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재환이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토종 타자 최초로 시즌 40홈런 고지에 올랐다. 이제 김재환이 바라볼 곳은 1998년 타이론 우즈의 42홈런이다.

시즌 40홈런이라는 대기록 달성에도 김재환의 얼굴은 덤덤했다. 팀 승리에 힘을 보태는 홈런인 게 더 기뻤다는 김재환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시즌 40홈런이라는 대기록 달성에도 김재환의 얼굴은 덤덤했다. 팀 승리에 힘을 보태는 홈런인 게 더 기뻤다는 김재환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사직]

9월 12일 사직구장 9회 초 무사 1루에서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재환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날 이미 시즌 39홈런을 기록한 김재환은 구단 최초 토종 40홈런을 노리는 상황이었다. 마운드 위엔 롯데 자이언트 좌완 투수 고효준이 올랐다.

‘설마’라는 생각을 할 틈도 없이 김재환의 방망이가 고효준의 초구에 번쩍했다. 맞는 순간 이미 결론은 났다. 두산이 13대 7로 달아나는 비거리 130m짜리 대형 중월 2점 홈런이었다. 대기록의 순간임에도 김재환은 평소와 같이 묵묵히 베이스를 돌았다. 홈런을 맞은 고효준은 이해가 안 간단 표정으로 입을 벌리면서 고갤 갸우뚱거렸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토종 타자에게 ‘40홈런’은 역대 최초의 기록이다. 김재환 자신도 믿기 힘든 숫자였다. 경기 뒤 만난 김재환은 “오늘(13일) 40홈런을 달성했지만, 나에게 와 닿지 않는다. 믿기지 않는 거다. 상상도 못 했던 숫자라 더 실감이 안 난다. 사실 팀이 쫓기는 상황에서 나온 홈런인 게 더 기뻤다. 40홈런을 신경 썼다면 욕심 때문에 힘이 들어갔을 거다. 가볍게 치자는 생각으로 스윙했는데 운 좋게 홈런이 됐다”며 미소 지었다.

김재환은 시즌 40홈런으로 리그 홈런 단독 선두를 굳건히 유지했다. 이 부문 공동 2위인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37홈런)와 SK 와이번스 제이미 로맥(37홈런)과의 격차도 다소 벌렸다. 하지만, 김재환은 “(박)병호 형과 로맥 모두 힘이 대단한 타자들 아닌가. 타격감이 좋아지면 금방 뒤집힐 격차라고 생각한다”며 겸손함을 내비쳤다.

최 정의 부드러움을 닮고 싶은 김재환

김재환이 보여주는 100% 힘의 스윙은 이상적인 발사 각도의 라인 드라이브성 홈런을 만들어 낸다. 최 정의 부드러움까지 장착한다면 더 무서운 타자로 발전할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재환이 보여주는 100% 힘의 스윙은 이상적인 발사 각도의 라인 드라이브성 홈런을 만들어 낸다. 최 정의 부드러움까지 장착한다면 더 무서운 타자로 발전할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재환이 40홈런을 달성한 날 최근 경찰야구단에서 제대해 복귀한 팀 동료 외야수 정수빈도 데뷔 첫 연타석 홈런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정수빈에게 홈런 스윙을 비법을 가르쳐 줬냐는 질문에 김재환은 “내가 감히 (정)수빈에게 무얼 가르쳐 주겠나. 원래 잘하는 타자다. ‘정스타’ 아니겠나(웃음). 올 시즌 우리 팀 타자들이 미국 야구 영상을 많이 보면서 새로운 걸 더 배우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직접 미국까지 사비로 간 (오)재원이 형도 그렇고 다들 더 잘 치려고 노력한다”며 고갤 끄덕였다.

성적만 보면 걱정이 없을 것 같은 김재환에게도 고민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부드러운 스윙이었다. 김재환은 “나는 ‘임팩트’ 때 무조건 100% 힘을 쏟아붓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감독님도 매일 얘기하시지만, 맞으면 멀리 가더라도 계속 그렇게 치면 한계가 있다. (최)정이 형처럼 부드럽게 칠 필요가 있단 조언에 공감한다. 쉽진 않지만,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김재환의 눈은 타이론 우즈를 향한다. 1998년 OB 베어스에 입단한 외국인 타자 타이론 우즈는 그해 시즌 42홈런을 달성했다. 아직도 깨지지 않은 잠실구장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이다. 김재환이 홈런 3개만 추가하면 그 역사가 바뀐다. 게다가 김재환은 올 시즌 잠실구장(16홈런)에서도 꽤 많은 홈런을 기록하면서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았다.

우즈의 기록을 알고 있다. 40홈런과 마찬가지로 우즈도 감히 상상도 못 했던 선수다. 그래서 전혀 신경을 안 쓰려고 한다. 홈런을 몇 개 날려야겠단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시즌 목표가 따로 없다. 아시아경기대회를 다녀오니까 심적으로 더 편해진 기분이다. 대표팀에서 더 성장한 부분도 있어서 최근 타격감이 더 좋아진 것 같다. 이제 시즌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조금만 더 힘을 내야 한다. 내가 기대하는 결과는 팀의 정규시즌 우승뿐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