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강철 감독, 상위권 도약 위해 ‘주전과 견제 세력 내부 경쟁’ 기대

-좌익수 후보 8명 경쟁, 유격수 자리도 경쟁 치열해

-1루수도 문상철 등장해 경쟁 시작, 포수는 ‘제 3의 포수’ 찾는다

-경쟁 통해 팀 약점 보완, 주전과 백업 동반 상승 효과 노린다

20일 NC 상대 평가전에서 홈런 포함 맹타를 휘두른 오태곤. 이강철 감독은 모든 포지션에서 내부 경쟁을 기대하고 있다(사진=KT)
20일 NC 상대 평가전에서 홈런 포함 맹타를 휘두른 오태곤. 이강철 감독은 모든 포지션에서 내부 경쟁을 기대하고 있다(사진=KT)

[엠스플뉴스]

“KT 위즈는 각 포지션별로 주전 선수가 비교적 뚜렷한 팀이잖아요.” 미국 애리조나 투산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이강철 감독에게 기자가 건넨 말이다. 얘길 들은 이 감독은 “사실이다”라고 인정하면서도, 쓴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과거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에서 치열한 내부 경쟁의 효과를 확인했던 이 감독이다. KT의 상위권 도약을 위해선 주전과 견제 세력 간의 건전한 경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주전을 위협할 만한 선수가 많이 나와줬으면 한다.이 감독의 바람이다.

때마침, 이 감독 취임과 함께 기존 KT 라인업에 변화의 가능성을 잠재한 틈이 생겼다. 이진영이 은퇴와 유한준의 지명타자 이동으로 외야 한 자리가 공석이 됐다. 베테랑 이대형부터 오태곤, 김진곤, 배정대, 송민섭, 오준혁, 김민혁, 조용호 등 외야수 8명 전원이 후보다.

유격수 자리도 박기혁의 은퇴와 코치 변신으로 주전 유격수와 백업 내야 경쟁에 숨통이 트였다. 윤석민이 독주하던 1루도 ‘상무 거포’ 문상철이 전역하면서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이강철 감독과 KT 코칭스태프도 이런 내부 경쟁을 더욱 독려하고 있다. 심우준과 정 현밖에 없던 유격수 어장에는 오태곤이라는 메기를 풀었다. 장성우-이해창 2인 체제가 공고한 포수 자리에는 ‘제 3의 포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경쟁을 유도한다. 김재윤 단독 체제였던 마무리도 엄상백을 경쟁자로 투입했다. 웃음꽃 만발한 KT 캠프 분위기 한편에 긴장감이 감도는 이유다.

외야수 김민혁, 유격수 오태곤…정체된 기존 구도를 흔들어라

치열한 내부 경쟁이 이강철 감독의 바람처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가장 눈길이 가는 포지션은 아직 확실한 주인을 찾지 못한 좌익수와 유격수 경쟁이다. 두 포지션은 KT 타순은 물론 다른 포지션 경쟁과도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좌익수 경쟁은 KT의 오랜 약점인 테이블세터 강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단독 도루 능력을 갖춘 빠른 타자가 좌익수 주전을 꿰차면, 자연스럽게 1번 혹은 2번에 배치해 좌익수-테이블세터 약점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이 점에서 KT는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김민혁의 재능에 적지 않은 기대를 갖고 있다. 우투좌타 외야수 김민혁은 지난해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353에 30도루를 기록하며 ‘호타준족’의 면모를 과시했다. KT 기존 주전 야수들과 달리 발빠른 컨택트 히터라는 점이 김민혁의 경쟁력이다.

이런 바람은 2월 20일(한국시간) 열린 NC 다이노스 상대 평가전에서 어느 정도 현실로 구현됐다. 이날 KT는 황재균을 톱타자로, 부상에서 돌아온 노장 이대형을 2번 좌익수로 기용했다. 이대형은 첫 타석 2루타를 때리고 5회부터 김민혁으로 교체됐고, 김민혁은 2안타(2루타 1) 1볼넷 1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발빠른 좌익수’ 이대형과 김민혁 둘 다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면서, 남은 캠프 기간 경쟁에 흥미를 더했다.

