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의회, NC 구단과 시민 의견 무시하고 ‘창원NC파크 마산구장’ 명칭 결정

-마산 출신 NC 팬 심소현 씨 “시의회 맘대로 정할 거면 시민대표 포함한 위원회는 뭐하러 구성했나”

-“마산시민, 마산사람이란 말은 어폐 있다…지금은 다 같은 창원 시민”

-“새 야구장 향한 기대감 큰데, 명칭 갖고 분란 조장하는 모습 부끄럽다"

마산에서 태어나 NC를 창단 때부터 응원한 열성 팬 심소현 씨는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마산야구 100년 역사를 정리한 글을 연재할 정도로 지역사회와 야구에 대한 애착이 깊다. 그런 심 씨는 새 야구장 명칭을 둘러싼 분란이 “부끄럽다“고 했다(사진=심소현 씨 제공)
마산에서 태어나 NC를 창단 때부터 응원한 열성 팬 심소현 씨는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마산야구 100년 역사를 정리한 글을 연재할 정도로 지역사회와 야구에 대한 애착이 깊다. 그런 심 씨는 새 야구장 명칭을 둘러싼 분란이 “부끄럽다“고 했다(사진=심소현 씨 제공)

[엠스플뉴스]

지금까지 이런 야구장 이름은 없었다. 지역이기주의의 극치인가, 지역정치권의 몽니인가.

2월 14일 창원시의회가 임시회 본회의에서 결정한 NC 새 야구장 행정명칭 ‘창원NC파크 마산구장’ 얘기다. 야구장 명칭 사용권을 가진 NC 다이노스 구단의 의견도, 야구장명칭선정위원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창원시의회는 지금까지 없었던 괴상하고 추한 야구장 이름을 기어이 관철했다.

논란의 불씨는 야구장 건립부지를 정할 때부터 존재했다. 옛 창원, 마산, 진해 가운데 모든 면에서 옛 창원 부지가 최상의 입지 조건을 갖춘 곳이었음에도 지역의 거센 반발로 기존 마산야구장 옆을 야구장 부지로 선정해야 했다. 이후 숱한 위기를 이겨내고 야구장 공사를 진행했지만, 이번엔 야구장 명칭을 놓고 다시 분란이 생겼다. 일부 정치인과 지역 인사, 몇몇 시민단체가 야구장 이름에 반드시 ‘마산’이 포함돼야 한다며 딴지를 걸고 나선 것이다.

결국 창원시는 ‘야구장명칭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창원시민 대표와 전문가, 언론인 등의 의견을 여러 차례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 위원회는 새 야구장 명칭을 애초 NC가 원했던 ‘창원NC파크’로 선정해 시의회에 넘겼다. 그러나 위원회 이후에도 일부 지역 정치권의 반발은 계속됐고, 야구장 명칭 사용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몽니가 이어졌다.

이런 행태에 창원시의회가 화답했다. 시의회는 체육시설관계 운영조례를 심의하는 임시회 본회의에서 ‘창원NC파크’ 명칭을 부결시켰다. 대신 창원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가 올린 ‘창원NC파크 마산구장’ 명칭을 재적의원 44명(41명 출석) 중 27명 찬성으로 가결했다. NC 구단과 팬들의 뜻과는 전혀 무관하고, 야구장의 개성이나 특징과도 관계없는 ‘괴물’이 탄생한 배경이다.

야구장 명칭 참사를 주도한 이들은 옛 마산 지역의 이름을 반영하는 게 다수 마산사람의 뜻이라고 주장한다. 야구장 이름에 마산을 넣어야 마산의 역사와 전통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엠스플뉴스는 지난해 창원 현장 취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NC 팬과 만나 지역 야구팬들의 생각을 들었다. 하지만 그동안 만난 수십 명의 NC 팬 가운데 야구장 이름에 ‘마산’이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은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

엠스플뉴스가 만난 NC 팬 중에는 마산에서 태어나 창단 때부터 NC를 응원한 심소현 씨도 있다. 심 씨는 해마다 NC 홈경기를 3, 40경기 이상 ‘직관’하는 열성적 야구팬이다. 또한 마산야구의 힘’이란 연재물을 통해 마산야구 100년 역사를 정리하는 방대한 작업을 혼자 힘으로 완수하기도 했다. NC와 지역 야구역사에 애정이 깊은 심 씨에게 야구장 명칭을 둘러싼 최근 논란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마산시민’은 없다, 다 같은 창원시민…’마산’ 앞세워 지역감정 조장하는 의도가 궁금”

심소현 씨(사진 오른쪽)는 NC 새 구장 완공이 지금도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큰 기대감을 표현했다(사진=심소현 씨 제공)
심소현 씨(사진 오른쪽)는 NC 새 구장 완공이 지금도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큰 기대감을 표현했다(사진=심소현 씨 제공)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마산에서 태어나 자랐고, 지금은 통합창원시민으로 생활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심소현입니다. 제가 막 야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무렵, NC 다이노스가 창단한다는 소식을 듣게 돼서 그때부터 NC 팬으로서 야구를 보고 즐기고 있습니다. 보통 한 시즌 홈경기 절반 정도는 직관하고, 특히 주말에는 한 경기도 빠짐없이 야구장을 찾고 있어요. 애정이 큰 팬이라고 자부합니다.


