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 야구장 달군 신인왕 후보 3명의 뜨거운 활약상
-‘강심장’ 노시환 “한화 팬들 앞에서 전혀 긴장 안 했다.”
-‘거포 본능’ 변우혁 “내가 보여줘야 하는 건 장타 능력”
-‘5툴 장착’ 김대한 “아직 1군에서 배워야 할 게 더 많다.”

한화 내야수 노시환·변우혁, 두산 외야수 김대한(왼쪽부터 차례대로)이 시범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으로 눈도장을 일찌감치 찍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두산)
한화 내야수 노시환·변우혁, 두산 외야수 김대한(왼쪽부터 차례대로)이 시범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으로 눈도장을 일찌감치 찍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두산)

[엠스플뉴스=대전]

“날씨가 참 안 도와주네요.”

한화 이글스 현장 관계자가 하늘을 보며 나지막이 내뱉은 말이다. 이틀 전 KBO 시범경기가 시작된 대전 한밭 야구장은 미세먼지와 추위로 둘러싸인 채 팬들을 맞이했다. 첫째 날은 외야 너머 있는 보문산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미세먼지가 심했고, 둘째 날은 난로를 급히 가져다 놓을 정도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다행히 경기 분위기 자체는 미세먼지를 걷어내고, 추위를 잊을 만큼 뜨거웠다. 오랜만에 야구장을 찾은 팬들은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무엇보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신인 선수들을 향해 팬들의 시선이 한순간에 쏠렸다. 한화 내야수 노시환과 변우혁, 그리고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대한이 그 뜨거운 시선의 중심에 서 있었다.

최근 2년 동안 KBO 신인왕은 고졸 신인 야수의 몫이었다. 2017년은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 2018년엔 KT WIZ 외야수 강백호가 압도적인 실력을 뽐내며 만장일치에 가까운 신인왕을 수상했다. 최근 KBO리그 타고·투저 흐름에 따라 신인 야수들의 수상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그래서 올 시즌 1군 즉시 전력감에 근접했다고 평가받는 노시환·변우혁·김대한에게 쏟아지는 팬들의 기대도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말 그대로 ‘신인 풍년’이다. 한화는 첫날에만 신인 선수 6명을 기용하며 골고루 기회를 부여했다. 그 가운데서도 노시환과 변우혁의 1군 개막 엔트리 진입 가능성이 가장 크다. 첫날 노시환이 두산 마무리 투수 함덕주를 상대로 데뷔 첫 시범경기 안타를 날리더니 다음날엔 변우혁이 데뷔 첫 시범경기 안타를 홈런으로 만든 까닭이었다. 한화 팬들의 입꼬리는 이틀 내내 귀에 걸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화 한용덕 감독도 노시환과 변우혁을 향해 ‘떡잎이 다른 신인’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한 감독은 (두 선수는) 또래 선수들과 비교해 이미 갖춘 자질 자체가 남다른 듯싶다. 시범경기 때도 지속적인 출전 기회를 주며 1군 경기에 적응할 시간을 줄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주눅 들지 않고 긴장 안 하는 노시환의 ‘강심장’

노시환은 첫 시범경기 출전에도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강심장의 면모를 보여준 노시환이었다(사진=한화)
노시환은 첫 시범경기 출전에도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강심장의 면모를 보여준 노시환이었다(사진=한화)

올 시즌 3루수 자리에서 시즌 준비 중인 노시환은 시범경기 첫 출전에도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며 ‘강심장’을 뽐냈다. 노시환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한화 팬들 앞에서 긴장하는 것 없이 캠프 연습경기와 비슷한 느낌으로 시범경기에 임했다. 원래 하던 대로 자신 있게 하니까 좋은 타구가 나왔다. 어릴 때부터 중요한 경기에 많이 출전했기에 여기서도 긴장감을 덜 느끼는 듯싶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 3루수 수비에선 ‘프로의 벽’을 실감했다. 타구 속도가 아마추어 무대와는 차원이 달랐다. 노시환은 “내 생각보다 타구가 훨씬 더 빠르더라. 말로만 듣다가 실제로 경험하니까 타구 속도가 차원이 달랐다. 타석에서 투수들의 공도 아직 잘 안 보인다. 제구가 좋으니까 최대한 초구나 2구 안에 타격하려고 노력한다. 같은 포지션인 송광민 선배에게 수비와 관련해 자세한 조언을 구하고 있다. 옆에서 지켜만 봐도 많은 걸 배울 수 있다”며 고갤 끄덕였다.

캠프부터 노시환을 옆에서 지켜본 ‘3루 선배’ 송광민도 노시환의 잠재력을 인정했다. 송광민은 “(노)시환이는 나보다 방망이 힘이 좋은 데다 어린 패기도 있다. 신인이라고 주눅 들지 않는 게 보기 좋았다. 자기 기량을 발휘하고 있단 자체가 ‘멘탈’이 좋은 거다. 시환이가 수비에 관해 자주 물어본다. 마음이 급하고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면 기본기를 잊고 수비 실수가 나온다. 내가 신인 때 경험을 살려 조언해주고 있다”며 후배의 도전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한화는 2006년 류현진(LA 다저스) 이후 13년 만의 소속 선수 신인왕 수상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만약 노시환이 신인왕을 차지한다면 2001년 팀 선배 내야수 김태균 이후 무려 18년 만의 야수 신인왕 수상이 될 수 있다.

