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 중단’ KIA 타이거즈 김윤동, ‘관리 모드’ 돌입
-“‘관리를 받았는데 못 하면 어쩌나’라는 부담감도 느낀다.”
-“마무리 무혈입성? 선·후배들과 무한 경쟁이다.”
-“숫자 목표 없이 팀 우승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KIA 투수 김윤동이 스프링 캠프 동안 관리 모드에 들어갔다. 투구 훈련을 중단한 김윤동은 캠프 후반 연습경기부터 등판할 예정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KIA 투수 김윤동이 스프링 캠프 동안 관리 모드에 들어갔다. 투구 훈련을 중단한 김윤동은 캠프 후반 연습경기부터 등판할 예정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오키나와]

스프링 캠프 초반 KIA 타이거즈 마운드는 연이은 비상에 걸렸다. 베테랑 투수 김세현(무릎)과 윤석민(어깨)이 부상으로 캠프 중도 이탈한 까닭이다. 특히 마무리 자리 경쟁을 치러야 할 김세현의 조기 귀국은 팀에 큰 타격이다. 마무리 유력 후보인 투수 김윤동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김윤동마저 흔들린다면 KIA 마운드는 ‘초비상’ 상황이 된다. 그래서 김윤동은 ‘관리 모드’에 들어간 상태다. 2월 11일 일본 오키나와 우라소에 구장에서 만난 김윤동은 마운드 위가 아닌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2일과 4일 캠프 초반 두 차례 불펜 투구만 소화한 김윤동은 5일 이후 투구 훈련 없이 보강 운동과 캐치볼 훈련만 소화하고 있다.

다행히 몸 상태가 안 좋은 건 아니다. 최근 2년 연속 시즌 80이닝 이상 소화한 김윤동(2017년 80.1이닝·2018년 82.2이닝)을 위한 코치진의 배려다. KIA 관계자는 코치진이 최근 2년간 이닝을 많이 소화한 김윤동에게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윤동은 어깨 보강 운동을 하며 천천히 몸을 끌어 올릴 계획이다. 캠프 후반 연습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내부 마무리 경쟁자였던 김세현은 몸 상태 회복 여부에 따라 18일 타이완 2군 스프링 캠프 합류 여부가 정해진다. 그만큼 시즌 준비 과정이 더딘 상태다. 결국, 김윤동이 마무리 자리에 ‘무혈입성’하는 분위기다. 물론 김윤동은 마무리 보직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고갤 내저었다. 자신도 정상적인 시즌 준비가 이뤄져야 가능한 시나리오란 뜻이었다. 오히려 위기의식이 김윤동을 감싸고 있었다.

‘투구 중단’ 김윤동의 쉼표, 미래를 위한 코치진의 결정

김윤동(사진 가운데)은 2월 5일 이후 투구 훈련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근력 보강 운동과 캐치볼 위주의 훈련에만 집중하는 김윤동의 상황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김윤동(사진 가운데)은 2월 5일 이후 투구 훈련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근력 보강 운동과 캐치볼 위주의 훈련에만 집중하는 김윤동의 상황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이제 1군 불펜에서 확고히 자리 잡은 분위기입니다. 따뜻한 겨울이 됐을 듯싶어요.

그렇게까지 따뜻한 겨울은 아니었습니다(웃음). 2군에 있었을 땐 1군에만 올라가면 좋겠단 생각뿐이었어요. 그런데 1군에 막상 계속 있으니까 더 잘하고 싶고 지금 성적이 만족스럽지가 않죠. 기량이 더 발전해야 하는데 마음처럼 쉽게 풀리진 않네요.

지난해를 돌이키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듭니까.

좋았던 점보단 아쉬웠던 점이 기억에 더 남아요. 끝내기 안타를 맞거나 패전 투수가 됐을 때의 쓰라림이죠(웃음). 패배 하나하나가 아쉬운 감정으로 다가옵니다. 그런 느낌이 오래 가는 듯싶어요.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 안 해야 하는데 말이죠.

(김윤동은 지난해 64경기에 등판해 7승 6패 4세이브 18홀드 평균자책 3.70 79탈삼진 54볼넷 블론세이브 두 차례를 기록했다)

2월 5일 이후 투구 훈련이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캠프 초반에 불펜 투구를 두 차례 했다가 최근엔 공을 안 던지고 있습니다. 근력 운동 위주로 훈련하고 있죠. 천천히 몸을 끌어올린 뒤 공을 던지려고 합니다.

