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진출 확률, 넥센이 58.6%로 41.4% 한화보다 우세

-단기전 중요한 컨택트, 불펜, 탈삼진 등은 한화가 우세

-키스톤 콤비와 포수 수비 중요, 뚜껑 열어봐야 결과 안다

선전을 다짐하는 한화와 넥센 선수단(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선전을 다짐하는 한화와 넥센 선수단(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쌀쌀한 바람이 분다. 거리마다 가을 냄새가 난다. 서늘한 바람과 가을 냄새는 새로운 가을의 전설이 탄생할 시간이 됐다는 증거다. 10월 19일, 대전에서 열리는 1차전을 시작으로 2018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가 막을 올린다. 유광이든 무광이든 잠바를 꺼내 입고 가을야구 축제를 즐길 시간이다.

해마다 포스트시즌이 되면 다양한 분석과 예상이 나온다. 대개 정규시즌 전적, 최근 기세, 경험 많은 베테랑, 선발 원투펀치가 예상의 근거가 된다. 엠스플뉴스는 조금 다른 기준을 사용해 포스트시즌을 전망해 보려고 한다. 가을야구에 대한 기존의 ‘미신’ 대신, 포스트시즌 승리와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통계 지표를 근거 자료로 삼을 것이다.

컨택트 능력: '용규놀이' 건재한 한화 우세

여전히 리그 정상급 컨택트 능력을 자랑하는 이용규(사진=엠스플뉴스)
여전히 리그 정상급 컨택트 능력을 자랑하는 이용규(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KBO리그는 역사에 남을 타고투저 시즌을 보냈다. 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1756개의 홈런이 터져 나왔다. 똑딱이 타자도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렸고, 어떤 홈런 공은 지금까지도 창공을 날아가는 중이다. 어찌나 홈런이 많이 나오는지 일반인 시타자도 배트를 휘두르면 담장을 넘길 수 있을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 다른 무대다. 가을야구엔 리그 상위권 전력을 갖춘 팀들만 출전권을 얻는다. 모든 참가팀이 평균 이상 투수력을 자랑한다. 투수력이 빈약한 팀, 형편없는 투수보다는 차라리 걸그룹 멤버 시구자가 마운드에 올라갈 확률이 높은 무대가 바로 포스트시즌이다.

수준급 투수 상대로 홈런이나 볼넷을 얻기는 쉽지 않다. 또 단기전에선 아웃카운트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는 삼진보다는, 일단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서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 게 중요하다.

일단 배트에 맞혀서 페어 지역 안으로 날려 보내면, 포수가 타격을 방해하거나 유격수가 놓치거나 더그아웃으로 송구하는 ‘사건’을 기대할 수 있다. 단기전에서 타자들의 컨택트 능력과 삼진율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컨택트%

한화 78.0% 넥센 76.5%

타석당 삼진%

한화 19.8% 넥센 20.9%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나는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는 어떨까. 일단 정규시즌 팀 전체 컨택트 능력을 놓고 보면 한화가 넥센보다 우세했다. 한화는 컨택트 성공율 78%로 76.5%의 넥센보다 다소 좋은 기록을 냈다. 타석당 삼진 비율도 한화가 19.8%로 삼진 1위팀 넥센의 20.9%보다 나았다.

한화는 주전 선수 대부분이 80% 이상의 좋은 컨택트 확률을 기록했다. ‘용규놀이’의 창시자 이용규(91%)를 필두로 정근우(85.1%), 양성우(84.7%), 최재훈(82.2%), 강경학(81.9%), 김태균(80.7%), 제라드 호잉(80.0%)이 고루 평균보다 높은 컨택트 확률을 올렸다.

반면 넥센은 주전 가운데 이정후(90.7%), 서건창(87.7%), 김하성(83.6%), 송성문(81%)이 높은 컨택트율을 기록했지만, 박병호(67.8%), 임병욱(68.1%), 김혜성(73.3%), 김재현(73.7%)의 컨택트율은 평균보다 훨씬 낮았다.

