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새 외국인 타자 토미 조셉(사진=LG)
LG 새 외국인 타자 토미 조셉(사진=LG)

[엠스플뉴스=고척]

"오늘부터 한다고 애꼈겠지..."

2019 KBO리그 시범경기 첫날 경기를 앞둔 3월 12일 고척스카이돔. 한창 취재진과 이야기꽃을 피우던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새 외국인 타자 토미 조셉 얘기가 나오자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곤 탄식처럼 짧은 한마디만 남겼다.

조셉은 LG 유니폼을 입은 뒤 이날 경기 전까지 손맛을 보지 못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11타수 무안타로 침묵을 지켰다. 지난 시즌 외국인 타자 덕을 거의 보지 못했던 LG로서는 염려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식사나 생활 등 적응 면에선 큰 문제가 없다는 게 LG 쪽의 설명이다. LG 관계자는 "일본 캠프는 물론 호주 캠프에서도 한국 음식을 잘 먹었고, 팀 적응도 순조롭게 잘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상할 정도로 방망이가 맞지 않을 뿐이다. 신경식 타격코치는 "조셉도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본인이 제일 답답하지 않겠느냐"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기량 문제로 보이진 않는다. 아직 한국 투수들과 충분히 상대해 볼 기회가 없었고, 시범경기는 물론 정규시즌 경기도 치르지 않은 단계다. 메이저리그에서 2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를 연습경기 성적만 갖고 평가절하하긴 이른 시점이다. 타격 시 공과 배트가 너무 한 면으로만 만나는 문제가 발견되긴 했지만, 이것도 실전을 치러봐야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미국야구 시절에도 '슬로 스타터'에 가까웠던 조셉이다. 빅리그에서 뛴 두 시즌 동안 3, 4월 타격성적이 타율 0.179에 장타율 0.254로 좋지 못했다. 대신 5월엔 타율 0.291에 장타율 0.583을 기록하며 '본즈 모드'를 가동하곤 했다.

신 코치는 "조셉이 나름대로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코치들과 얘기도 많이 나누고, 타격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미국 현지 인스트럭터의 조언도 받는다고 들었다. 일본 현지에서 이병규 코치와 함께 참고할 만한 부분에 대해, 우리가 지켜본 느낌에 대해 전달했다. 선수도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인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신 코치의 말이다.

신 코치는 "좀 더 게임하는 걸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다 첫 안타가 나오고 하면 금방 또 달라질 수도 있다." 이날 조셉은 키움 히어로즈와 시범경기에 4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기나긴 무안타 수렁에서는 일단 벗어났다.

조셉은 키움 선발 에릭 요키시를 상대로 2회 첫 타석 중전안타를 때려냈다. LG 유니폼을 입은 뒤 기록한 첫 안타다. 이어 두 번째 타석에선 풀카운트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내며 '선구안'을 발휘해 보였다. 다만 세 번째 타석에선 빠른 승부를 하려다 1루수 파울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8회 마지막 타석에선 3루수쪽 내야안타를 때린 뒤 대주자 김용의로 교체됐다.

무안타 행진에서 벗어난 건 다행이지만, 완벽하게 배트 중심에 맞은 타구가 나오지 않았단 건 아쉬운 대목이다. 첫 타석 안타도 유격수와 2루수 사이로 빠져나가는 땅볼 안타였다. 마지막 타석도 내야안타. 거포답게 외야로 뻗어 나가는 큰 타구는 보여주지 못했다.

신 코치는 "적응이란 게 그렇게 쉽게 되지 않는다. 야구가 다 똑같다고는 하지만, 한국 투수들이 던지는 패턴이 미국과 다른 만큼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본인이 많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보자"고 당부했다.

과거 삼성 시절 '나믿가믿(나는 믿을거야 가코 믿을거야)'이란 유행어를 만들 정도로 외국인 타자에 대한 신뢰를 보였던 류중일 감독이다. 이날도 류 감독은 "오늘부터 한다고 아꼈겠지"라며 한국 무대에서 조셉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했다. 조셉이 언제쯤 시원한 홈런포로 류 감독의 믿음에 확실하게 응답할지 궁금하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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