신인왕 욕심이 조금 나긴 하는데 크게 의식하진 않는다. 1년 동안 열심히 하다 보면 운이 따라서 신인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신인왕 경쟁이 치열할 듯싶다. 같은 팀에 (변)우혁이도 있고, 롯데 자이언츠 투수 (서)준원이도 있다. 잘하는 동기들이 많기에 신인왕 경쟁보단 우선 내가 할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이다. 노시환의 말이다.

변우혁 “나보다 잘하는 노시환, 인정하고 배우겠다.”

변우혁은 시범경기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아쉬움을 다음날 곧바로 씻었다. 시범경기 첫 안타를 큼지막한 홈런으로 장식한 변우혁이었다(사진=한화)
변우혁은 시범경기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아쉬움을 다음날 곧바로 씻었다. 시범경기 첫 안타를 큼지막한 홈런으로 장식한 변우혁이었다(사진=한화)

노시환의 언급처럼 같은 팀 친구인 변우혁도 무시할 수 없는 거포 유망주다. 변우혁은 3월 13일 두산전에서 8회 말 상대 투수 김호준을 상대로 125km/h 슬라이더를 통타해 비거리 115m짜리 좌월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한용덕 감독은 “(변)우혁이가 변화구 대처 능력도 좋더라. 또 한 번 가능성을 봤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무엇보다 12일 시범경기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아쉬움을 깨끗하게 씻는 변우혁의 한 방이었다.

캠프 중반부터 타격감이 떨어지다가 어제 시범경기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니 걱정이 됐다. 솔직히 간절하게 치고 싶었다. 다행히 시범경기 첫 안타를 홈런으로 만들어 기분이 정말 좋다. 잘 맞았단 생각이 들었지만, 타이밍이 늦어 애매했는데 담장을 넘어가더라. 팬들 앞에서 야구하니까 더 신나게 뛸 수 있었다. 긴장보단 오히려 야구를 잘할 힘이 더 생겼다. 변우혁의 말이다.

노시환과 펼칠 수 있는 신인왕 경쟁에 관한 질문에 변우혁은 자신보다 앞서는 친구의 실력을 인정한다고 전했다. 변우혁은 캠프 초반엔 솔직히 (노)시환이와 경쟁을 의식했다. 그런데 시환이의 활약을 보면서 나보다 뛰어난 타자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시환이와 경쟁해서 이기겠단 생각보단 시환이를 보고 배우겠단 마음가짐이라고 말했다.

변우혁의 자신의 매력인 장타 생산 능력을 앞세워 1군 개막 엔트리에 진입하겠단 포부를 밝혔다. 변우혁은 “시범경기 때 계속 적극적인 타격으로 콘택트 능력을 키우겠다. 그래야 큰 타구도 자주 나올 듯싶다. 팀이 나에게 장타 생산을 기대하는 걸 잘 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1군 개막 엔트리에 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5툴 플레이어 예감’ 김대한, 타고난 운동 능력 돋보인다

뒤늦은 캠프 합류에도 김대한은 가장 주목받는 두산 야수다. 5툴 플레이어로서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김대한이다(사진=두산)
뒤늦은 캠프 합류에도 김대한은 가장 주목받는 두산 야수다. 5툴 플레이어로서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김대한이다(사진=두산)

김대한은 비시즌 훈련 도중 옆구리 부상으로 1군 스프링 캠프 합류가 다소 늦었다. 하지만, 두산 김태형 감독은 “김대한은 타격 자질 자체가 뛰어난 선수”라며 시범경기에서 김대한에게 출전 기회를 계속 부여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5툴 플레이어’에 근접한 자질을 지녔단 팀 내 평가다. 김 감독은 (김대한의) 스윙 스피드는 이미 수준급이다. 기존 야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발도 기대 이상으로 빠르더라. 달리기는 우리 팀 내에서 ‘톱’ 수준이라고 해도 될 듯싶다. 주루 센스까지 괜찮으면 대주자 역할도 충분히 맡을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미 타고난 몸 자체가 남다른 김대한이다. 두산 정경배 타격코치는 운동 능력 자체가 차원이 다른 타자다. 완전 거포 스타일로 몸이 두꺼운 게 아닌데 손목 힘과 타고난 센스로 큰 타구를 만들 줄 안다. 발도 빠르고 수비 역시 기대 이상으로 잘하더라. LG 트윈스 외야수 이형종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극찬했다.

시범경기에서도 김대한은 선구안과 더불어 속구와 변화구 대처 능력까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뽐냈다. 김대한은 3월 13일 대전 한화전에서 5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야수 쪽에서 누굴 빼야 할지 모르겠다”는 김 감독의 고민을 더 가중하게 만든 김대한의 활약이었다.

이렇게 주변의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정작 김대한 자신은 덤덤한 표정으로 경기에만 집중하고자 한다. 김대한은 늦게 캠프에 합류했지만, 1군 분위기에 잘 적응하고 있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시면 그 경기에만 집중해 최대한 내 능력을 보여드리고 싶다. 앞으로 1군에서 배워야 할 게 더 많다. 신인왕 경쟁은 전혀 생각 안 한다며 겸손함을 내비쳤다.

이처럼 한화와 두산 팬들은 이틀 내내 신인 야수 세 명의 활약상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3년 연속 고졸 신인 야수 신인왕 수상이 이어진다면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자들이 바로 노시환·변우혁·김대한이다. 이들이 이정후와 강백호의 뒤를 이을 대형 타자로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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