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2018시즌 불펜 에이스 송은범 연봉 '후려치기' 논란

-한화, "FA 첫 3년간 부진 책임, 새 연봉에 반영돼야"

-송은범 쪽은 "일반적인 연봉 산정 방식 적용해야, 형평성 맞지 않는다"

-전문가 비판 "첫 3년간 잘하고 2018시즌 부진했다면 어떤 기준 적용했을지 의문"

2018시즌 활약에도 연봉 협상에서 칼바람을 맞은 송은범(사진=엠스플뉴스)
2018시즌 활약에도 연봉 협상에서 칼바람을 맞은 송은범(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송은범은 2018시즌 한화 이글스 최고의 투수였다.

송은범은 시즌 68경기에 등판해 팀내 불펜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79.1이닝을 던졌다. 시즌 성적은 7승 10홀드 1세이브에 2.50의 평균자책,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 기준으로는 2.93승을 기록해 선발 에이스 키버스 샘슨(2.97승)과 비슷한 승수를 추가로 팀에 가져가 줬다.

팀내 마무리 정우람(2.01승)은 물론, 셋업맨 이태양(2.62승)보다도 송은범의 팀 공헌도가 오히려 높았다. 리그 전체로 따져도 삼성 최충연(2.98승), 두산 함덕주(2.95승) 다음으로 가치있는 불펜투수가 바로 송은범이었다. 정우람, 이태양과 함께 한화 불펜을 든든하게 지킨 송은범의 활약에 한화는 리그 3위로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룰 수 있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만큼 연봉 협상에서도 훈훈한 온기가 가득했을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최근 연봉 협상에서 송은범은 구단으로부터 삭감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삭감도 그냥 삭감이 아니라, 연봉이 반으로 잘려 나가는 수준이었다. 송은범 측 대리인은 “지난 시즌 4억 5천만 원에서 2억 5천만 원이 깎인 2억 원을 제시받았다”고 전했다.

FA 선수에겐 ‘과거보다 미래’ 송은범에겐 ‘과거 부진 책임’ 한화의 이중잣대

배영수는 2018시즌 연봉협상에서 전년도보다 5천만 원만 삭감한 금액을 제시받았다. 반면 송은범은 4억 5천만 원에서 2억 5천만 원이 깎인 연봉을 제시받았다. 1년 만에 한화의 연봉 협상 기조가 완전히 달라졌다(사진=엠스플뉴스)
배영수는 2018시즌 연봉협상에서 전년도보다 5천만 원만 삭감한 금액을 제시받았다. 반면 송은범은 4억 5천만 원에서 2억 5천만 원이 깎인 연봉을 제시받았다. 1년 만에 한화의 연봉 협상 기조가 완전히 달라졌다(사진=엠스플뉴스)

거액 연봉 삭감 배경엔 송은범의 독특한 ‘신분’이 한 몫을 했다. 송은범은 2015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총액 34억 원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첫 3년 동안은 전혀 제몫을 하지 못했다. 3년간 4승 24패에 그쳤고, 평균자책은 7점대와 6점대를 오갔다. 2017시즌엔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37.1이닝만 던지는 데 그쳤다.

결국 2018시즌 활약에도 송은범은 이닝 미달로 FA 자격 재취득에 실패했고, 여전히 한화가 송은범의 보류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다. FA 신분은 아니지만 한화와 FA 계약의 영향 안에 있는 신분이다. FA 자격을 다시 취득하려면, 앞으로 1년을 더 한화 소속으로 뛰어야 한다.

한화는 송은범이 “FA 4년 계약기간이 끝난 선수”임을 강조하며, 계약기간 초반의 부진을 새 연봉 계약에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FA의 연봉 기준이 일반적인 연봉 계약과 다르듯이, FA 끝난 시점에서의 연봉 책정 기준도 일반 기준과는 다르다FA가 끝나는 경우엔, 이전 4년 동안이 평가 기준인 것이다. 4년 계약 마지막해 성적만 갖고 재계약 평가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송은범이 일반적 재계약 대상과는 다른 신분이란 얘기다.

FA 계약기간은 끝났지만 FA 자격을 얻지는 못한 송은범의 연봉에는 과거 FA 계약기간의 성적이 반영돼야 한다는 게 한화의 주장인 셈이다.

반면 송은범의 생각은 다르다. 송은범 측은 일반적인 연봉 협상 방식대로 2018시즌 활약과 2019시즌에 대한 기대치가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송은범 측은 엠스플뉴스와 통화에서 “일반적 연봉협상이라면 충분히 인상도 가능한 성적”이라 강조한 뒤 “일정 수준 삭감이라면 몰라도 2억 5천만 원은 지나치게 삭감폭이 크다. 팀내 다른 선수와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취재 결과 한화 구단의 다른 베테랑 투수는 2018시즌 크게 부진했지만 4천만 원만 삭감한 연봉을 제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되면 이 선수는 2018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송은범과 2019시즌 같은 연봉을 받게 된다. 이를 전해들은 송은범 쪽에선 “한화 출신이 아니라 차별대우를 받는 것 같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화 구단의 갑질’이란 의견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한 야구 관계자는 지금 한화 구단의 주장은 구단의 잘못된 투자가 실패한 책임을 선수더러 지라는 것이라며 이미 FA 계약 당시 옵션을 걸고, 계약 실패시 책임을 선수가 분담하게 했다. 과거 부진 때문에 연봉을 절반 이하로 깎는다는 건, 선수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프로야구선수협회 김선웅 사무총장은 “이미 연봉조정신청 기간이 끝난 상황이라, 선수 입장에선 구단의 연봉 제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손쓸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2월 1일 시작되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있어 선수로선 협상에서 절대 불리한 상황이다. “공평하지 않은 갑을관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화의 송은범 연봉 삭감 방침이 최근 FA 계약에서 보여준 ‘원칙’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화는 송광민, 이용규, 최진행 등 내부 FA 계약에서 과거 실적이 아닌 미래를 평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정작 송은범과 연봉 협상에선 과거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다니엘 김 해설위원은 “만약 송은범의 FA 첫 3년간 성적이 좋고, 2018년 부진했다면 한화가 어떤 조건을 제시했을지 궁금하다”며 한화의 자의적인 연봉 협상 기준을 비판했다.

반면 한화 관계자는 “구단 자체적으로 명확한 연봉 산정 기준을 갖고 있고, 그에 따라 연봉을 제시했다”며 ‘원칙’대로 했다고 주장했다.

야구계에선 이번 송은범 논란을 계기로 FA 자격 재취득 기준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FA 계약이 끝난 선수에 대한 평가를 시장이 아닌, 보류권을 가진 기존 구단이 행사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다.

한 선수 에이전트는 “최근 FA 계약에서 옵션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까다로운 FA 자격 재취득 기준 때문에, 선수 입장에선 이미 FA 계약 실패에 따른 책임을 상당부분 짊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송은범 사례처럼 구단이 보류권을 무기로 불합리한 연봉을 제시할 경우, 구단의 투자 실패를 선수들이 이중 삼중으로 책임지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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