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프로 지명을 받은 선수는 총 21명. 의무화 규정 없이도 구단들은 이미 대학야구 선수를 지명하고 있다. 그런데 KBO 이사회에선 ‘대학야구 활성화’ 방안이라며 ‘대졸 선수 지명 의무화’를 발표했다.

대학야구는 무관심과 경쟁력 약화로 신음하고 있다(사진=한국대학야구연맹)
대학야구는 무관심과 경쟁력 약화로 신음하고 있다(사진=한국대학야구연맹)

[엠스플뉴스]

대학야구 선수의 신인 지명을 의무화하면 대학야구가 살아날까.

KBO는 9월 11일 제5차 이사회 결과를 발표했다. 일부 구단의 주도하에 ‘외국인 선수 몸값 제한’ 등 여러 개악이 이뤄진 가운데, 이사회가 내놓은 대학야구 활성화 대책이 눈에 띄었다.

이날 이사회는 대학야구의 활성화를 위해 2020년 신인 지명(2019년 시행 지명회의)부터 각 구단의 대졸 예정 선수 지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열리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모든 구단이 의무적으로 1명 이상의 대학 야구선수를 지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마야구계에선 과연 이 방안으로 대학야구 활성화를 이룰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문제는 대학 선수 미지명이 아니다. 대학야구 경쟁력이 근본적 문제다

2019 신인 드래프트 행사장에 나온 고교와 대학 선수들. 이날 대학 선수는 총 20명이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았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2019 신인 드래프트 행사장에 나온 고교와 대학 선수들. 이날 대학 선수는 총 20명이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았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10일 열린 2019 KBO 신인 2차 지명회의에서 대학야구 선수는 총 20명이 프로팀의 지명을 받았다. LG 트윈스에 1차 지명받은 이정용(동아대)을 포함하면, 이번 드래프트에서 선택받은 대학 선수는 총 21명이다.

10개 구단 가운데 대학 선수를 단 한 명도 뽑지 않은 구단은 삼성 라이온즈가 유일하다. 그 외엔 모두 1명 이상의 대학 선수를 지명했다. KIA 타이거즈 같은 구단은 대학 선수를 4명이나 지명해 ‘대학야구 활성화’에 가장 앞장선 구단이 됐다.

굳이 의무화 규정을 만들지 않아도, 이미 대부분의 구단이 대학 선수를 지명하고 있는 셈이다.

한 대학 감독은 “지명 의무화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구단들이 대학 선수를 1명만 뽑고서 ‘우린 의무를 지켰다’며 더 이상 안 뽑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불필요하고 의미 없는 규정이라고 본다. 이 감독의 얘기다.

지방구단 스카우트는 “신인 지명은 구단마다 선수단 구성과 미래 계획에 따라 전략적으로 진행한다. 구단마다 팀에 필요한 선수를 지명하게 마련이다. 또 구단 상황에 따라서 대졸 선수 비중이 클 수도, 고졸 선수 비중이 클 수도 있다. 대학 선수 지명을 강제적으로 하게 한다는 건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대학 선수가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는 게 아니다. 대학야구의 경쟁력이 과거보다 떨어진 게 근본적인 문제다. 재능 있는 고교 선수들은 하나같이 대학 진학을 외면하고 프로야구 직행만을 바란다. 여기엔 신고선수를 전부 고졸로 채우면서까지 고교 유망주를 싹쓸이했던 구단들의 잘못이 크다.

고교 선수들과 학부모 사이엔 ‘대학에 진학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뿌리 깊다. 대졸 선수는 고졸 선수보다 프로에서 4년 늦게 출발선에 선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취득기간, 군 복무 기간 등을 계산하면 대졸 선수가 프로에서 ‘대박’을 터뜨리기 쉽지 않은 여건이다.

이따금 대학에 진학해 기량이 부쩍 향상된 선수가 나오긴 하지만, 몇몇 '아웃라이어'일 뿐이다. 대학야구를 둘러싼 환경과 현실적 제약 때문에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KBO 이사회는 이런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 대신, 유명무실한 ‘대졸 선수 의무지명’만 급조해 내놨다. 의사결정 과정에 대학야구 종사자들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았다. 최근 국가대표 선발 문제 등을 놓고 대학야구계가 거세게 반발하자, 달래기 위해 내놓은 생색내기 대책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학야구 경쟁력 강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신인 드래프트 행사장. 대학야구 활성화를 위해선 의무 지명 같은 즉흥적 대책이 아닌 깊이있는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신인 드래프트 행사장. 대학야구 활성화를 위해선 의무 지명 같은 즉흥적 대책이 아닌 깊이있는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대학야구 활성화를 위해선 즉흥적인 임시방편 대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학야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한국대학야구연맹과 긴밀한 협조 아래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대학 4학년 이전에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얼리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해 우수한 선수들이 좀 더 많이 대학야구에 진출하게 하는 것도 방법 가운데 하나다.

한 대학야구 관계자는 “현재 10라운드로 제한된 신인 드래프트를 ‘무제한’으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신인 지명회의에서도 충분히 기량을 갖췄지만 지명받지 못한 대학 선수가 여럿 있었다. 만약 드래프트 지명 가능한 인원수에 제약이 없다면, 더 많은 대학 선수가 프로 지명을 받을 수 있다.”

KBO와 구단들이 좀 더 깊은 고민을 통해 대학야구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내놓길 바란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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