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가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

-미국 시절엔 크게 주목 못 받아, 빅리그 도전 멈추고 KT 입단 선택

-쾌활한 성격, 뛰어난 제구력, 패스트볼 회전수 등 성공 가능성 충분

-“니퍼트 대타 부담감? 개인 성적보다는 팀 성적이 중요”

윌 쿠에바스는 매끈한 외모에 활발하고 자신감 넘치는 성격이 눈에 띄는 선수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윌 쿠에바스는 매끈한 외모에 활발하고 자신감 넘치는 성격이 눈에 띄는 선수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KT 위즈 새 외국인 투수 윌 쿠에바스는 요즘 말로 전형적인 ‘인싸’ 스타일이다.

같은 중남미 출신이지만 내성적인 동료 라울 알칸타라와는 정반대 성격이다. 활달하고, 말도 많고, 동료들에게 장난도 자주 치고, 매사에 흥이 넘친다. 한국인이 ‘중남미 사람’하면 흔히 떠올리는 스테레오타이프에 가까운 캐릭터다.

하지만 미국 무대 경력만 놓고 보면 쿠에바스는 한 번도 ‘인싸’ 대열에 속해본 적이 없다. 최근 KBO리그에 입성한 외국인 선수 중에는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더 출신,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TOP 10 유망주 출신, 현역 빅리거 출신이 수두룩하다.

팀 동료 알칸타라만 해도 계약금 50만 달러를 받고 입단해 한때 팀 내 랭킹 3위까지 올랐던 ‘유망주’ 출신이다. 또 다른 동료 멜 로하스는 아버지가 빅리그 마무리 투수 출신, 외삼촌인 모이세스 알루가 빅리그 올스타 외야수 출신으로 야구계 ‘금수저’다. 굳이 둘로 나누면 인싸보단 ‘아싸’ 쪽에 가까웠던 쿠에바스의 미국 무대 경력이다.

“난 운 좋은 선수...왜냐? 모든 선수의 꿈인 메이저리그 무대 경험했으니까”

쿠에바스와 알칸타라가 '팬북'에 들어갈 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쿠에바스와 알칸타라가 '팬북'에 들어갈 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쿠에바스가 미국 시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데는 이유가 있다. 처음 프로팀(보스턴 레드삭스)과 계약을 맺은 2008년, 당시 열여덟 살 쿠에바스는 크게 눈에 띄는 장점이 없는 ‘평범한’ 선수였다. 키 182cm에 72kg의 깡마른 체구에 볼스피드도 겨우 140km/h을 넘나드는 수준이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어리고, 신체조건이 뛰어나고,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가 유망주로 분류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계약 당시 쿠에바스의 모습은 유망주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계약 이후 2년간 도미니카 섬머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쿠에바스는 키가 크고 신체조건이 발달하면서 140km/h 중후반대 패스트볼과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투수로 성장했다. 2011년 스무 살 나이로 미국에 건너와 루키리그에 합류한 쿠에바스는 이후 끈기 있게 마이너리그 단계를 통과해, 2016년 25살 나이에 뒤늦게 빅리그 데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미국으로 건너오기 전, 도미니카 섬머리그에 약 2년 반 동안 머물렀습니다. 당시 함께했던 동료들은 하나같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걸 꿈으로 여겼다. 그중에는 꿈을 이루지 못한 선수도 많았지만, 저는 운 좋게도 메이저리그 데뷔까지 이룰 수 있었습니다. 미국 애리조나 투산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쿠에바스의 말이다. “저에게 좋은 기회를 준 보스턴에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2017년과 2018년에도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며 3년 연속 빅리그 마운드에 설 기회를 가졌던 쿠에바스다. 마이너리그에선 비교적 안정적인 선발투수로 활약했지만, 빅리그에선 구속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2019시즌, 이제는 빅리그 도전을 뒤로하고 KBO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참이다.

“후회하지 않습니다.” 쿠에바스가 말했다. 미국 무대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타자를 상대하면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약혼녀도 미국에서 만났구요. 미국에서 보낸 시간과 모든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멈춘 아쉬움보단 새롭게 도전할 KBO리그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한국에서 야구하면서 새로운 야구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기대가 됩니다. 새로운 야구를 경험하는 건 앞으로 제 야구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국행을 결정했습니다.”

