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 기조가 강화되는 걸까. KIA 타이거즈가 올 시즌이 마무리되자 대규모의 선수단·코치진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KIA 구단과 김기태 감독은 2019년 대변혁을 위한 새판짜기에 들어간다.

KIA 김기태 감독이 와일드카드 결정전 탈락 뒤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KIA 김기태 감독이 와일드카드 결정전 탈락 뒤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대변혁이 시작됐다. KIA 타이거즈가 본격적으로 리빌딩 모드에 돌입한다. 선수단과 코치진에 대거 변화를 주면서 분위기 전환을 노리는 KIA다.

KIA는 10월 19일 기존 선수 14명·코치 7명과 재계약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먼저 선수단에선 김진우·곽정철·김종훈·이윤학·정윤환·윤희영·박희주 등 투수 7명, 권유식 포수 1명, 박효일·오상엽·김성민 등 내야수 3명, 이영욱·이호신·김다원 등 외야수 3명을 내년 시즌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됐다.

방출 선수들 가운데 가장 눈에 들어오는 이름은 1983년생 베테랑 투수 김진우다. 지난해 무릎 수술로 재활한 김진우는 시즌 끝까지 1군 등판 기회를 얻지 못했다. 전반기 막판부터 구단에 먼저 방출 요청을 한 김진우는 결국 프로 입단부터 쭉 몸담았던 KIA를 떠난다.

김진우는 “프로에 입단할 때도, 복귀할 때도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앞으로 공을 계속 던지는 무대가 타이거즈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몸 상태는 건강하다. 어디에서든 공을 던지고 싶다. 불러만 주신다면 1년이든 6개월이든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노력하겠다”며 현역 연장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김진우 이외에도 이호신(1984년생)·이영욱(1985년생)·김다원(1985년생)·곽정철(1986년생)·김종훈(1989년생) 등 나이 30대를 넘어간 선수들이 방출됐다.

본격적인 리빌딩 신호탄을 쏜 모양새다. KIA 조계현 단장은 어린 선수들의 육성에 집중하고자 결단을 내렸다. 물론 방출된 선수들이 기회를 못 잡고 떠나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전반적인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시급해진 KIA의 차세대 야수 육성

KIA는 유망주 내야수 황대인이 3루수 자리에 안착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3루수 수비 실력 향상은 여전히 필요한 황대인이다(사진=KIA)
KIA는 유망주 내야수 황대인이 3루수 자리에 안착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3루수 수비 실력 향상은 여전히 필요한 황대인이다(사진=KIA)

사실 KIA 박흥식 퓨처스팀 감독이 올 시즌 부임하면서 구단의 육성 기조가 강화되는 흐름이었다. 박 감독은 퓨처스리그에서 젊은 야수들을 꾸준히 기용하면서 실력 향상에 도움을 줬다. 박 감독의 지도 아래 올 시즌 박준태·류승현·신범수 등 젊은 야수들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박 감독은 “옛날부터 지켜보니까 2군으로 내려온 몇몇 선수는 당연히 다시 올라갈 줄 알고 퓨처스리그 경기를 설렁설렁 뛰더라. 그러면 2군에서 진짜 열심히 하는 젊은 선수들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잠시 내려온 선수들은 3군으로 보내 컨디션 조절을 하도록 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젊은 선수들 위주로 꾸준히 퓨처스리그 경기를 뛰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수단 정리로 KIA의 육성 기조가 더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특히 1군에서도 리빌딩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베테랑 선수들을 인위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아닌 젊은 유망주들을 체계적인 단계 아래 1군에서 성장하도록 하는 흐름이 필요하다.

한 현장 관계자는 팀 야수진에서 지명타자 자리에 들어가야 할 베테랑 선수들이 너무 많다. 그만큼 팀 수비에 허점이 보일 수밖에 없다. 결국, 젊은 유망주 야수들이 공·수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야 할 때가 곧 온다고 바라봤다.

야수진의 핵심인 ‘키스톤 콤비’ 안치홍·김선빈은 내년 시즌을 마치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한다. 물론 두 선수를 모두 다 잡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100% 확률은 없다. KIA가 차세대 야수 육성에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할 까닭이다.

올 시즌 팀 사정상 다양한 수비 포지션을 소화한 최원준은 내년부터 고정적인 수비 자리를 맡을 필요가 있다. 최근 상무야구단에서 제대한 내야수 황대인도 3루수 수비 실력을 향상해야 한다. 황대인이 3루수로 자리 잡기 위해선 1년 이상의 시행착오 기간이 필요하단 게 박 감독의 시선이다. KIA에 흔치 않은 거포 자원인 김석환 역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려야 할 시기가 왔다.

대대적인 코치진 개편 시작, 더 잘해야 할 타이거즈를 위한 처방

조계현 단장(왼쪽)은 김기태 감독(오른쪽)과 협의를 통해 코치진 개편을 하겠다고 밝혔다(사진=KIA)
조계현 단장(왼쪽)은 김기태 감독(오른쪽)과 협의를 통해 코치진 개편을 하겠다고 밝혔다(사진=KIA)

앞서 나온 리빌딩 흐름과 맞물려 코치진 개편도 대대적으로 진행된다. 신동수·정회열·김태룡·유동훈 코치(이상 퓨처스팀), 백인수·박재용·홍우태 코치(이상 3군)와의 재계약이 불발됐다. 효율적인 육성 조직 재편과 더불어 육성 능력을 더 잘 발휘할 새로운 지도자를 데려온단 계획이다.

조계현 단장은 다른 팀들도 우리보다 더 큰 규모로 코치진 개편이 이뤄졌다. 우리 역시 앞으로 지금보다 더 잘하는 팀을 만들고자 변화를 줬다. 1군 코치진 구성 변화도 김기태 감독님과 상의해서 신중하게 결정하겠다. 시간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올 시즌 1군 수석코치를 맡았던 정회열 코치가 구단을 나간 것이 특이사항이다. 10월 4일 1군에서 말소된 정 코치는 끝내 포스트시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 김기태 감독은 정 코치 말소에 대해 “남은 시즌을 더 잘해보기 위한 결정”이라고 짧게 설명했다.

김 감독은 수석코치를 포함한 코치진 개편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수석코치 자리엔 감독을 잘 보좌하면서 코치진을 하나로 이끄는 역할을 하는 최선임자라는 본연의 의미에 충실할 수 있는 인물을 구해야 할 상황이다. 올 시즌 팀 평균자책 9위(5.40)로 부진했던 마운드 파트에도 어떤 처방을 내릴지도 관심사다.

김기태 감독은 10월 16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탈락 뒤 “나부터 반성하겠다”며 2019년 팀의 대변혁을 암시했다. 그리고 3일 뒤 큰 규모의 선수단과 코치진이 팀을 나갔다. ‘윈 나우’가 아닌 리빌딩 흐름을 강화하면서 ‘디펜딩 챔피언’의 구겨진 자존심 회복을 위한 변화가 하나둘씩 시작됐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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