2월 14일 창원시의회가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새 야구장 명칭을 '창원NC파크 마산구장'으로 정한 체육시설관리 운영조례 개정안을 가결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일단 처음 소식을 들은 순간 ‘황당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황당하다.

저렇게까지 장황하게 이름을 지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처음엔 황당했구요. 또 하나는 야구장 명칭 선정을 위해 일반 시민 대상으로 시민대표단을 뽑아서 ‘야구장명칭선정위원회’를 여러 차례 진행했잖아요. 그런데 야구장 명칭 선정이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위원회에서 된 게 아니라 시의회에서 결정됐다고 하니까 그게 굉장히 의아했습니다. 그럴 거면 대표단은 뭐하러 모집했을까. 의견도 반영하지 않고 시의회 멋대로 정할 거면 왜 위원회를 만들어 회의를 진행했을까.

시의원들과 일부 지역 인사들은 야구장 명칭에 ‘마산’을 포함하는 게 다수 마산시민의 뜻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일단 그 표현에 어폐가 있는 것 같아요. ‘마산시민’이나 ‘마산사람’이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다 통합이 돼서 모두가 창원시민이고, 마산이니 창원이니 경계선을 구분 짓지도 않잖아요. 그런데 왜 시의회와 일부 목소리 큰 분들은 ‘마산’을 들먹이는지 모르겠어요. 마치 경상도니 전라도니 나눠서 지역감정을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정치인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저나 다른 사람들은 다 같은 창원시민이라는 소속감을 갖고 창원에서 살고 있어요. 사실 저도 구 마산에서 태어나 수십 년을 살았지만, 굳이 ‘나는 마산사람’이란 지역색을 갖고 있지 않거든요. 멀쩡한 일반 시민들을 들먹여서 지역 감정을 조장하고 선을 긋는 목적이 뭔지 궁금해요. ‘마산사람’이란 표현 자체에 큰 어폐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표현을 바꿔서, 이번 시의회의 결정에 대해 ‘창원’에 사는 NC 팬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물론 모든 NC 팬을 대표할 순 없겠지만, 주변 NC 팬들의 여론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한마디로 ‘분노’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 반응은 하나같이 분노하고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에요. 창원시 마산회원구 거주하는 사람도, 창원시 의창구나 성산구 거주하는 분들도 너나없이 폭발 일보 직전입니다.

말씀을 듣다 보니 유독 ‘창원’을 강조하는 느낌입니다.

당연하죠. 창원시로 통합이 이뤄진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구요, 그렇게 통합이 이뤄진 성과 덕분에 NC 다이노스 야구단이 창단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지난 시간 창원시에서도 마산, 창원, 진해의 구분선을 지우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해왔어요. 덕분에 지금은 대부분 시민이 ‘창원시’라는 소속감을 갖고 생활하고 있는데, 정치권과 시의회에서 또다시 선을 긋고 마산과 창원을 가르려고 하니까 분노하게 되는 거죠.

“야구장 명칭 둘러싼 분란, 창원시민으로서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야구장 명칭을 놓고 일각에서 계속 문제제기를 하자 창원시는 야구장명칭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수 차례 회의와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그렇게 선정한 명칭 '창원NC파크'를 무시한 창원시의회는 '창원NC파크 마산구장'이란 지금까지 어디에도 없었던 괴상한 이름을 붙였다(사진=MBC)
야구장 명칭을 놓고 일각에서 계속 문제제기를 하자 창원시는 야구장명칭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수 차례 회의와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그렇게 선정한 명칭 '창원NC파크'를 무시한 창원시의회는 '창원NC파크 마산구장'이란 지금까지 어디에도 없었던 괴상한 이름을 붙였다(사진=MBC)

야구장 명칭 논란을 취재하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실제 창원시민이나 NC 팬들의 여론과는 상관없이 일부 목소리 큰 지역 인사들의 주장이 ‘과잉대표’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특히 구 마산지역에 기반을 둔 몇몇 정치인이나 지역 토호, 정체불명의 시민단체가 야구장 이름에 마산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번 그분들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그렇게 마산, 마산 노래를 부르면서 하시는 활동이 정말로 마산의 역사와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인지. 만약 정말로 마산 고유의 전통을 지키는 게 목적이라면, 야구보다 더 중요한 자산과 콘텐츠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마산을 대표하는 어시장도 있고, 역사적 자랑거리인 3·15 마산 의거도 있구요,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가포신항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문제에요. 정치인이나 지역 인사들이 정말 시의 살림과 지역민들 생활에 보탬이 되고 싶고,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으면 저런 문제들에 더 많은 힘을 쏟고 활동을 하셔야죠. 시민을 대표한다면서 야구장 이름 하나 갖고 저 난리를 칠 게 아니구요. 야구장 명칭 갖고 싸우라고 선거에서 뽑아준 건 아니잖아요.

