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강백호, 기대와 우려 속 ‘전격 불펜피칭’

-“공 제법 좋았다. 그러나 투수 계속할 정도는 아니야”

-“리그 정상급 타자 기대되는데 투수까지 기대하긴 무리”

-“추가 불펜피칭 없다. 우익수 역할에만 전념”

투수로 불펜 피칭을 소화한 강백호(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투수로 불펜 피칭을 소화한 강백호(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투산]

# ‘KBO리그판 이도류’로 기대를 모았던 강백호의 투타 겸업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의 불펜 피칭을 지켜본 뒤 코칭스태프 회의 끝에 ‘타자 올인’을 결정했다. 강백호도 “후련하다”며 앞으로 타자에만 전념하겠단 뜻을 밝혔다.

KT 스프링캠프가 한창 진행중인 2월 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투산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 이날 KT 투수조엔 ‘야수’ 한 명이 포함돼 함께 훈련을 진행했다. 지난해 데뷔 시즌 역대 고졸 신인 최다 29홈런에 84타점을 기록하며 최우수신인상을 수상한 강백호다.

강백호는 서울고 시절 포수와 투수를 오가며 만능선수로 활약했다. 2018 2차 1라운드 지명으로 KT의 선택을 받은 뒤에도 투수와 타자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할지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KT 관계자는 마무리와 외야수를 병행할 수도 있다는 말로 투타 겸업 가능성을 열어놨다. 강백호 역시 구단 결정에 따르겠지만, 투수를 병행할 수도 있다. 도전해 보겠다며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외야수로 활약한 지난 시즌에도 ‘투수’ 강백호의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올스타전에서 투수로 깜짝 등판해 150km/h 강속구를 뿌렸고, ‘희망 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서도 147km/h를 기록해 큰 화제가 됐다. 투수로서 체계적인 훈련이나 준비 없이도 150km/h를 던지는 강백호에게 ‘투타 겸업론’이 다시 고갤 들자, KT 코칭스태프는 투수로서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테스트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KT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강백호의 불펜 피칭 시기를 저울질했다. 이 감독은 원래는 7일에 던질 예정이었는데, 폭우가 쏟아져 불펜 사용을 못하게 되면서 하루를 뒤로 미뤘다고 했다. 7일 오후 불펜 피칭 계획을 전달받은 강백호는 8일 오전 투수조와 함께 워밍업, 캐치볼을 소화한 뒤 불펜으로 이동해 공을 던졌다.

주전포수 장성우가 직접 강백호의 공을 받았고, 우완 배제성, ‘메이저리거’ 오승환이 함께 공을 던졌다. 이 감독을 비롯해 박승민 투수코치, 이승호 불펜코치,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 등 코칭스태프도 강백호의 공 하나하나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강철 감독 "투타 겸업보단 타자 올인하는 게 선수와 팀에 모두 더 도움 되는 일"

이날 강백호가 불펜에서 던진 투구수는 총 20구. 캠프 기간 특별한 피칭 훈련을 하지 않았음에도 굉장히 힘있는 공을 포수 미트에 꽂아넣었다. 공을 받은 포수 장성우는 불펜피칭이긴 하지만 공에 힘이 느껴졌다. 제법 좋은 공도 몇 개 들어왔다며 강백호의 구위에 좋은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날 피칭을 지켜본 KT 코칭스태프는 논의 끝에 ‘타자 올인’으로 결론을 내렸다. 투수를 겸업해서 얻는 득이 실보다 크다는 게 이유였다.

이강철 감독은 올스타전에서 (강)백호가 던지는 걸 봤고, 주위에서도 ‘투수를 시켜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가 많아 내심 기대한 면이 있었다. 그래서 직접 보고 판단하려고 불펜 피칭을 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강백호의 공을 눈 앞에서 지켜본 이 감독은 공은 제법 좋았다. 몇 개는 꽤 좋은 공이 들어가는 게 보이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전문적으로 투수를 계속할 정도는 아니다. ‘무조건 투수를 시켜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굳이 투수를 시켜야 하나?’ 쪽에 가깝다고 털어놨다.

이 감독은 ‘투수 불가’ 이유로 우선 ‘부상 위험’을 들었다. 실력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상체로 던지는 투구폼이라고 지적했다. 이벤트성으로 한두번 마운드에 오르는 수준이 아니라, 시즌 내내 전문적으로 투수를 하면서 타자를 겸업하기에 상체 위주 투구폼으로는 몸에 무리가 온다는 게 이 감독의 판단이다. 이 점에 있어서 트레이닝 파트와 이 감독의 생각이 일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수로서 강백호의 가능성이 타자로서 가능성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도 이유다. 이날 공을 직접 받은 포수 장성우는 “투수로 연마하면 1군 한 자리를 차지할 순 있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타자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1군 엔트리 끝자락을 차지하는 투수를 위해 리그 정상급 타자를 희생할 순 없는 일이다.

KT의 한 코치는 “강백호의 키가 투수로는 큰 편이 아니다. 볼 스피드는 빨라도 공의 궤적이 그다지 좋지는 못할 것”이라며 “확실한 변화구가 뒷받침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1군 타자들 상대로 경쟁력이 있을 것 같진 않다. 코칭스태프로서는 팀내 다른 투수들의 사기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감독의 생각도 비슷하다. 이 감독은 이벤트성으로 이따금이라면 모를까, 투수를 겸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투수를 하려면 처음부터 차곡차곡 다시 쌓아 올려야 하는데, 그건 백호 본인에게나 팀에게나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추가 불펜 피칭은 없을 것이다. 우익수 역할에 전념하게 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투타 겸업 가능성이 사라진 데 대해 강백호는 재미있었다. 색다른 경험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렇게 한번 던져보고, 타자에 전념할 수 있게 돼서 홀가분하다고 밝혔다. 이날 불펜 피칭으로 ‘가보지 않은 길’인 투수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떨쳐 버린 강백호다.

이미 강백호는 엠스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 새 포지션인 우익수 자리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노력하겠다. 우익수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고, 전념할 생각”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이날 불펜 피칭을 마친 뒤에도 “이제는 멋진 우익수로 기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타자 올인’ 의지를 밝혔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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