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96시즌 이후 사상 두 번째 ‘3년 연속 하위권’ 유력해진 삼성

-시즌 전 하위권 예상 극복하고 시즌 막판까지 가을야구 경쟁 펼쳐

-최충연 등 영건 활약 성과, 마운드 전망 밝다

-빈약한 공격력이 약점, 이학주 가세 효과 볼까

시즌 마지막까지 5강 경쟁을 펼친 삼성 라이온즈(사진=엠스플뉴스)
시즌 마지막까지 5강 경쟁을 펼친 삼성 라이온즈(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삼성 라이온즈의 가을야구 탈락이 사실상 확정됐다. 6위 삼성이 시즌 최종전에서 승리해도, 5위 KIA와 공동 6위 롯데가 2경기 맞대결을 남겨두고 있어 두 팀 중에 5강 진출 팀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롯데가 KIA와 2경기에서 1승 1무를 거두고 두산에 패하는 경우의 수가 있긴 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만약 이대로 순위가 확정되면 삼성은 2016시즌(9위)부터 3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게 된다. 삼성이 3년 연속 하위권에 그친 건 창단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결과만 놓고 보면 1994~96년에 이은 ‘2차 암흑기’라 봐도 무방하다. 당시 삼성은 지역 연고 유망주 고갈과 주전 선수 노쇠화로 세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바 있다.

하지만 참담했던 지난 두 시즌과 달리, 올해는 사실상 5강 좌절 속에서도 희망적인 요소가 적지 않았다. 일단 시즌 전 최하위권으로 분류됐던 전력을 이끌고 끝까지 5강 싸움을 했다는 사실 자체로 고무적이다.

특히 5월 이후로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이 기간 승률 4위(56승 4무 52패 0.519)의 좋은 성적을 냈다. 시즌 중반 한때는 5위권 진입까지 이뤘다. 시즌 첫 30경기 부진(10승 20패 최하위)만 아니었다면, 좀 더 높은 곳에서 시즌을 마칠 수도 있었던 삼성이다.

‘영건 트리오 활약’ 삼성 마운드, 내년에 더 강해진다

삼성의, 그리고 KBO리그 마운드의 희망 최충연(사진=엠스플뉴스)
삼성의, 그리고 KBO리그 마운드의 희망 최충연(사진=엠스플뉴스)

삼성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비결은 탄탄한 마운드다. 올해 포수 강민호를 영입하고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가 복귀한 삼성은 팀 평균자책 5위(5.22)에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 18.51승으로 4위의 기록을 남겼다. 특히 불펜은 평균자책 2위(4.70)에 WAR도 10.83승으로 2위를 기록하며 한화 다음으로 막강한 불펜을 자랑했다.

삼성 마운드의 선전은 ‘영건’들이 이끌었다. 올해 삼성 마운드엔 팀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유망주 투수가 대거 등장했다. 최충연은 11일 기준 69경기 16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 3.64로 리그 정상급 불펜 에이스로 도약했다. 특히 후반기 보여준 투구내용은 미래의 오승환을 예감하게 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후반기 평균자책 1.99 불펜투수 1위).

광활했던 선발진에도 신인 우완 양창섭과 좌완 최채흥이 등장했다. 양창섭은 18경기에서 7승 6패 평균자책 5.15로 가능성을 보였고, 최채흥은 후반기 4경기에서 2승에 13이닝 1실점의 놀라운 호투로 앞으로를 기대하게 했다. 만약 최충연까지 선발로 전향하면, 다른 구단이 부러워할 만한 ‘영건 선발 트리오’ 결성까지 가능하다.

외국인 투수 팀 아델만과 리살베르토 보니야는 로테이션은 꾸준히 소화했지만 외국인 에이스에게 기대하는 ‘압도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만약 두 선수가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더 좋은 피칭을 선보이거나, 더 강력한 외국인 투수가 받쳐준다면 삼성은 더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퓨처스팀에선 최지광, 박용익, 맹성주 등 2, 3년 내 입단한 젊은 투수들이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기에 2019 신인 원태인, 오상민, 서장민 등 유망주 투수들까지 합류를 앞두고 있어,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삼성의 마운드다.


‘유격수 대어’ 이학주 가세, 공·수·주 플러스 효과 기대

내년 삼성에는 대어급 유격수 이학주가 합류한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내년 삼성에는 대어급 유격수 이학주가 합류한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마운드에 비해 공격력 쪽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팀 OPS 8위(0.783), 팀 득점 7위(764점), 팀 홈런 9위(142홈런)의 빈약한 공격력이 강한 마운드를 충분히 지원하지 못했다. 리그 정규구장 가운데 가장 홈런팩터가 높은(1149) 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이 홈런을 때리지 못하는 아이러니다.

올 시즌 삼성 1군 야수진의 평균연령은 30.5세로 KIA(31.3세), 롯데(30.6세)에 이은 고령 팀이다. 최근 부상한 김헌곤, 최영진도 30세로 유망주와는 거리가 있고 김성훈, 백승민, 김성윤 등 신예들은 교타자에 가깝다. 퓨처스팀에도 거포 유망주로 분류할 만한 선수가 마땅찮아, 하루아침에 팀의 화력을 끌어올리는 건 쉽지 않은 과제다.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굳이 구장 특성에 얽매일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장타력은 부족하지만, 대신 삼성은 수비와 주루에 강점이 있는 팀이다.

특히 내년 대어급 유격수 이학주가 가세하면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삼성은 강민호-이학주-박해민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센터라인 구축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이학주의 타격에 대해 “홈런타자 유형은 아니지만 2루타, 3루타를 많이 때릴 수 있는 유형”이라 평가했다. 이학주가 기대만큼의 공격력을 발휘해 준다면, 수비는 물론 공격까지 업그레이드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또 이학주는 주루 플레이 능력도 수준급이다. 십자인대 부상 전까지 마이너리그에서 해마다 25개 이상의 도루를 성공시켰고, 부상 복귀 이후에도 한 차례 20도루를 기록한 바 있다. 주루지표 1위, 팀 도루 2위(114도루) 팀 삼성으로선 기대를 걸어볼 만한 대목이다.

올해는 주로 투수 파트에서 효과를 본 트랙맨 데이터가 내년엔 타자 파트에서 본격적인 효과를 낼지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삼성은 올 시즌 김상수, 박해민, 김헌곤 등 홈런과는 거리가 멀었던 타자들의 장타가 늘어났다. 도입 초기보다 데이터가 쌓이고 활용도가 늘어난 만큼, 타자들의 장타 증가와 기량 향상에 좀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994년부터 96년까지 암흑기를 경험한 삼성은 1997년 정경배, 최익성, 신동주 등 신예 타자들의 활약 속에 강력한 공격력을 발휘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이후 삼성은 2008년까지 18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어가며 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제 2의 암흑기를 통과한 삼성이 이번엔 타격이 아닌 마운드의 힘을 앞세워 재도약을 이뤄낼지 지켜보자.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