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동엽, 16일 요미우리전 130m 솔로 홈런
-김한수 감독의 관심과 시선은 김동엽을 향해 있다
-김동엽 “배팅 타이밍에만 초점, 연습 경기 홈런 개의치 않는다.”
-김동엽은 홈런 군단 변신의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삼성 외야수 김동엽(왼쪽)이 16일 요미우리와의 연습 경기 전 김한수 감독(오른쪽)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받고 있다. 이날 김동엽은 130m짜리 대형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삼성 외야수 김동엽(왼쪽)이 16일 요미우리와의 연습 경기 전 김한수 감독(오른쪽)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받고 있다. 이날 김동엽은 130m짜리 대형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오키나와]

스프링 캠프에서 감독의 관심과 시선을 독차지하는 선수가 꼭 한 명은 있다. ‘이 선수만 터진다면’이라는 기대감에 눈길을 떼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감독에게도 이번 캠프에서 그런 선수가 있다. 바로 올 시즌 빨간 양말이 아닌 푸른 양말을 신게 된 삼성 외야수 김동엽이다.

2월 16일 일본 오키나와 나하 셀룰러 스타디움은 구름 관중으로 가득 찼다.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캠프 첫 연습경기가 펼쳐진 까닭이었다. 삼성 관계자는 “시즌 개막전이라고 생각들 정도로 요미우리 팬들이 정말 많이 왔다”며 혀를 내둘렀다.

야구장을 가득 메워준 팬들에게 캠프 첫 승을 안기고자 요미우리는 ‘베스트’ 전력을 대거 내세웠다. 올겨울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마루 요시히로와 새로운 외국인 타자인 크리스티안 비야누에바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선발 마운드엔 지난해 입단한 외국인 투수 타일러 영맨이 올랐다.

시작부터 일방적인 타격전이 펼쳐졌다. 삼성 선발 양창섭은 주전 야수들이 총출동한 요미우리 타선을 상대로 초반부터 무너졌다. 양창섭은 1회 말 3피안타 2사사구로 4실점을 먼저 내줬다. 2회 말과 3회 말에도 연이어 실점을 허용한 양창섭은 이날 3이닝 9피안타(1홈런) 1탈삼진 2사사구 8실점으로 크게 부진했다.

요미우리 상대 유일한 득점, 김동엽의 홈런이 영봉패 굴욕을 막았다

설상가상 삼성 타선도 무득점 침묵을 이어갔다. 6회까지 양 팀의 점수 차는 무려 0대 11까지 벌어졌다. 굴욕적인 영봉패가 눈앞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그 위기의 순간 팀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세워준 주인공이 나타났다. 바로 이날 5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김동엽이었다.

이미 김동엽은 2회 초 영맨을 상대로 잘 맞은 좌전 안타를 때리며 날카로운 타격감을 뽐냈다. 7회 초 바뀐 투수 사카모토 코오키를 상대로도 자신의 위력을 마음껏 선보였다. 김동엽은 사카모토의 2구째 속구를 통타해 비거리 130m짜리 좌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몸쪽 공에 다소 빠른 스윙 타이밍으로 100% 힘을 싣지 못했다. 그래도 김동엽이 지닌 압도적인 스윙 파워에 타구가 외야 담장을 훌쩍 넘었다.

김동엽의 강렬한 홈런은 요미우리에도 큰 인상을 남겼다. 요미우리 관계자는 “앞서 열린 미야자키 1차 캠프에서 젊은 투수인 사카모토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몇 차례 치른 팀 홍백전에서 단 한 번도 홈런을 맞은 적이 없었는데 김동엽에게 엄청난 홈런을 맞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이날 경기는 요미우리의 11대 1 대승으로 마무리됐다. 김동엽의 홈런 하나가 이날 삼성의 유일한 득점이 됐다. 경기 뒤 만난 김동엽은 (홈런 상황은) 몸쪽 높은 속구가 왔는데 순간적으로 스윙한 것이 홈런으로 연결됐다. 삼성 이적 뒤 첫 홈런이지만 연습경기라 크게 의미를 두진 않는다며 덤덤하게 말했다.

힘에다 정교함까지 장착할 김동엽, 삼성의 거포 갈증을 씻어줄 적임자

힘을 100% 싣지 못한 스윙에도 비거리 130m짜리 홈런을 만든 김동엽이다. 정교함까지 장착할 수 있다면 김동엽은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뛰어오를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힘을 100% 싣지 못한 스윙에도 비거리 130m짜리 홈런을 만든 김동엽이다. 정교함까지 장착할 수 있다면 김동엽은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뛰어오를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2월 14일 한화 이글스와의 연습 경기에서도 2루타 포함 2안타를 달성한 김동엽은 2경기 연속 멀티 히트로 타격감을 확실히 끌어 올렸다. 여기서 고무적인 건 구단이 기대했던 ‘힘’과 더불어 ‘정교함’까지 갖춰지는 분위기인 점이다.

무엇보다 요미우리전에 앞서 나온 김한수 감독의 ‘원 포인트 레슨’ 효과가 빛을 발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훈련 때 김동엽에게 토스 배팅볼을 던져주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몸쪽 공 대처에 대한 조언을 건넨 김 감독이었다. 삼성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캠프 기간 이적생인 김동엽에게 큰 관심을 보이며 직접 타격 지도에 나서고 계신다. 하체 움직임을 이용한 몸쪽 공 공략을 강조한 거로 안다”고 귀띔했다.

김 감독의 열정적인 원 포인트 레슨에 김동엽은 130m짜리 대형 홈런으로 응답했다. 물론 연습 경기 결과를 두고 ‘일희일비’하지 않는 김동엽이다. 김동엽은 지금은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배팅 타이밍에만 신경 쓰고 있다. 급하지 않게 타격 페이스를 끌어 올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삼성은 홈구장인 라이온즈 파크 효과를 극대화할 거포 자원이 절실했다. 홈런과 장타에서만큼은 장점이 확실한 김동엽이 바로 삼성의 거포 갈증을 씻어줄 적임자다. 비록 연습 경기에서 나온 홈런이라도 삼성이 슬며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