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시즌 1군 경험, 2년 차 시즌 풀타임 소화, 그리고 3년 차가 된 올 시즌. 최충연은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불펜투수로 성장했다. 3년 만에 초고속 성장을 이룬 최충연의 성장 비결은 끊임없는 노력과 공부에 있다.

데뷔 3년 만에 최고의 불펜 투수로 성장한 최충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데뷔 3년 만에 최고의 불펜 투수로 성장한 최충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한 번 물을 주면 다음 날 몰라보게 자라 있는 화초처럼, 먹은 만큼 쑥쑥 자라나는 성장기 아이처럼. 삼성 라이온즈 최충연은 프로 데뷔 후 지난 3년간 무서운 속도로 성장을 거듭했다.

2년 차 시즌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충연은 ‘미완의 대기’에 가까웠다. 뛰어난 신체조건과 잠재력을 인정받았지만, 1군 무대에서 경쟁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3년 차인 올 시즌엔 완전히 달라졌다. 볼 스피드는 물론 제구까지 몰라보게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로 올라섰다. 후반기엔 팀의 마무리 투수로 ‘승진’한 것은 물론,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최충연의 고속 성장 비결은 끝없는 노력과 연구에 있다. 투구폼을 수정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거듭했다. 구단이 도입한 트랙맨 데이터를 누구보다 열심히 활용한 선수가 바로 최충연이었다. 여기에 좋은 경험이 쌓이고, 자신감을 얻으면서 최충연은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투수로 성장했다.

가을 날씨가 성큼 다가온 9월 중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최충연은 여유와 자신감이 넘쳤다. 황금빛 가을 들판처럼 일 년 새 눈부신 성장을 이룬 최충연의 이야기에 엠스플뉴스가 귀를 기울였다.

“마무리 투수, 내 손으로 경기 끝낼 때 느낌은 최고”

마무리 선배 심창민과 최충연의 즐거운 한 때(사진=엠스플뉴스)
마무리 선배 심창민과 최충연의 즐거운 한 때(사진=엠스플뉴스)

아시아경기대회 이후로 세이브 상황에 마운드에 오르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이제는 삼성의 ‘마무리 투수’라고 소개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고갤 저으며)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홀드 상황에서 주로 등판하다가 세이브 상황에 등판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한데요.

음, 처음 세이브 상황에 등판했을 때만 해도 내심 걱정을 했어요.

어떤 걱정인가요.

‘이제 여기서 내 뒤에 아무도 없는데, 만약에 내가 ‘털리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죠.

그랬군요.

그럴 때 선배들이 해준 조언이 큰 도움이 됐어요. 중간 투수나 마무리나 크게 다를 것 없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죠. 그런 생각을 갖고 세이브 상황에 계속 등판하다 보니까, 나중엔 정말로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구요.

그래도 경기를 내 손으로 끝내는 순간의 쾌감 비슷한 건 있지 않나요.

물론 있죠. 중간에서 던질 땐 뒤의 형들에게 연결해줬다는 느낌이 강해요. 마무리는 아무래도 제가 던진 공으로 경기가 끝이 나니까, 그 끝냈을 때의 느낌이 정말 좋습니다. 야구하면서 느껴본 감정 중에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구속과 제구 동시 향상, 그 어려운 걸 최충연이 해냈다

지난 시즌 최충연의 특이한 투구폼(사진=엠스플뉴스)
지난 시즌 최충연의 특이한 투구폼(사진=엠스플뉴스)

지난 시즌 성적이 42경기 평균자책 7.61로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84이닝 동안 110안타를 맞고 삼진은 74개를 잡는데 그쳤구요. 하지만 올해는 15일 기준 평균자책 3.74에 77이닝 동안 71피안타 94탈삼진을 잡아내며 모든 면에서 리그 최정상급 불펜 투수로 성장했습니다. 비결이 뭔가요.

일단, 투구폼부터 작년과 많이 달라졌어요. 작년엔 와인드업을 이상하게 했잖아요.

글러브 쪽 팔을 앞으로 내미는 동작이 있었죠.

네. 팔을 앞으로 뻗은 뒤에 던졌죠. 힘을 모아야 하는데, 앞으로 쏠리듯이 던지다 보니 그러지 못했어요. 자연스럽게 팔각도도 내려가고, 패스트볼과 변화구의 위력을 살리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올해는 다른 느낌인가요.

예, 폼을 바꾸면서 릴리스 높이도 더 높아지고, 변화구도 자연스럽게 살아나면서 훨씬 좋아진 것 같습니다.

폼을 바꾼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불과 한 시즌 만에 투구폼을 바꿔서 성공을 거뒀습니다.

코치님들과 전력분석팀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코치님들께선 제가 폼을 만드는 과정에서 디테일한 부분들에 대해 많이 조언해 주시고, 수정해 주셨습니다. 또 전력분석팀에서도 트랙맨 데이터를 토대로 릴리스 포인트나 공의 스핀, 궤적 등을 상세하게 알려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데이터 덕분에 완전히까지는 아니라도 비슷하게는 고쳐갈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훈련을 마친 뒤 밤중에도 데이터 분석 담당자를 찾을 정도로 데이터 활용에 열심이란 얘길 들은 기억이 납니다.

예.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 미팅하면서 처음 트랙맨 데이터 설명을 들었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크게 와닿았거든요. 그렇게 하면 제가 좋지 않을 때와 좋았을 때를 비교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찾아가 문을 두드린 적도 많아요. 달라지는 게 마운드에서 나타나니까, 열심히 활용하고 있어요.

삼성의 다른 젊은 투수들도 마찬가지겠죠?

