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앞둔 3루수’ 이범호, FA ‘+1년’ 옵션 발동
-잔부상과 노쇠화 우려에도 실력으로 베테랑 진가를 보여줬다
-“몸이 옆으로 안 움직이면 공부라도 더 하겠다.”
-“은퇴 전까지 우승 한 번만 더 도전하고 싶다.”

이범호는 불혹을 앞둔 나이에도 여전히 KIA의 핫코너를 지키고 있다. 그만큼 베테랑 선수로서 자기 관리가 철저했단 뜻이다. 올 시즌 주전 3루수 자리도 이범호의 몫이 될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이범호는 불혹을 앞둔 나이에도 여전히 KIA의 핫코너를 지키고 있다. 그만큼 베테랑 선수로서 자기 관리가 철저했단 뜻이다. 올 시즌 주전 3루수 자리도 이범호의 몫이 될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광주]

KIA 타이거즈 내야수 이범호는 1981년생으로 ‘불혹’을 앞둔 몸이다. 하지만, 여전히 KIA 타이거즈 ‘핫코너’는 그의 몫이다. 아무리 ‘수비 저하’라는 얘기가 계속 나와도 역시 그만한 수비가 없다. 이범호의 몸이 허락하는 한 40대 주전 3루수도 볼 수 있을 거란 소리까지 나온다.

당연히 비시즌 내내 몰아치는 베테랑 한파에도 이범호는 끄떡없었다. 지난해 ‘실력’으로 베테랑 3루수의 가치를 선보인 까닭이다.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 보장 계약 기간 3년이 종료됐지만, 이범호는 ‘+1년’ 옵션 발동으로 선수 생활을 자동 연장했다. KIA 관계자는 “이범호의 성실함과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옵션 발동”이라면서도 “이범호와 경쟁할 젊은 선수가 나오지 못했던 것도 팀의 현실”이라고 바라봤다.

지난해 이범호는 10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0/ 93안타/ 20홈런/ 69타점/ 출루율 0.366/ 장타율 0.48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리그 3루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5위(2.23)의 기록이다. 잔부상과 노쇠화를 향한 우려에도 이범호는 실력으로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2000년 한화 이글스에서 데뷔한 이범호는 새해 3루수로서 프로 20시즌째를 맞이한다. 이범호가 세운 개인 기록 목표는 대부분 성취됐다. 이제 남은 선수 생활에서 이범호의 목표는 두 가지다. 팀의 우승 한 번 더와 몸이 허락하고 실력이 떨어지지 않는 전제 아래 3루수 자리 지키기다.

“몸이 안 움직이면 공부라도 더 하겠다.”

3루수 수비에 대한 이범호의 부담감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범호는 옆으로 몸이 잘 안 움직인다면 공부라도 더 많이 해 수비에 도움을 주겠단 각오다(사진=KIA)
3루수 수비에 대한 이범호의 부담감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범호는 옆으로 몸이 잘 안 움직인다면 공부라도 더 많이 해 수비에 도움을 주겠단 각오다(사진=KIA)

겨울에도 쉬지 않고 야구장에 나온 거로 압니다.

이제 운동에 손을 떼면 안 될 나이죠(웃음). 비시즌 몸 관리도 이제 점점 중요해지잖아요. 나름대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했습니다. 저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는 스타일이에요.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 선발대로 먼저 출국한다고 들었어요.

빨리 캠프지로 들어가서 몸만들기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후배들보다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할 상황이니까요. 푹 쉬지 않고 잔잔하게 꾸준히 운동을 계속해야죠. 캠프가 시작되면 유연성 운동 등은 따로 소화하니까 우선 근력 증진에 신경 쓸 생각입니다.

지난해 팀 성적 자체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디펜딩 챔피언’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곧바로 탈락했잖아요.

딱 한 가지만 생각납니다. 시즌 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느꼈던 시즌이에요. 초반 흐름이 좋았다면 시즌 마지막엔 더 높은 곳에서 가을야구를 할 수 있었죠. 결국, 정규시즌 막판까지 선수들에게 힘든 순간이 계속 찾아왔어요. 그렇게 어렵게 올라갔는데 한 경기 만에 탈락하니 허망하긴 했습니다.

지난해 ‘타격은 역시 이범호’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좌·우 수비 범위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는 분명히 나왔습니다.

저도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고 있잖아요. 대부분 사람이 옆으로 빠지는 타구에 대한 반응이 젊은 야수들보다 느리다는 얘길 하더라고요. (짧은 한숨 뒤) 이제 저도 ‘그런 소릴 듣는 나이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이범호만 한 수비가 없다는 평가도 사실입니다.

앞으로 제가 준비를 더 잘해야 할 일입니다. 옆으로 오는 타구 수비를 더 연습해야죠. 더 좋아지긴 힘들어도 지금 수비라도 유지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안정적으로 잘해줘야 합니다. 옆으로 몸이 잘 안 움직인다면 이제 공부라도 더 많이 해야죠.

어떤 공부인가요.

경기 전에 상대 타자가 어디 쪽으로 타구 많이 보내는지 공부하는 거죠. 옆으로 오는 강습 타구를 못 잡을 수도 있지만, 상대 타자가 치기 전에 한 발 더 옆으로 가 있으면 못 잡을 타구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상대 타자 분석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듯싶습니다.

