. 경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실전 감각이 뚝 떨어져요. 다 실력이 좋은 선수들인데 실전 감각을 잘 유지하면서 무사히 제대했으면 좋겠습니다. 다 같이 머리를 맞대서 좋은 해결책을 찾았으면 합니다.
홍성민 “다시 사이드암 팔 각도로 바꾸겠다.”

11일 경기에서 홍성민의 투구 장면. 스리쿼터에 가까운 현재 투구 자세에서 다시 사이드암 투수 자세로 바꿀 계획이다(사진=엠스플뉴스)
11일 경기에서 홍성민의 투구 장면. 스리쿼터에 가까운 현재 투구 자세에서 다시 사이드암 투수 자세로 바꿀 계획이다(사진=엠스플뉴스)

사실 롯데 팬들이 가장 궁금했던 건 팔 각도의 변화입니다. 사이드암에서 점점 스리쿼터로 투구 자세가 변화하는 분위기에요.
투구 때 팔을 조금씩 올리기 시작한 게 2016년부터였어요. 어깨가 아픈데 팔을 올리면서 던져야 안 아팠죠. 그렇게 점점 팔을 올리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금은 시즌 중이라 변화를 주기가 힘들어요.
그렇다면 다시 팔 각도에 변화를 줄 마음이 있단 뜻인가요.
(고갤 끄덕이며) 다시 사이드암 투구 자세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엔 팔을 내려야 공의 움직임이 더 좋아질 것 같아요. 또 사이드암 투수라는 매력을 유지할 필요도 있죠. 내년 스프링 캠프부터 다시 팔을 내려서 던지려고 해요.
내년까지 바라본다면 선발 보직에 대한 욕심도 내 볼만 합니다.
투수라면 당연히 선발 보직을 향한 욕심이 있죠. 하지만, 제 능력에 따라 상황이 바뀔 것 같아요. 선발 투수로서 능력을 보여준다면 선발 마운드에 올라가는 거죠. 감독님께서 판단하시는 대로 따르면 됩니다.
제대 전부터 롯데 팬들의 기대가 정말 컸습니다. 앞으로 투수 홍성민의 어떤 매력을 보여주고 싶나요.
2년 동안 롯데 야구를 지켜보기만 한 게 정말 아쉬웠습니다. 남은 시즌 동안 던질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던져서 내년 시즌을 잘 준비하는 발판이 됐으면 해요. 그렇다면 홍성민이면 막는다, 홍성민이 나와야 한다는 칭찬을 듣지 않을까요. 어떤 자리에서도 열심히 공을 던져서 롯데 팬들의 기억에 남고 싶습니다. ‘반짝’이 아니라 ‘꾸준한’ 홍성민이 될 테니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웃음).
김근한 기자 kimgernhna@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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