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의 가을야구가 허망하게 끝날 수 있는 분위기다. 한화 이글스가 벼랑 끝에 몰렸다. 미디어 데이에서 펼친 한화의 손가락 5개가 현실이 되려면 이젠 리버스 스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한화와 비슷한 처지였던 2008년 롯데 자이언츠와 2013년 LG 트윈스와 같은 엔딩은 피해야 한다.

팀 타선의 엇박자와 흔들린 불펜에 당혹스러운 한용덕 감독이다. 어떻게든 3차전에서 반전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다(사진=엠스플뉴스)
팀 타선의 엇박자와 흔들린 불펜에 당혹스러운 한용덕 감독이다. 어떻게든 3차전에서 반전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11년 만에 부푼 가슴을 안고 나선 가을야구에서 곧바로 탈락 위기다. 진짜 벼랑 끝에 몰린 한화 이글스가 단 세 경기 만에 떨어질 가능성이 생겼다. 연이은 엇박자에 한화 한용덕 감독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답답함은 컸다.
한화는 1차전부터 2대 3으로 분패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이어진 2차전에서도 5대 7 역전패를 당했다. 특히 1차전 데이비드 헤일·2차전 키버스 샘슨으로 외국인 원투 펀치를 올렸음에도 패한 점은 한화에 뼈아픈 일이다.
사실 기대가 컸던 만큼 의욕도 과도했다. 정규시즌과 마찬가지로 1차전부터 공격적인 주루가 나왔지만, 이는 주루사 3개·도루 실패 2개라는 결과로 경기의 흐름만 끊는 셈이 됐다. 2경기 동안 잔루만 무려 23개를 남길 정도로 고구마 야구를 했다.
가장 믿었던 불펜마저 흔들렸다. 2차전에서 4대 3으로 역전한 5회 초 불펜 박상원이 임병욱에게 다시 역전 3점 홈런을 허용했다. 올 시즌 평균자책 2.10으로 승부처마다 고비를 막아준 박상원이 홈런 한 방으로 무너진 점은 예상치 못한 장면이었다.
이제 한화는 고척으로 이동해 마지막 가을야구일지도 모를 3차전을 치른다. 홈 2연패를 했기에 원정 선발 매치업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넥센은 3차전 선발로 와일드카드 결정전 선발 마운드에 오른 제이크 브리검을 예고했다. 국내 선발 카드를 꺼내야 할 한화는 고심 끝에 장민재를 3차전 선발로 내세운다.
롯데의 로이스터 돌풍, 3년 연속 첫 시리즈 탈락의 아쉬움

롯데 로이스터 전 감독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지만, 첫해 3연패 탈락의 여파를 끝내 씻지 못했다(사진=롯데)
롯데 로이스터 전 감독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지만, 첫해 3연패 탈락의 여파를 끝내 씻지 못했다(사진=롯데)

넥센 1선발 브리검에다 서서히 몸이 풀린 넥센 타선을 고려하면 한화의 3연패 타락 가능성도 무시 못 할 수준이다. 물론 준플레이오프 3연패 탈락은 흔한 사례가 아니다. 지난해까지 치른 11번의 5전 3선승제 준플레이오프에서 3경기 만에 탈락이 결정된 순간은 2008년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 간의 맞대결이 유일하다.
2008년 롯데는 당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일으킨 돌풍으로 8년 만의 가을 잔치를 맛봤다. 하지만, 3위로 준플레이오프를 치른 롯데는 4위 삼성에 ‘업 셋’을 당했다. 부산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롯데는 삼성에 3경기를 내리지면서 고갤 숙였다. 오랜만에 찾아온 ‘구도’의 가을야구는 허망하게 끝났다.
당시 1차전에서 롯데는 선발 투수 송승준이 2.2이닝 6실점으로 흔들리면서 3대 12 대패를 당했다. 2차전에선 막판 추격에도 3대 4로 홈 2연패를 맛봤다. 결국, 대구 원정 3차전에서 4대 6 패배를 당한 롯데는 올 시즌까지 유일한 기록으로 남은 준플레이오프 전패 탈락 기록을 만들었다.
결국, 이 시리즈 전패의 아쉬운 여파는 계속 이어졌다. 롯데는 2009년·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도 2년 연속 만난 두산 베어스에 패하면서 탈락했다. 특히 2010년엔 2승으로 앞서다 내리 3연패 당하는 리버스 스윕이라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단기전에 약하단 이미지로 로이스터 감독과 인연을 계속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도 만들어졌다. 한용덕 감독도 내리 3연패를 당하면서 단기전에 약하단 이미지를 만들고 싶진 않다. 어떻게든 가을야구 1승이 간절한 한화의 분위기다.
한화와 같았던 11년 만의 가을야구, LG의 엔딩은 허망했다

