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 히어로즈 코칭스태프는 그간 부당한 비난과 평가절하에 시달렸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보는 지금, 넥센 코치진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넥센 코칭스태프, 재평가가 필요하다(사진=엠스플뉴스)
넥센 코칭스태프, 재평가가 필요하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온갖 악재 속에서도 젊은 선수 육성하면서 4위까지 하고 있으면, 정말 잘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우리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너무 평가절하되는 것 같아 솔직히 아쉽습니다.

넥센 히어로즈 한 코치가 기자와 이야기하다 불쑥 꺼낸 얘기다. 가볍게 지나가는 말처럼 한 얘기지만, 말 속에 뼈가 있었다. 가을야구를 바라보는 다른 팀 감독들에겐 수시로 ‘명장’ ‘갓00’ 같은 과한 수식어가 붙는데도, 유독 넥센 코칭스태프만 야박한 평가를 받는 데 대한 진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구단 안팎의 온갖 악재, 그런데도 가을야구 눈앞... 재평가 필요한 넥센 코치진

작년 9월의 악몽은 잊었다. 올 시즌엔 9월에도 질주하는 넥센이다(사진=엠스플뉴스)
작년 9월의 악몽은 잊었다. 올 시즌엔 9월에도 질주하는 넥센이다(사진=엠스플뉴스)

넥센 히어로즈는 9월 20일 경기까지 파죽의 5연승을 달렸다. 아시아경기대회 휴식기 이후 8승 6패로 좋은 성적을 이어가며, 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3위 한화와의 거리도 2.5경기차로 사정권이다. 5위 LG와는 5경기차로 여유가 있다. 지난 시즌 아쉬움을 딛고, 2년 만에 다시 가을야구 진출을 앞두고 있는 넥센이다.

놀라운 건 이 성과가 구단 안팎의 온갖 악재를 뚫고 이룬 것이란 점이다. 넥센은 올 시즌 전지훈련 첫날부터 이장석 구단주 구속이란 대형 악재와 만났다. 당장 내년 시즌 구단명이 뭐가 될지도 안개속인 상황이다. 시즌 중엔 뒷돈 트레이드 파문도 터졌다.

선수단 내에서도 안 좋은 일이 이어졌다. 마무리 투수와 주전 포수가 불미스러운 일로 이탈했다. 박병호, 서건창, 에스밀 로저스 등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다른 구단의 10년치 악재를 한 시즌에 몰아서 경험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웬만한 팀이라면 몇 번을 고꾸라졌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 하지만 넥센은 그때마다 툭툭 먼지를 털고 일어나,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고 전열을 정비해 거짓말처럼 다시 도약했다. 주전 선수가 빠진 선수엔 젊은 선수가 새로운 주전으로 솟아났고, 구단을 향한 부정적 여론이 커질 때면 승리로 만회했다. 이장석 전 대표가 항소심 실형선고를 받은 날, 넥센은 김하성의 끝내기 안타로 4연승을 달렸다.

악재 속에서 상위권을 유지한 넥센의 기적을 가리켜 많은 사람은 구단의 역할을 칭찬한다. 스카우트와 트레이드, 육성에서 괄목할 성과를 낸 구단의 공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은 이택근, 오주원 등 베테랑 선수들의 역할도 칭찬 대상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장정석 감독과 셰인 스펜서 퓨처스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역할도 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넥센 코치의 생각이다. “과찬을 바라는 게 아니라, 너무 평가절하되는 것 같아서 하는 얘기입니다.” 이 코치의 말이다.

넥센 벤치, 첫 시즌 시행착오 발판 삼아 가을야구 노린다

장정석 감독은 감독 2년차에 가을야구를 눈앞에 두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장정석 감독은 감독 2년차에 가을야구를 눈앞에 두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실제 올 시즌 넥센 코칭스태프의 행보를 살펴보면, 지난 시즌 시행착오를 발판으로 크게 흠잡을 곳 없는 안정적 선수단 관리와 시즌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

넥센은 10개 팀 가운데 가장 선발 로테이션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팀에 속한다. 로저스 시즌 아웃이란 대형 악재가 터졌지만 빠르게 선발진을 재정비했고, 최원태의 부상 이탈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선발야구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엔 이승호, 안우진 등 19살 신예 선수를 선발진에 투입하는 승부수도 띄웠다. 포스트시즌 경쟁 중인 팀으로선 쉽지 않은 결단이다. 작년 같은 경우 외국인 투수를 ‘4일턴’으로 투입하는 무리수가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올시즌엔 반대로 젊은 투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과감한 결단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

주축 선수가 빠진 자리엔 새로운 선수를 적재적소에 투입해 빈 자리를 채웠다. 베테랑 선수와 신예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서, 팀내에 건강한 긴장감이 형성되고 동기 부여 효과를 내고 있다. 게임 운영에서도 한결 여유가 묻어나온다. 연패에 빠지고 핀치에 몰렸을 때도, 벤치에서 여유와 자신감을 표현하며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넥센 관계자는 “스펜서 감독을 비롯한 화성 코칭스태프가 젊은 선수들을 잘 육성해 주고 있다. 또 화성에서 1군으로 올라온 코치들이 선수단과 관계를 잘 형성하고, 아직 성장 중인 젊은 선수들과 원활하게 호흡하고 있다. 장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안정적인 운영과 리더십으로 전력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코칭스태프의 공을 높이 평가했다.

그간 한국야구에선 스타 플레이어 출신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감독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강했다. 감독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고, 신출귀몰한 작전과 선수 기용으로 경기에 개입해야 ‘명장’ 소릴 듣곤 했다.

그에 비해 넥센 코칭스태프 가운데 현역 시절 스타 플레이어 출신은 많지 않다. 경기에서 벤치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우도 드물다. 넥센 코치는 “감독이 개입하지 않고 참는 게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며 “그만큼 선수들을 신뢰해야 가능한 일”이라 했다.

온갖 악재와 비난, 평가절하 속에서도 성큼성큼 포스트시즌 진출이란 결과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 넥센. 굳이 코치의 하소연이 아니라도, 올 시즌 넥센의 성공에서 코칭스태프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 재평가가 필요한 영웅군단 코칭스태프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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