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협성경복중, 야구부 감독 선임으로 학부모들과 갈등

-야구부 학부모들 “‘비리 전력’ 감독에게 아이들 맡길 수 없다”

-교장 “징계 종료된 지 오래. 감독 결격 사유 안 된다”

-감독 “코치 시절, 감독 지시 따라 심판에게 돈 전달한 것뿐”

대구 협성경복중학교(김시년 교장)가 야구부 감독 선임을 둘러싸고 학부모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대구 협성경복중학교(김시년 교장)가 야구부 감독 선임을 둘러싸고 학부모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엠스플뉴스=대구]

대구 협성경복중학교(김시년 교장)가 야구부 감독 선임 문제로 학부모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야구부 학부모들이 학교장의 독단적인 감독 선임에 반발하는 가운데 학교는 새 감독에게 야구부 지도를 맡기겠다는 방침이다.

발단은 지난해 12월 17일로 올라간다. 당시 협성경복중은 기존 야구부 감독이 물러나자 야구부 학생선수들과 학부모들에게프로 출신의 젊고, 청렴한 지도자를 투명한 과정을 거쳐 새 감독으로 선임하겠다고 약속했다.

협성경복중은 21명의 감독 지원자 가운데 5명을 추려 면접을 진행했다. 그리고 1월 15일 학교 체육소위원회가 김00 씨를 최종 선택하면서 새 감독 인선을 마무리했다.

학교 "공정한 절차를 거쳐 청렴한 감독 선임하겠다." 약속. 학부모들 "야구부 학부모들 전원 배제한 채 학교가 독단적으로 '비리 전력' 감독 선임" 반발

협성경복중은 야구부 감독 선임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학부모들은 “‘비리 전력’ 지도자에게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협성경복중은 야구부 감독 선임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학부모들은 “‘비리 전력’ 지도자에게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협성경복중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00 감독은 1991년 LG 트윈스 2차 4라운드로 입단해 1996년까지 현역 선수로 뛴 ‘프로야구 출신’ 야구인이다. 은퇴 뒤 중앙대학교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2015년엔 백송고등학교 감독을 맡았다.

취재 중 만난 한 아마야구 지도자는 김 감독이 중앙대 코치 시절 심판에게 식사비조로 100만 원을 건넸다가 당시 중앙대 감독이던 김00 씨와 함께 대한야구협회로부터 각각 자격정지 1년 1개월과 3년의 징계를 받았다협성경복중 학부모들이 김 감독 선임을 반대하는 이유도 과거 징계 전력(前歷) 때문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협성경복중 야구부 학부모들은 학교가 김 감독 선임을 발표하자 우리 아이들을 ‘비리 전력’ 감독에게 맡길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학부모들은 감독 선임 반대 성명을 발표한 뒤 국민 신문고와 대구시교육청에 민원까지 넣었다.

학부모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협성경복중이 김 감독 선임 강행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야구부 학부모 A 씨는 “애초 교장이 투명하고, 공정한 감독 선임을 약속했지만, 전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감독 모집 공고부터 학부모들 모르게 기습적으로 냈다”고 주장했다.

전엔 학교 측에서 감독 선임 때 학부모들을 참여시켰다. 하지만, 이번엔 감독 선발을 위한 체육소위원회 구성과 채용회의에서 야구부 학부모들을 전원 배제시켰다. 협성경복중 야구부는 감독과 코치 급여, 운영비 등 제반 경비를 모두 학부모들이 부담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학교가 왜 야구부 학부모들을 전원 배제한 채 교감과 운동부장, 외부 체육전문가 2명, 학교운영위원 등 7명으로만 체육소위원회를 구성해 감독을 뽑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A 씨의 얘기다.

학부모 B 씨도 교장이 감독 후보 접수 기간에 ‘몇몇 후보는 문제가 있다’는 식의 얘길 했다. 특정 후보를 감독으로 뽑으려고 사전 정지작업을 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체육소위원회에 포함됐던 외부 체육전문가도 체육과 전혀 관계가 없는 장학사였다. 감독 채용을 왜 이런 식으로 했는지 학교에 답변을 요청했지만, 지금껏 모르쇠로만 일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역 야구계와 교육계는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협성경복중의 태도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학원 야구부에서 야구부장을 겸하는 C 교사는 학부모들을 완전히 배제한 상태에서 학교장이 독단적으로 감독 선임을 강행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학부모들이 극렬히 반대하는데도 학교장이 감독 선임을 밀어붙이는 건 더 이례적이라며 학교도 학교지만, 학부모들의 반발이 이처럼 거센데도 재단이 두 손 넣고 상황을 지켜보기만 한다는 게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장과 학부모들의 극한 대립. 지역 교육계 "학교가 누굴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자문해야"

학부모들이 '통곡의 벽'으로 부리는 협성경복중 교장실. 야구부 학부모들은 “교장이 철저히 불통으로만 일관하고 있다”며 야구부 정상화를 위해 시교육청이 나서주길 희망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통곡의 벽'으로 부리는 협성경복중 교장실. 야구부 학부모들은 “교장이 철저히 불통으로만 일관하고 있다”며 야구부 정상화를 위해 시교육청이 나서주길 희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장과 재단은 어떤 입장일까. 감독 선임 논란과 관련해 협성경복중 김시년 교장은 엠스플뉴스 취재진에 전혀 문제가 없는 선임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교장은 신임 감독 선임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 (김00 감독은) 징계 기간이 끝났기에 큰 결격 사유가 없다. 체육소위원회가 서류심사 과정에서 김 감독의 비리 경력에 대해 감점까지 줬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감점까지 줬는데도 다른 감독 후보들보다 김 감독에 대한 평가가 더 좋았다는 뜻이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삼성 라이온즈 출신으로 최근까지 삼성에서 코치를 맡았던 모 야구인과 신인왕 출신의 야구인도 감독 지원서를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장은 체육소위원회에서 야구부 학부모를 제외한 것에 대해 그전까진 야구부 학부모들이 체육소위원회에 참가한 게 맞다. 하지만, 이번엔 야구부 학부모들이 체육소위원회에 참가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위원회 위원을 뽑는 건 전적으로 교장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협성경복중이 소속한 협성교육재단 신원철 이사장은 김 감독이 면접에서 답변을 월등하게 잘했다고 들었다. 채용 과정을 더 투명하게 하려고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듯싶다흠이 있는 감독이 뽑혀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교 측의 해명에도 야구부 학부모들은 ‘비리 전력’ 감독에겐 절대로 학생선수들의 지도를 맡길 수 없다며 김 감독 대신 기존 코치 2명이 중심이 돼 학생선수들을 지도하길 원하고 있다.

갈등의 중심에 있는 김 감독은 엠스플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비리 사건은) 중앙대 코치 시절 당시 감독 지시를 따르다 벌어진 일이다. 해당 사건과 관련한 징계도 2014년 2월로 해제됐다. 이후 별다른 문제 없이 감독직(백송고)을 수행했다. 개인적으론 감독 결격 사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구부 학부모들과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최근 김 교장은 일부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볼모로 삼고 있다(사태가 더 커지면) 야구부 해체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김 교장이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야구부 법인 카드 사용을 제한하면서 현재 코치진이 자비로 학생선수들의 간식을 사주고 있는 실정이라며 학교가 멀쩡한 감독들을 놔두고 왜 ‘비리 전력’ 감독에게 아이들의 지도를 맡기겠다는 것인지 그 이유부터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대구시교육청에 김 감독 선임을 강행한 학교장에 대해 징계를 요구한 상태다.

김근한, 전수은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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