쿠에바스는 “한국을 경험해본 베네수엘라 친구들이 4, 5년 전부터 한국야구에 대해 많은 얘길 들려줬다”고 했다. KT 소속이었던 요한 피노, 작년 롯데에서 뛰었던 펠릭스 듀브론트가 한국 음식과 문화, 야구에 대해 소개해줬습니다. 한국야구가 정말 재미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어요. 또 일본에서 활약한 에디슨 바리오스도 동양 야구에 대해 조언을 해줬습니다.

적극적 성격, 안정된 제구력, 최정상급 회전수…쿠에바스 성공 가능성 높은 이유

카메라가 보이면 자동으로 반응하는 쿠에바스의 두 손(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카메라가 보이면 자동으로 반응하는 쿠에바스의 두 손(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비록 미국 무대에선 화려한 주목을 받지도, 큰 성공을 거두지도 못했던 쿠에바스. 하지만 KBO리그 무대에서 쿠에바스는 ‘인싸’로 등극할 만한 기질과 잠재력을 갖춘 선수다.

KT 캠프에 합류하자마자 ‘인싸’ 기질이 발동했다. KT 관계자는 쿠에바스는 굉장히 적극적이고 자신감이 넘친다. 설날 선수단이 다 함께 윷놀이를 할 때도 굉장히 재밌어하며 웃고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누군가 카메라로 자신을 찍는다는 걸 눈치채면 먼저 가까이 다가와 온갖 손짓·발짓을 동원해 포즈를 취한다. 쿠에바스는 “동료들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빨리 한국어를 배워서 선수단에 잘 적응하는 게 목표”라며 적극성을 보였다.

투수로서도 장점이 많다. 미국 무대에서 한계로 작용했던 패스트볼 구속(평균 146km/h)도 KBO리그에선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평균 146.2km/h를 던진 헥터 노에시가 리그 규정이닝 투수 패스트볼 평균구속 7위였고, 146.1km/h의 롯데 조시 린드블럼은 같은 순위 8위였다.

쿠에바스는 “내 가장 큰 장점은 ‘커맨드’다. 빠른 볼 제구가 제대로 돼야 변화구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디셉션이 좋은 투구폼, 투구 템포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능력 등 다양한 무기를 갖춘 쿠에바스다.

특히 KT는 쿠에바스가 최근 야구계에서 주목하는 ‘회전수’면에서 뛰어난 기록을 남겼다는 점에 기대를 갖고 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2018시즌 쿠에바스의 패스트볼 회전수는 평균 2506회로 메이저리그 전체 상위 6%에 해당한다.

회전수만 놓고 보면 최근 KBO리그에 합류한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서도 최고 수준이다. 싱커 회전수도 평균 2480회로 수준급. 이강철 감독도 쿠에바스의 불펜피칭을 지켜본 뒤 손으로 궤적을 그려 보이면서 “무브먼트가 굉장히 좋다. 볼 스피드를 떠나 장점이 뚜렷하다”고 칭찬했다.

개인보다 ‘팀’을 우선시하는 마음가짐도 돋보인다. KT는 지난해 뛰어난 성적을 거둔 더스틴 니퍼트-라이언 피어밴드 대신 쿠에바스와 알칸타라를 선택했다.

이에 대해 쿠에바스는 “부담으로 느끼지 않는다”며 야구는 팀 스포츠다. 누가 잘하고 못하고보다는 팀 전체 성적이 우선”이라며 “팀만 생각하면서 주어진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니퍼트-피어밴드보다 좋은 개인 성적을 거두는 것보단, KT가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힘을 쏟겠다는 자세다.

이어 쿠에바스는 시즌 내내 ‘한결같은 마음’을 유지할 것을 다짐했다. 야구는 하다 보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생깁니다. 잘할 때도 있고, 못하는 날도 있을 거에요. 그렇기에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을 한결같이 유지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쿠에바스의 말이다.

끝으로 쿠에바스는 하루빨리 KBO리그 마운드를 경험해 보고 싶은 의욕을 보였다. “말로만 듣는 것과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은 다릅니다. 스프링캠프 잘 마치고, 한국에 가서 실제 한국야구를 직접 해보고 싶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재미있고 즐거운 시즌을 보내고 싶어요.” ‘인싸’ 기질 충만한 쿠에바스가 KBO리그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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