불펜: 한화의 압승, 넥센 ‘베테랑 불펜’ 역할 주목

넥센은 마무리 김상수의 활약이 중요하다. 사진 왼쪽부터 장정석 감독, 김상수, 김하성 순(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넥센은 마무리 김상수의 활약이 중요하다. 사진 왼쪽부터 장정석 감독, 김상수, 김하성 순(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일반적으로 포스트시즌 경기는 선발보다 불펜 싸움에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단기전에선 평소보다 빠른 타이밍에 투수교체가 이뤄진다. 매 경기 총력전이 펼쳐지기 때문에 한쪽이 큰 점수차로 리드하는 상황도 좀체 나오질 않는다. 좋은 마무리와 강력한 불펜을 보유한 팀이 유리한 이유다.

구원 WPA

한화 2.85 넥센 -7.48

구원 WAR

한화 12.39 넥센 3.53

승계주자실점%

한화 33.0% 넥센 41.3%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날 두 팀의 시즌 기록만 놓고 보면, 불펜 싸움은 한화의 압승이다. 한화는 구원투수가 추가한 승리 확률(WPA)에서 2.85로 리그 1위를 차지한 반면, 넥센은 -7.48에 그쳤다. 불펜의 대체선수 기여승수(WAR) 역시도 한화는 12.39승으로 전체 1위에 올랐고 넥센은 3.53승으로 9위에 머물렀다.

한화는 세이브 1위(35세이브) 정우람을 필두로 불펜 WAR 3위 송은범(2.94승), 4위 이태양(2.63승), 5위 박상원(2.45승)을 보유한 팀이다. 리그 불펜 WAR 10위권에 한화 투수만 4명이다. 그만큼 불펜진의 능력이 뛰어나고, 전력상 불펜 의존도가 높다.

반면 넥센은 전력상 불펜이 가장 큰 약점이다. 시즌 전 마무리로 낙점했던 조상우가 이탈하면서 시즌 내내 불펜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팀내 불펜 WAR 1위는 추격조 투수 양 현(1.02승)으로 리그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26위다. 마무리 김상수는 18세이브를 거두긴 했지만 평균자책 5.17로 ‘강력한’ 마무리와는 거리가 있다. 베테랑 불펜투수들은 구위가 약하고, 구위가 좋은 젊은 투수들은 경험이 부족하다. 불확실성이 크다.

다만 베테랑 이보근, 김상수의 최근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는 게 위안거리다. 16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이보근은 2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고 승리를 챙겼고, 김상수도 9회를 투구수 9개로 깔끔하게 틀어막았다. 어차피 단기전은 시즌 성적보다 당일 컨디션이 좌우한다. 베테랑 투수들이 분발하고, 안우진 등 강력한 구위를 지닌 선수들이 의외의 활약을 해준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탈삼진 능력: ‘샘슨’ 버틴 한화 우세

한화 키버스 샘슨은 정규시즌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을 과시했다(사진=엠스플뉴스)
한화 키버스 샘슨은 정규시즌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을 과시했다(사진=엠스플뉴스)

삼진은 가장 확실하게 아웃을 잡는 방법이다. 일단 공이 배트에 맞아 인플레이 타구가 되면, 그 다음은 투수의 통제 영역을 벗어난다. 수비수의 능력과 운에 맡겨야 한다. 돌멩이에 맞아 불규칙 바운드가 될지, 바람을 타고 이상한 곳으로 날아갈지, 스티브 바트만이 손을 내밀지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삼진을 잡으면 모든 불확실성이 사라진다. 또 삼진이 안 되더라도, 강한 공을 던져 타자가 좋은 타구를 때리는 걸 억제하면 그만큼 아웃을 잡아낼 가능성이 커진다. 단기전에서 투수들의 탈삼진 능력, 헛스윙 잡는 능력이 중요한 이유다.

이 부면에서 한화는 넥센보다 나은 기록을 냈다. 9이닝당 탈삼진은 7.94개로 9이닝당 8개에 가까운 삼진을 잡았다. 7.17개에 그친 넥센보다 거의 1개 가까이 많은 삼진을 잡은 셈이다. 헛스윙 비율도 21.8%로 21.4%의 넥센보다 근소하게 우위를 점했고, 컨택트 허용율도 78.3%로 78.8%의 넥센보다 좀 더 나았다.

