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시즌 윌슨-소사가 리그 최고 외국인 투수 듀오로 활약한 LG

-새 외국인 투수로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1라운더 출신 케이시 켈리 영입

-제구력과 싱킹패스트볼이 장점… 특급 유망주 잠재력 발휘할까

왕년의 드래프트 1라운더, 샌디에이고 유망주 1위 출신 켈리(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왕년의 드래프트 1라운더, 샌디에이고 유망주 1위 출신 켈리(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LG 트윈스는 2018시즌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를 자랑한 팀이다.

LG 외국인 투수진이 기록한 평균자책은 3.30으로 10개 팀 가운데 1위, 외국인 투수진이 기록한 완봉승 횟수도 2차례로 전체 1위였다. 외국인 투수 이닝은 351.1이닝으로 2위, 외인투수 탈삼진 갯수도 330개로 전체 2위를 기록했다.

투구내용도 빼어났다. 수비무관 평균자책(FIP)가 3.56으로 10개 구단 중에 압도적 1위를 기록했고,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 합계도 11.30승으로 전체 1위였다. 추가한 승리확률을 나타내는 WPA도 2.88로 10개 팀 중에 제일 좋았다.

하지만 LG는 2019시즌 기존 외국인 투수진에 변화를 줄 예정이다. 11월 21일 새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Casey Kelly) 영입을 공식 발표하면서, 기존 타일러 윌슨과 헨리 소사 가운데 최소 한 명과 작별하게 됐다. LG는 윌슨과 재계약 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윌슨과 소사 둘 중에 누굴 보내든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다. 일정수준 이상 성적이 보장된 투수를 보내고, 아직 KBO리그에서 검증되지 않은 투수를 영입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과연 새 얼굴 케이시 켈리가 윌슨-소사 못지않은 피칭으로 LG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야구인 2세, 미식축구 쿼터백, MLB 1라운더 출신… 켈리의 화려한 과거

케이시 켈리는 1989년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 출신으로 올해 29살이 된 우완투수다. 기존 외인투수 윌슨처럼 켈리도 야구인 2세 출신이다. 메이저리그 포수 출신으로 2018시즌 신시내티 레즈 코치를 지낸 팻 켈리가 케이시 켈리의 아버지다.

사라소타 고교 시절까지 켈리는 미식축구 쿼터백과 야구를 오가며 만능 스포츠맨으로 활약했다. 야구장에선 간간히 마운드에도 서긴 했지만, 유격수가 주 포지션이었다.

이런 켈리를 눈여겨본 보스턴 레드삭스는 2008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30순위로 지명권을 행사했고, 300만 달러라는 엄청난 입단 계약금을 선사했다. 이에 켈리는 미식축구 장학생으로 대학에 진학하려던 계획을 접고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길을 택했다.

보스턴은 켈리를 투수로 키우고 싶어했지만, 켈리는 유격수로 뛰길 원했다. 이에 입단 초기인 2008년에 타자로 36경기 141타석에 출전했고, 2009년에도 타자로 59경기 228타석에 나섰다. 하지만 첫 2시즌 켈리가 기록한 타율은 0.219에 그쳤다. 반면 투수로는 2009년 17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 2.08로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결국 2010년부터 켈리는 타자를 포기하고 완전히 투수로 전향했다. 투수에 전념하기 시작한 켈리는 고속 성장을 거듭해 3년 만인 2012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소속으로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상대한 데뷔전에서 켈리는 6이닝 3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선발승을 챙겼다. 시즌 뒤엔 샌디에이고 유망주 랭킹에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12년 시즌 중에 이미 이상 징후를 보였던 팔꿈치 인대가 손상돼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2013시즌을 통째로 걸렀다. 2014년 후반 마운드에 돌아와 2015년 빅리그에 다시 올라갔지만, 3경기 평균자책 7.94로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이후엔 저니맨 신세가 됐다. 2016년 애틀랜타, 2017년 시카고 컵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해마다 팀을 옮겨 다녔다. 최근 2시즌 동안엔 빅리그에서 7경기 등판 3패에 그쳤고 주로 트리플 A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채우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2018시즌이 끝난 뒤, 빅리그 재진입 가능성이 희박한 다른 많은 선수들처럼 아시아 야구 도전을 선택하게 된 켈리다.

MLB에서 못 보여준 ‘특급 유망주’ 재능, KBO리그에서 맘껏 펼칠까

메이저리그 유망주 출신 외국인 선수 성공 사례, 켈리가 이어갈까(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메이저리그 유망주 출신 외국인 선수 성공 사례, 켈리가 이어갈까(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비록 메이저리그에선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켈리는 메이저리그 1라운드 지명 선수 출신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나 한국 스카우트나 좋은 선수를 판별하는 기준은 크게 다르지 않다. 좋은 신체조건과 운동능력, 야구 센스와 태도를 갖춘 선수에게 상위 지명권을 행사하게 마련이다.

켈리 역시 프로 입단 당시부터 신체적 능력과 운동선수로서 자질 면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았고, 이를 인정받아 300만 달러라는 거액 계약금까지 손에 쥐었다. 갖고 있는 야구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고 봐야 한다.

그간 KBO리그에서 성공한 외국인 선수 중에는 메이저리그 1라운더 출신, 혹은 베이스볼 아메리카 랭킹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유망주’ 출신이 많았다. 마이클 보우덴은 2005 드래프트 1라운드, 데이비드 허프는 2006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이었다. 전 NC 재크 스튜어트, 전 넥센 에스밀 로저스도 BA 팀 랭킹 상위권에 들었던 투수다.

켈리 역시 특급 유망주 출신다운 여러 장점을 갖춘 투수다. 켈리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적이고 일관된 컨트롤이다. 뛰어난 운동신경과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깔끔하고 간결한 투구폼으로 공을 던진다. 지속적으로 존 낮은 쪽 외곽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빅리그 4시즌 통산 9이닝당 볼넷 2.6개는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좋은 구종도 보유하고 있다.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0km/h 중후반대로 빅리그 기준 ‘강속구’는 아니지만, 대신 우타자 쪽으로 휘어지며 낮게 가라앉는 싱커성 움직임이 뛰어나다. 켈리가 좀처럼 장타를 얻어맞지 않고, 많은 땅볼아웃을 잡아내는 비결이다.

여기에 투수 카운트에선 낙차 큰 커브로 삼진을 잡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다만 체인지업이 스피드나 움직임 면에서 크게 효과적인 구종이 아니란 점이 약점인데, KBO리그 좌타자들 상대로 얼마나 효과적인 승부를 펼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비록 빅리그에선 부상과 다소 떨어지는 구위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140km/h 중후반대 구속과 컨트롤은 KBO리그 타자들 상대로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근 2년간 트리플 A에서 42경기에 선발 등판한 만큼, 안정적으로 긴 이닝을 끌어가는 선발 역할은 충분히 해줄 것으로 기대해볼 만하다.

물론 윌슨-소사 듀오 '해체'를 감수하면서 켈리를 영입한 LG가 바라는 건 '안정적 선발투수' 그 이상의 활약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못 다 펼친 '특급 유망주' 출신의 잠재력을 KBO리그에서는 마음껏 펼칠 수 있을까. 켈리가 빅리그 유망주출신 외국인 선수 성공 계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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