‘관리 모드’에 들어간 셈이군요.

강상수 코치님이 캠프에서 어깨 관리를 해준다고 하셨습니다. 솔직히 눈치가 보이고 부담이 되긴 해요. 이렇게 관리까지 받았는데 시즌 때 못 하면 정말 죄송스러울 듯싶어요. 지난해보다 더 잘해야겠단 부담감이 있긴 합니다.

그렇다면 어깨 상태는 어느 정도입니까.

아무래도 투수의 어깨는 ‘소모성’이 있잖아요. 공을 던지는 것보단 보강 운동에 더 집중하는데 완벽한 상태가 되긴 힘들죠. 군대(상무야구단)에 있을 때부터 어깨 상태가 신경 쓰였어요. 지난해엔 마운드에 계속 올라가 공을 던지고 싶었고, 기록도 쌓고 싶었죠. 또 팀에 민폐를 끼치기 싫었습니다.

그래도 정말 많은 이닝을 소화했잖아요. 관리는 필수가 아닐까요.

다른 선배 투수들을 보면 직전 시즌에 많은 공을 던진 뒤에 구위 저하가 오는 사례가 있잖아요. 저도 2년 연속 80이닝 이상을 소화하니까 ‘혹시나’하고 걱정이 되더라고요. 앞으로는 스스로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제가 하기 나름이라 마운드 위에 올라가면 저 자신을 믿고 던져야죠.

“마무리 무혈입성? 오히려 위기의식 더 느낀다.”

김윤동은 올 시즌 유력한 KIA 마무리 후보다. 하지만, 김윤동은 마무리 무혈입성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사진=KIA)
김윤동은 올 시즌 유력한 KIA 마무리 후보다. 하지만, 김윤동은 마무리 무혈입성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사진=KIA)

‘어차피 마무리는 김윤동’이란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손사래를 치며) 제 자리가 보장됐다고 전혀 생각 안 해요. 마무리 보직은 감독님과 코치님이 결정하실 문제잖아요. 어쨌든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며 살아남아야 합니다. 제 기량을 최대한 잘 보여주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있지 않을까요.

캠프가 시작되고 지켜보니까 저보다 더 공이 좋은 투수들이 많아요. 오히려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캠프 마지막까지 좋은 구위를 보여주는 투수가 마무리 보직을 맡게 되겠죠. 선배든 후배든 ‘무한 경쟁’ 체제입니다.

캠프 동안 눈에 들어오는 후배들이 있었나요.

제 밑으로 신인 세 명(김기훈·홍원빈·장지수)과 (유)승철이만 있는데요. 아무래도 신인 선수들을 유심히 지켜봤는데 다들 잘 던지더라고요. 제가 밀릴 수도 있습니다(웃음).

그건 진짜 엄살이 아닌가요(웃음).

다들 속구 구속이 150km/h 가까이 나온다고 하던데요. 저는 그렇게 안 나오는데(웃음). 그래도 얘들이 생각보다 능구렁이 같더라고요. 보여줘야 할 때만 딱 보여주고 페이스 조절을 하더군요. 확실히 기대되는 투수들입니다.

‘절친’ 임기영 선수도 함께 잘 풀린다면 팀이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제가 남 걱정할 처지는 아닌데요(웃음). (임)기영이도 선발 투수로 잘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나중엔 선발 자리에 도전하고 싶긴 한데 우선은 주어진 불펜 임무에 집중해야죠. 기영이와 오랫동안 같이 야구를 잘하고 싶습니다. 기영이와 함께하는 올 시즌도 재밌을 듯싶어요.

올 시즌 김윤동은 어떤 활약을 KIA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요.

숫자 목표를 정한다고 특별히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보직을 받을지 모르니까요. 우선 1군에 계속 있어야 홀드든 세이브든 달성할 수 있겠죠. 생각처럼 안 풀릴 수도 있지만, 일단 열심히 공을 던져보겠습니다. 이제 2년 전 우승은 지나간 기억이잖아요. 올 시즌 팀의 가을야구와 새로운 우승을 위해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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