‘동갑내기 친구’ 김주찬이 있기에 이범호는 힘을 얻는다

3년 연속 주장직을 맡게 된 동갑내기 친구 김주찬(왼쪽)은 이범호(오른쪽)에게 큰 힘이 되는 존재다(사진=KIA)
3년 연속 주장직을 맡게 된 동갑내기 친구 김주찬(왼쪽)은 이범호(오른쪽)에게 큰 힘이 되는 존재다(사진=KIA)

그런 노력과 고민이 있었기에 지난해 FA ‘+1년’ 옵션이 자동 발동된 듯싶습니다.

최근 베테랑 선수들이 참 어려운 상황에 있잖아요. 다행히 저는 계약이 1년 연장되면서 좋은 환경에서 더 뛸 수 있게 됐습니다. 저도 몸이 허락하고 실력이 유지되는 한 3루수 자리를 지키고 싶습니다. 만약 실력이 떨어진다고 하면 프로 선수로서 당연히 그런 평가를 받아들여야 해요. 그런 시간을 늦추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노력해야 하는 거죠. 제가 왜 더 열심히 운동해야 하는지를 깨닫는 시기에요.

실력만 본다면 40대 주전 3루수를 볼 가능성도 충분한 듯싶습니다. ‘동갑내기 친구’ 김주찬 선수도 여전히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잖아요.(김주찬은 지난해 12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0/ 146안타/ 18홈런/ 93타점을 기록했다)

동갑내기 친구가 옆에 같이 있는 게 참 좋아요. 예를 들어 (김)주찬이는 잘하는데 제가 조금 뒤처지면 ‘더 노력해야겠구나’며 자극을 받기도 하죠. 혼자 있으면 퇴보할 수도 있는데 같이 있으니 상생하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됩니다.

게다가 김주찬 선수는 3년 연속으로 주장 완장까지 차게 됐습니다.

감독님께서 (김)주찬이를 믿고 1년 더 주장을 맡기는 거죠. 베테랑으로서 무게감이 느껴지잖아요. 주찬이가 후배들을 잘 다독이고 잘 뭉치게 하는 능력이 있어요. 우리 나이에 3년 연속 주장을 하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베테랑 한파 속에서도 서로 큰 힘이 되는 분위기입니다.

베테랑 선수로서 아직 좋은 성적으로 버티고 있는 게 서로 큰 도움이 됩니다. 물론 당장 올 시즌 성적이 중요하겠죠. 1년 1년 계속 버티면서 ‘이제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선수 생활을 잘 마무리할 때가 된 거죠. 그 시점을 늦추려면 다른 젊은 선수들보다 제가 더 운동을 조금이라도 더 해야 합니다. 그래야 경쟁에 참여라도 가능해요.

그래도 최대한 오랫동안 그라운드에 남고 싶은 게 선수의 마음이잖아요.

누구나 현역 생활을 오래 하는 꿈을 꿔요. 그런데 다 그렇게 되진 못하죠. 선수 생활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저 자신에게 달린 일입니다. 실력이 안 떨어지도록 스스로 채찍질을 하며 노력하려고요.

‘후계자’ 황대인을 향한 덕담 “나보다 더 잘해야 할 선수”

황대인은 KIA에서 가장 기대받는 거포 유망주다. 이범호의 뒤를 이을 후계자라는 팀 내 평가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황대인은 KIA에서 가장 기대받는 거포 유망주다. 이범호의 뒤를 이을 후계자라는 팀 내 평가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올 시즌 ‘이범호의 후계자’로 불린 황대인 선수가 지난해 상무야구단 제대 뒤 돌아오잖아요.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 구도가 올 시즌부터 시작됩니다. 황대인 선수는 이범호 선수를 ‘롤 모델’로 꼽더군요.

(환하게 웃으며) 제가 롤 모델이라니 정말 고마운 얘기죠. 당연히 저도 (황)대인이와 (최)원준이랑 경쟁을 해야 합니다. 저는 이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흐름이고, 두 선수는 앞으로 해야 할 날이 더 많잖아요. 제가 굳이 몸 상태나 실력이 안 되는데도 해야 한단 욕심보단 젊은 선수들에게 제 노하우도 알려주면서 도움을 줘야 할 때입니다.

황대인 선수는 “이범호 선배와 경쟁은 감히 생각할 수도 없다. 그저 뒤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선수라도 프로 무대에선 경쟁을 해야 합니다. (황)대인이는 제가 은퇴한 뒤에 저보다 더 잘해야 할 선수예요. 군대를 다녀온 뒤 첫 시즌인데 부상을 조심해야 합니다. 비시즌 동안 잘 준비해서 일취월장한 성적을 거두면 좋겠습니다.

한국시리즈 우승도 한 번 더 도전해야 할 텐데요.

좋은 동료들과 좋은 감독·코치님들이 계실 때 성적을 더 잘 내야죠. 우승을 한 번만 더 해보고 싶어요. 전 선수 생활도 별로 안 남았잖아요. 개인적으로 세운 기록 목표는 대부분 이뤘습니다. 이제 한 번이라도 더 우승하는데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오랫동안 야구했지만, 우승 정도의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없더라고요. 그게 진짜 제 마지막 목표입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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