과거 정당 공천신청을 했다가 탈락한 사람이나, 낙선한 정치인이 앞장서는 것을 두고 나중에 있을 선거 때 지역 득표를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아주 편협하고, 옹졸한 행태라고 생각합니다. 야구장을 빌미로 자기 목소리를 키우면서 분란을 조장하는 행태가 정말로 치졸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분들이 잘못 생각하는 게 있어요.

어떤 점인가요.

창원NC파크는 창원시민이나 NC 구단만의 것이 아닙니다. 처음 야구장 건립 준비할 때부터 ‘메이저리그급 야구장’이란 높은 이상을 바라봤고, 이 야구장을 창원의 새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했잖아요. 외국의 유명한 스타디움 건축회사도 참여했구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 만한 야구장이 될 거라는 기대감에 시민들과 야구팬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했습니다. 그런데 기껏 멋지게 지어놓은 야구장에 마지막에 마산이라는 이름 갖고 분란을 만드는 바람에… 마치 동네 껌딱지처럼 초라해져 버리고 만 거죠.

야구장 명칭이 논란으로 불거지면서, 일각에선 ‘통합창원시가 출범한 지 벌써 10년째인데 여전히 완전한 통합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지역 간 갈등이 여전하다’는 비판적 시선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 일부 중앙 언론에서 그와 같은 논조로 기사화하기도 했습니다.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들 때문이죠. 실제 시민 중에 통합 때문에 갈등을 겪거나 실생활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그런데 시민의 대표라는 분들이 의회에 나가서 한다는 일이, 정말 낡아빠진 지역주의적 술수로 갈등만 조장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정말 그분들이 마산을 위해 활동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말 마산을 위한다면 아까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야구장 이름보다 훨씬 중요한 현안들이 얼마든지 있거든요.


NC 구단에선 시의회 결정과 관계없이 ‘창원NC파크’라는 명칭을 사용할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개막전 때 두고 보자’며 위협하고 있습니다.

사실 창원NC파크라는 이름도 마음에 쏙 드는 건 아니에요. (웃음) NC 다이노스 구단이 처음에 어떤 목적으로 생겼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구단 창단 당시 창원시에서는 ‘100만 통합창원시민의 단합을 위해’ 야구단을 유치했다고 의미를 부여했잖아요. 그런데 왜 어떤 분들은 야구단과 야구장을 분열을 조장하는 도구로 이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정치권과 시의회가 정신을 차리고, 원만하게 앙금 없이 해결되길 바랄 뿐입니다.

‘창원NC파크’가 3월 중순 개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논란과는 별개로, 창원시민이자 NC 팬으로서 새 야구장에 기대감이 클 것 같습니다.

야구장 주변을 지나다니다 보면, 안을 들여다보고 싶은데 임시 벽이 세워져 있어서 잘 보이질 않더라구요. 실제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 기대가 크구요. 무엇보다 야구장 부지 선정과 착공 과정까지 너무나 힘든 과정이 많았기 때문에, 완공을 앞둔 지금까지도 새 야구장 개장이 잘 믿어지지 않아요. 시즌이 시작되고 경기장을 직접 눈으로 봐야 실감이 날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야구장 명칭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애꿎은 창원시민들까지 싸잡아 욕을 먹는 분위기입니다. 마산 출신이자 현재 창원시민인 NC 팬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시의회 결정을 뉴스로 접하고 난 뒤 ‘정말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어요. 너무 부끄러웠어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전혀 바라지 않았던 일이거든요. 새 야구장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 차 있는데, 이런 식으로 초를 치나 싶어 화도 나고 부끄러웠죠. 야구를 좋아하는 어린아이들에게 야구장 이름 갖고 싸우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도 부끄럽구요. 다른 지역에서 우릴 어떻게 바라볼까 생각하니 그것도 부끄러웠습니다. 시민들은 새 야구장이 창원시의 대표 명소가 될 수 있게 열심히 야구장을 찾아 응원하고, 선수들도 새 야구장에서 마음껏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게 중요한 일 아닐까요. 그런데 ‘마산’ 이름 갖고 논란이나 만들고 있으니, 부끄럽고 또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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