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경기 없는 3월 18일 열리는 창원NC파크 개장식

-NC 아닌 창원시 주도…야구와는 무관한 전형적 관제 행사

-초대가수 잔뜩 초청, 비용은 NC가 분담…선수들 경기 없는 날 팬사인회

-창원시 방해로 사무실 이사도 못하는 NC 구단…야구와 야구단 무시하는 창원시

메이저리그급 새 야구장, 그리고 그 개장식을 홍보하는 촌스러운 포스터(사진=엠스플뉴스)
메이저리그급 새 야구장, 그리고 그 개장식을 홍보하는 촌스러운 포스터(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NC 다이노스의 새 홈구장 ‘창원NC파크’ 개장식이 열리는 3월 18일은 야구 경기가 없는 날이다. 메이저리그급 최신식 야구장을 처음 야구팬과 창원시민 앞에 선보이는 날이지만, 이날 야구장에는 야구가 없다. 대신 책상머리에 앉은 공무원 머리에서 나올 법한 전형적 ‘관제 행사’만 잔뜩 마련돼 있다.

애초 NC는 시범경기 한화전이 열리는 19일에 개장식을 갖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창원시는 경기가 없는 18일을 개장식으로 정했다. 야구장이란 장소가 갖는 의미보다는, 성대하고 화려한 행사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전형적 관치 행정이다.

누군가 대구 라이온즈파크와 광주 챔피언스필드 개장식도 경기 없는 날 열리지 않았냐고 할지 모른다. 사실 공무원이 하는 생각이란 게 전국 어딜 가나 비슷한 법이다. 그래도 라팍과 챔피언스필드 개장일에는 나름대로 의미를 담은 친선경기라도 열렸다. 이날 ‘창원NC파크’에는 그 비슷한 행사도 준비돼 있지 않다.

개장식은 NC가 아닌 창원시가 주도해 준비했다. 시 관계자는 “NC와 긴밀히 협의했다”고 하지만, 이날 개장식 행사 내용에서 NC 특유의 세련된 멋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시골 마을행사 전단지를 연상시키는 조악한 포스터도 시에서 만들었다. NC에서 디자인했다면, 이런 흉물스런 디자인이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야구팬과 창원시민보다는 시에서 나온 높으신 분들이 이날 행사의 주역이다. 이분들이 개장식 이후 다시 제 발로 야구장을 찾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통합창원시’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이날 좌석도 마산과 창원과 진해 지역별로 나눠서 배치했다. 마산은 그라운드와 가까운 1층, 창원과 진해는 2층에 앉게 된다.

개장식 행사엔 야구와는 별 상관도 없는 초대가수 축하공연이 잔뜩 마련돼 있다. 가수 초대비용 가운데 일정부분은 NC가 부담한다. 유명 가수 초청을 원한 건 NC가 아니라 창원시 공무원들이다. 취재 결과 애초 창원시는 그라운드 위에 대형 무대를 설치하려고 했다. 잔디가 망가질 수 있다며 NC가 만류한 끝에 카페트를 까는 형태로 타협을 봤다는 후문이다. 야구를 아는 사람이 준비했다면 나올 수 없는 아이디어다.

아, NC와 관련있는 순서가 딱 하나 열리긴 한다. 나성범, 양의지 등이 참석하는 팬 사인회다. 그런데 이날은 경기가 열리지 않는 휴식일이다. 선수들은 일주일 중에 딱 하루 쉬는 휴식일에 야구장에 나와야 한다. 경기일에 개장식을 열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게다. 사인회 참석 예정인 나성범은 부상으로 3주간 재활 중이다.

창원시 폭거에도 숨죽이는 NC ‘사용권 협상 때문에…’

'마산' 지역 정치권 인사가 SNS에 남긴 메시지. NC는 구장 명칭 문제로 창원시와 정치권의 다양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사진=SNS 캡쳐)
'마산' 지역 정치권 인사가 SNS에 남긴 메시지. NC는 구장 명칭 문제로 창원시와 정치권의 다양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사진=SNS 캡쳐)

NC 새 야구장의 명칭은 ‘창원NC파크’다. 구장명칭 사용권을 보유한 NC가 정했고, 시의원과 시민 대표가 참여한 ‘야구장명칭 선정위원회’가 만장일치로 합의해 정한 이름이다. 하지만 18일 개장식 행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NC 새 야구장은 ‘창원NC파크 마산구장’이라는 부르기도 어렵고, 야구팬 가운데 아무도 원하지 않고, 일부 시의원과 정치인과 지역 토호들의 이기주의가 담긴 이름으로 불릴 예정이다.

창원시는 모든 개장식 행사 홍보물에 빠짐없이 ‘마산구장’이란 사족을 붙였다. 이날 야구장 전광판에도 ‘마산구장’이란 이름이 표시될 예정이다. 사회자도 마산구장, 초대가수도 마산구장, 축사를 할 창원시 높은 분도 마산구장으로 부르는 촌극이 예상된다. 창원시에선 NC가 야구장 곳곳에 부착한 ‘창원NC파크’ 간판과 엠블럼에 강한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NC 관계자는 아직 구단이 구장 사용권을 갖고 있는 상태가 아니다.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 설명했다. 사용권을 얻지 못한 상태라, 곧 이사할 새 집을 마음껏 사용하지도 못한다. NC 사정에 밝은 지역 인사는 시에서 반대해서, 아직 구단 사무실 이사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막이 다음주인데 이사를 못해 직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전했다.

강하게 구단 측의 의견을 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처지다. 현재 진행 중인 사용권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새 야구장 명칭과 개장식 관련 엠스플뉴스의 질의에 NC 관계자는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NC 사정에 밝은 지역 인사는 시의원과 지역 정치권이 온갖 방법으로 NC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시의회가 정한 명칭을 사용하라는 게 압력의 주된 내용이라 전했다.

물론 창원NC파크는 창원시민의 세금이 들어간 구장이다. 하지만 KBO가 창원을 새 연고지로 승인하지 않고, 엔씨소프트가 창원 연고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탄생할 수 없었던 야구장이기도 하다. 창원NC파크가 가치를 갖는 건 여기서 일년 동안 프로야구단이 경기를 치르고, 팬을 불러모으고, 콘텐츠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야구가, 야구장이 없다면 야구장은 그저 커다랗고 비싼 건물에 불과하다.

애초, 새 야구장 건립을 약속하며 야구단 유치를 갈망했던 건 NC가 아닌 창원시였다. 그랬던 창원시가 이제는 야구단과 야구, 야구팬을 무시하고 일방통행식 행정을 거듭하고 있다. 18일 열리는 성대한 개장식은 과연 누구를 위한 행사일까. 야구를 위한 행사가 아닌 것만은 틀림없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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