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로 노렸던 왕조 건설은 끝내 미완성으로 남았다.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니다. 두산 베어스는 더 강해져야 할 2019년을 위해 새 갈림길에 섰다. 두산은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할까.

올 시즌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두산 코치진 대다수가 팀을 떠나게 됐다. 겨울 동안 새판짜기에 들어가야 할 두산이다(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두산 코치진 대다수가 팀을 떠나게 됐다. 겨울 동안 새판짜기에 들어가야 할 두산이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극적인 승부였던 만큼 더 허무했다. 21세기 이후 유일한 ‘업셋’의 주인공이었던 두산 베어스가 이번엔 ‘업셋’의 희생양이 됐다. 두산 왕조가 완성되기 직전이었기에 미련이 강하게 남는 분위기다.

예상치 못한 한국시리즈 첫 경기 패배부터 흐름이 꼬였다. 두산이 가장 믿었던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이 SK 와이번스 타선의 강점인 홈런 두 방으로 무너졌다. 게다가 두산의 자랑거리인 수비마저 흔들리면서 시리즈 내내 SK에 끌려간 흐름이었다.

사실 SK 타선은 두산 마운드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타율 0.326/ 15안타/ 3홈런/ 11타점으로 맹활약한 SK 리드오프 김강민은 “1차전 승리가 시리즈 흐름에 결정적이었다. 솔직히 예상보다 두산 투수진의 구위가 엄청나게 좋진 않았다. 상대가 실수하고 틈을 보일 때 우리가 승기를 잘 가져왔다. 무엇보다 우리 투수진이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느낌이 안 들 정도로 잘 던졌다”며 시리즈 흐름을 복기했다.

두산 마운드가 시리즈 동안 와르르 무너지지 않았지만, SK 타선의 장점인 홈런을 막지 못한 게 뼈아팠다. 한국시리즈에서 SK는 8개의 홈런을 날리면서 시리즈 흐름을 가져왔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SK를 구한 건 ‘홈런’이었다.

반대로 두산은 홈런을 ‘억제’할 투수 김강률과 홈런으로 ‘반격’해야 할 외야수 김재환의 부상 이탈이 악재였다. SK 타선의 홈런 기세에다 시리즈 초반 몸이 덜 풀린 마운드와 수비, 그리고 부상 악재까지 겹치면서 두산은 결국 ‘업셋’의 희생양이 됐다. 한 현장 관계자는 “투·타에서 가장 핵심 전력이 빠졌으니 원래 생각했던 구상이 크게 어긋날 수밖에 없었다”며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2019년 더 강해질 두산을 위해 선택해야 할 갈림길

두산 선수단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아픔을 맛봤다. 내년 시즌엔 더 단단해져야 할 두산이다(사진=두산)
두산 선수단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아픔을 맛봤다. 내년 시즌엔 더 단단해져야 할 두산이다(사진=두산)

한 가지 더 아쉬운 요소는 벤치에서 타격에 특화된 대타 자원이 부족했단 점이다. 대수비·대주자 자원은 많았지만, 결정적인 득점권 기회에서 출격할 타자가 없었다. 이는 외국인 타자 부재의 불안 요소와도 연결됐던 상황이다. 게다가 김재환의 시리즈 도중 부상 이탈로 이 문제는 더 크게 느껴졌다.

두산이 내년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탈환하려면 새로운 화수분 세대의 약진이 필수다. 오래전부터 기대가 컸던 김인태와 김민혁 등 연차가 쌓인 젊은 타자들이 1군에서 존재감을 더 보여줘야 한다. 내년 대형 신인으로 평가받는 김대한의 1군 적응 속도도 관심사다. 기존 주전 야수들과 건강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구도가 필요하다. FA(자유계약선수) 포수 양의지의 잔류 여부에 따라 박세혁과 장승현 등 백업 포수들의 성장도 필수다.

올 시즌 외국인 타자 영입의 연이은 실패도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지미 파레디스와 스캇 반슬라이크 모두 처참한 성적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선 과거 팀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닉 에반스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할 정도였다.

팔꿈치 수술로 올 시즌 재계약에 실패한 에반스는 재활 뒤 현재 멕시코 윈터 리그에서 뛰고 있다. 에반스가 한국 복귀를 원하고 있지만, 두산은 우익수와 1루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새 외국인 타자를 구할 전망이다. 한국 야구에 적응할 의지와 영리함을 갖춘 인재를 구해야 할 두산이다.

이제 두산 유니폼을 입을 김원형 코치는 KT WIZ 이강철 감독의 빈자리를 메울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이제 두산 유니폼을 입을 김원형 코치는 KT WIZ 이강철 감독의 빈자리를 메울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두산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규모의 코치진 개편을 피할 수 없다. 이강철 수석코치가 KT WIZ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김태균 작전코치도 함께 KT로 움직인다. 공필성 주루코치도 친정인 롯데 자이언츠 수석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고토 고지 타격코치 역시 친정인 요미우리 자이언츠 하라 다쓰노리 감독의 부름을 받고 일본 무대로 복귀한다.

한국시리즈 직전부터 이미 코치진 이동이 확정되면서 팀 분위기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는 분명히 있었다. 결과론이지만,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치면서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시리즈 도중 나온 누의공과 어필 플레이 무산과 결정적인 순간 작전 사인 미스 등은 벤치의 집중력에 대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어쨌든 내년 시즌을 위해선 팀 분위기를 다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두산은 11월 14일 김원형·김민재·이도형·고영민 코치의 영입을 발표했다. 투수·타격·주루 파트 등에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비시즌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를 한 아름 안은 상황이다. 여러 갈림길 가운데 택한 길이 내년 시즌을 향한 최상의 선택으로 되길 바라는 두산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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