맞아요. 양창섭이나 김용하, 저보다 위의 심창민 형이 데이터를 많이 활용하는 편이에요. 투수가 자기 몸을 사용해 던진다고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니거든요. 또 나이 어린 투수 중엔 아직 확실한 자기만의 것이 없는 선수도 있어요.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좀 더 자연스럽게 자기 것을 갖게 되기도 하고, 고칠 수도 있으니까 다들 많이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전력투구하는 최충연(사진=엠스플뉴스)
전력투구하는 최충연(사진=엠스플뉴스)

최충연 선수의 변화 가운데 가장 신기한 부분은 해마다 빠른 볼의 구속이 놀라울 만큼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데뷔 첫 시즌에 평균 137km/h 정도에서 지난 시즌 143km/h로 빨라지더니, 올해는 평균 146km/h대를 기록하고 있어요. 비결이 뭔지 궁금합니다.

사실 첫 시즌에는 시범경기 때 옆구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어요. 그때는 제가 몸을 제대로 만들지도 못했고, 그냥 어, 어, 하면서 흘러가는 대로 하다 보니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어요. 작년엔 몸이 회복되면서, 제가 원래 던지는 볼 스피드가 자연스럽게 회복됐구요.

올해는요?

올해는 지난 시즌보다 근육량도 늘고, 체중이 증가하면서 힘이 생긴 것 같아요. 덕분에 제가 때리는 대로 볼 스피드가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스피드와 제구력은 반비례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충연 선수는 스피드가 빨라지면서 제구도 함께 좋아졌습니다. 볼넷 허용이 크게 줄었어요.

아무래도 자신감이 생긴 게 큰 것 같아요. 또 확실한 제 고정 보직이 생기면서 마음도 한결 편해졌구요. 무엇보다 코치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투구폼이나 메커니즘이 좋아지면서 볼넷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단순히 스트라이크를 집어넣는 컨트롤 수준이 아니라, 전반적인 ‘커맨드’가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가운데 몰리는 공도 없고, 코너워크도 잘 이뤄지구요.

그 부분을 잡으려고 신경을 많이 썼어요. 작년 같은 경우 등판할 때마다 볼넷 비율도 높았고, 스스로 위기를 만드는 경우가 허다했어요. 그래서 이번 스프링캠프 때는 볼 스피드를 줄여서라도 제구를 잡자고 다짐했었죠.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까 굳이 안 그래도 되겠더라구요.

어떤 의미인가요.

그 사이 몸에 힘이 붙은 덕분인지, 그렇게 안 해도 스피드가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구요. 가볍게 던진다는 마음으로 던져도 빠른 볼을 던질 수 있었어요. 또 시즌 시작한 뒤 경험이 쌓이고, 자신감이 생긴 것도 도움이 됐구요. 덕분에 컨디션이 정말 안 좋은 날만 제외하면 대체로 던지려는 쪽과 비슷한 곳으로 공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위풍당당 최충연 “궁극적 목표는 선발, 10승 투수가 목표”

최충연은 당당하게 말한다. 지금은 불펜 투수지만, 궁극적 목표는 선발 10승 투수가 되는 것이라고(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최충연은 당당하게 말한다. 지금은 불펜 투수지만, 궁극적 목표는 선발 10승 투수가 되는 것이라고(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KIA 임기영 선수는 아시아경기대회 국가대표팀에서 타자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올 시즌 부진을 극복할 힌트를 얻었다고 했습니다. 최충연 선수에게도 대표팀 경험이 큰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저도 마찬가지에요. 그동안 상대 팀으로 만났던 타자 형들에게 제 공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뭐라고들 하던가요.

제 공이 좋을 때는 정말 좋은데, 안 좋은 날엔 치기 쉬운 공이 된다는 얘길 들었어요. 컨디션이 좋든 안 좋든 간에 일관성 있는 피칭을 해야 할 필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야 타자들의 생각도 달라질 것 같아요. 대표팀에서 좋은 경험 많이 했고,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돌아왔습니다.

대표팀 경험도 좋고 다 좋은데,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는데요.

네?

올 시즌 너무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리그 불펜투수 가운데 최다 이닝을 던지고 있잖아요.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솔직히 전혀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래도 이 시기쯤 되면 다른 팀 투수들도 모두 힘든 시기잖아요. 그래서 이닝 수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팀에서도 관리를 잘 해주시구요, 정신력으로 던지고 있습니다. 아직 별다른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아요.

짧은 시간 동안 참 다양한 역할을 경험했습니다. 선발 수업도 하다가, 불펜으로 전향했다가, 이젠 마무리 투수 역할까지 하고 있는데요. 어떤 목표를 갖고 시즌을 치르는지 궁금합니다.

역할에 따라 목표가 조금씩 달라져요. 중간에서 던질 때는 홀드왕도 해보고 싶고, 마무리로 던질 때는 블론세이브를 줄이고 싶은 목표도 있구요. 그런데 최종 목표는 따로 있습니다.

역시 선발투수인가요.

(고갤 끄덕이며) 예. 물론 불펜도 저한테 잘 맞긴 하지만, 선발 욕심은 마음속에 항상 갖고 있죠. 처음 신인으로 들어와서 아무것도 모를 때 당당하게 말했던 선발 10승을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습니다. 제 목표가 좀 많은 편인가요? (웃음)

그만큼 지난 3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이뤘단 증거겠죠.

너무 짧은 시간에 갑자기 잘 되니까, 솔직히 조금은 불안하기도 해요. 확 올라갔다가 확 떨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구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응원하는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최충연 야구, 어떤 야구입니까.

일단 제가 마운드에 올라가면 팬들이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투수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선배들과 함께 잘 던져서, 가을야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지금 가을야구가 거의 눈앞에 있잖아요. 남은 시즌 부상 없이 지금의 컨디션을 잘 유지해서, 마지막엔 다 함께 웃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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