2013년 플레이오프 미디어 데이에서 이병규(가운데)가 각오를 밝히고 있다(사진=LG)
2013년 플레이오프 미디어 데이에서 이병규(가운데)가 각오를 밝히고 있다(사진=LG)

롯데뿐만 아니라 LG 트윈스도 비슷한 기억이 있다. LG는 2013년 한화와 같이 공동 보유한 최장기간(11년)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기록을 깨고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당시 김기태 감독의 ‘형님 리더십’ 돌풍으로 내심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노리는 LG의 분위기였다.
게다가 플레이오프 상대로 올라온 두산이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모두 소화한 상태였다. 체력을 충분히 비축한 LG에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안다’고 수많은 가을야구 경험을 쌓은 두산이 LG를 압도했다. LG는 가장 중요했던 1차전에서 3루수 정성훈의 결정적인 실책 두 개와 7회부터 등판한 홍상삼(3이닝 무실점)에 막힌 무기력한 방망이로 2대 4 패배를 당했다.
그나마 롯데와는 달리 2차전에서 LG는 ‘파이어 볼러’ 레다메스 리즈를 앞세워 2대 0 승리로 반격했다. 하지만, 답답했던 타선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3차전에서 LG는 4대 5로 뒤진 9회 초 마지막 공격이 연이은 홈 보살 아웃으로 끝나는 아픔을 겪었다. 결국, 시리즈 흐름을 내준 LG는 4차전 1대 5 완패로 한국시리즈 티켓을 두산에 내줬다. 한화와 같이 11년 만에 치른 가을야구의 결과는 허망했다.
사실 한화의 흐름은 2013년 LG와 비슷할 뻔했다. 타격이 터지지 않아 답답했던 1차전에서 아쉽게 패한 뒤 2차전에서 파이어볼러 흑인 에이스 투수를 내세워 반격을 노렸다. 하지만, 5년 전 LG와 달리 샘슨이 5회를 못다 채우고 내려간 한화는 2차전마저 무릎을 꿇었다.

3연패 탈락을 막기 위해선 장민재의 역투가 절실하다(사진=한화)
3연패 탈락을 막기 위해선 장민재의 역투가 절실하다(사진=한화)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포기할 순 없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통틀어 5전 3선승제 포스트시즌에서 1·2차전을 패했다가 나머지 3·4·5차전을 내리 잡은 사례는 총 20번 시리즈 가운데 네 차례다. 비현실적인 확률은 아니다.
한용덕 감독은 3차전 선발 타순 변경을 시사했다. 그만큼 타선이 중요한 순간 터지는 게 시급하다. 소위 말하는 가을야구에서 ‘미친 선수’가 안 나왔다. 이젠 연타석 3점 홈런을 날린 넥센 외야수 임병욱과 같은 활약을 펼치는 타자가 3차전부터 나와야 한다. 3차전 선발 장민재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지면 끝’이라는 상황이 선발 투수에게 주는 압박감은 상상 초월이다.
한화는 1차전에서 김승연 구단주가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하는 이벤트로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 훈훈함의 여운이 오랫동안 유지되기 위해선 단 세 경기로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마감하면 안 된다. 어떻게든 대전으로 돌아와 장미꽃의 잔향을 다시 맡아야 하는 절박한 한화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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