9이닝당 탈삼진

한화 7.94개 넥센 7.17개

헛스윙%

한화 21.8% 넥센 21.4%

컨택트 허용%

한화 78.3% 넥센 78.8%

한화는 탈삼진 1위 키버스 샘슨(9이닝당 탈삼진 10.86개)이 버티는 가운데 불펜에서 이태양, 정우람, 박상원이 모두 9이닝당 9개 이상을 잡아내 대부분의 주력 투수가 뛰어난 탈삼진 능력을 자랑했다.

반면 넥센은 에릭 해커, 제이크 브리검 등 외국인 선발투수가 삼진보다는 그라운드볼에 의존하는 스타일이다. 불펜 쪽도 ‘소프트 토서’ 유형이 많다. 다만 9이닝당 10.99개를 잡아낸 마무리 김상수와 10.02개를 기록한 안우진에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수비력: 키스톤 콤비-포수를 주목하라

넥센은 신예 김혜성이 주전 2루수로 출전한다(사진=엠스플뉴스)
넥센은 신예 김혜성이 주전 2루수로 출전한다(사진=엠스플뉴스)

누군가 ‘단기전에서 수비력이 왜 중요한지’ 묻는다면 긴 설명이 필요없다. 넥센과 KIA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다시 보라는 말로 충분할 것이다. 수비의 중요성은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다르지 않다.

정규시즌 수비력만 놓고 보면 한화가 넥센보다 좀 더 나았다. 범타처리율(DER)은 넥센이 0.672로 한화(0.669)보다 좀 더 우세했지만 평균대비 수비 승리기여 지표에선 한화가 1.725를 기록해 0.386의 넥센보다 좋은 수치를 기록했다.

평균대비 수비 승리기여

한화 1.725 넥센 0.386

DER

한화 0.669 넥센 0.672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눈여겨볼 포지션은 센터라인, 그 중에서도 키스톤 콤비와 포수 자리다. 중견수 자리엔 리그 정상급 수비를 자랑하는 이용규와 임병욱이 버티고 있어 큰 걱정이 없다.

문제는 내야 쪽이다. 한화는 정규시즌 실책 4위(18개) 하주석이 유격수로 나서고 2루수로는 정은원과 강경학이 나선다. 다들 수비 능력은 모두 뛰어나지만,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게 약점이다. 경험 부족이 경기 상황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경험 부족은 넥센도 마찬가지. 2루 자리에 19살 신예 김혜성이 출전하고 포수로는 그간 백업 역할을 했던 김재현과 주효상이 출전한다. 젊은 선수들이 ‘패기’로 경험부족을 극복할지, 아니면 경험부족이 클러치 상황에서 발목을 잡을지는 좀처럼 예상하기 힘든 부분이다.

예상: 시즌 성적은 넥센 우세, ‘가을야구 최적화’ 팀은 한화

미디어데이에서 5차전을 예상한 한화와 4차전을 예상한 넥센(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미디어데이에서 5차전을 예상한 한화와 4차전을 예상한 넥센(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이제 준플레이오프 최종 결과를 예상할 차례다. 정규시즌 피타고리안 기대승률을 바탕으로 경우의 수를 구해보면 넥센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넥센은 3승 1패로 승리할 가능성 22.2%, 3승 2패로 이길 가능성 20.1%등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 58.6%를 나타냈다. 반면 한화의 PO행 확률은 41.4%로 높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규시즌 전력을 토대로 한 예상일 뿐, 단기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법은 없다. 실제 단기전 승부에선 경기 당일의 컨디션, 수비와 주루에서의 작은 실수, 감독의 판단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넥센은 내국인 에이스 최원태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강점인 '선발진'에 구멍이 난 상황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한화는 컨택트 능력, 불펜, 탈삼진 능력 등 단기전 승패를 좌우하는 많은 부면에서 넥센보다 우위를 보였다. 144경기 페넌트레이스에서는 넥센이 더 나은 결과를 냈어도, 5전 3선승제 단기전에선 얼마든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미국의 통계 분석가 네이트 실버는 “포스트시즌 야구는 전쟁만큼이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오늘, 대전에서 전쟁보다 더 치열한 승부가 시작된다. 한화와 넥센 중에 어느 팀이 새로운 가을 전설의 주인공이 될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지켜보자.

통계출처=스탯티즈(www.statiz.co.kr)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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