유격수 오태곤도 주목해야 할 카드다. KT는 창단 이후 박기혁을 축으로 심우준과 정 현이 많은 기회를 얻었지만, 확실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두 선수에게만 오랫동안 기회가 집중된 결과, 지난 시즌에는 둘 다 정체된 모습을 보이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에 오태곤이라는 메기가 등장했다. 장타력과 좋은 운동능력을 갖춘 오태곤은 과거 롯데 시절 불거졌던 송구 불안약점만 빼면 내야수로서 매력적인 카드다. 20일 평가전에서도 선발 유격수 겸 7번타자로 출전해 홈런 포함 멀티히트를 때려내는 활약을 펼쳤다.

오태곤의 활약은 기존 유격수 경쟁자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전망이다. 이날 평가전에서 심우준은 3루수로(8회 유격수 이동) 교체 출전해 멀티히트를 때려냈고, 정 현은 2루수로 선발 출전해 2루타 하나를 기록했다. KT 유격수 자리에 심우준-정 현만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이 명확해졌다. 세 선수의 경쟁은 결과에 따라 2루와 3루 백업까지 두터워지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1루수, 포수, 마무리까지…KT가 경쟁 통해 노리는 ‘동반상승’ 효과

무풍지대였던 1루, 포수 자리에도 경쟁의 바람이 분다. 포수 이해창과 박철영 배터리 코치가 대화하는 장면(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무풍지대였던 1루, 포수 자리에도 경쟁의 바람이 분다. 포수 이해창과 박철영 배터리 코치가 대화하는 장면(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1루 자리도 더는 윤석민 독주 체제가 아니다. 윤석민은 2017시즌 중반 KT로 이적한 뒤 두 시즌 동안 개인 커리어 기준으로는 괜찮은 타격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리그 평균 1루수를 기준으로 보면,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줬다고 하기엔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2018시즌 리그 300타석 이상 출전 1루수 8명 가운데 윤석민의 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WAR)는 0.74승으로 8위였다. OPS 0.785도 규정타석 1루수 7명 가운데 최하위였다.

1루 수비도 강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KT 코칭스태프는 캠프 기간 여러차례 ‘전문 1루 수비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강철 감독은 1루 수비는 내야수들의 송구를 잘 받아내는 역할이 중요하다1루수가 까다로운 송구를 잘 잡아서 아웃으로 처리하면, 팀의 실점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 내야진 전체의 수비가 안정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수비 파트 코치들도 비슷한 의견을 얘기했다.

이제 KT 1루엔 문상철이라는 경쟁자가 등장했다. 문상철은 상무야구단 입대 전 3루가 주포지션이었다. 상무 입대 뒤엔 첫 시즌(2017년) 36홈런 101타점으로 퓨처스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홈런과 최다타점 타이를 기록했고, 2018시즌엔 전업 1루수로 출전하며 1루 수비 경험을 쌓았다. 장타력과 1루 수비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KT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는 후보다. 20일 평가전에서도 2루타 한 방을 터뜨리며 활약했다.

포수 자리에선 ‘제 3의 포수’ 경쟁이 치열하다. 1군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준수, 안승한, 고성민이 후보다. 주전 장성우와 이해창이 좋은 포수이긴 하지만, 두 명만으로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치르긴 어렵다. KT 박철영 배터리 코치는 다른 팀에 비해 포수 걱정이 덜한 건 사실이라면서도언제까지나 두 포수에게만 의존할 순 없다. 새로운 포수가 나와줘야 한다고 했다.

올해 프로 12년차로 비교적 경험이 풍부한 이준수, KT 창단멤버 출신으로 여전히 기대를 받고 있는 안승한, 경성대를 졸업한 신인 고성민까지 KT의 ‘3번 포수’ 후보들은 저마다 다른 색깔을 갖고 있다. 특히 신인 고성민은 박 코치가 말 그대로 ‘밀착마크’하며 보호구 착용 같은 기본부터 멘탈까지 집중적으로 코칭하는 중이다.

마무리는 김재윤과 엄상백이 더블 스토퍼를 이룬다. 애초 구상대로 두 선수가 함께 마무리를 할 수도 있지만, 경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셋업과 마무리가 갈릴 가능성도 있다. 이강철 감독은 두 선수를 거론하며 지난해 다소 힘든 시즌을 보낸 김재윤이 한 단계 더 올라서길 바라는 마음과, 엄상백이 좀 더 ‘독기’를 갖고 달려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함께 전했다.

KT는 지난 시즌 홈런 206개를 때려내고도 9위에 그쳤다. 홈런 206개는 기존 KT 주전 라인업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지만, 9위라는 순위는 기존 주전 선수들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프링캠프 기간 건강한 내부 경쟁이 KT의 약점을 보완하고, 기존 멤버와 견제 세력의 동반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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