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외야수 이용규, 시즌 직전 트레이드 요청 논란
-한화 “권 혁 사례와 완전히 달라, 이용규는 올 시즌 베스트 멤버였다.”
-이용규 측 “감정적으로 ‘욱’한 면이 있다, 선수 자신도 잘못한 건 안다.”
-이용규의 기약 없는 육성군 출근, 개막 전 거취 결정 유력

한화 외야수 이용규가 시즌 직전 트레이드 요청으로 논란에 휩싸였다(사진=한화)
한화 외야수 이용규가 시즌 직전 트레이드 요청으로 논란에 휩싸였다(사진=한화)

[엠스플뉴스]

팀에 트레이드를 요청한 한화 이글스 외야수 이용규를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1군이 아닌 육성군으로 출근해야 하는 이용규의 거취는 정규시즌 개막 전 결정될 전망이다. 한화 구단의 태도는 강경한 분위기다.

이용규는 3월 11일 한화 한용덕 감독에게 트레이드 요구 의사를 전했다. 이어 15일엔 구단에도 재차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15일 밤 언론 보도를 통해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이 공개되며 이는 큰 논란에 휩싸였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용규의 불만은 주 포지션인 중견수가 아닌 좌익수로 포지션 이동과 스프링 캠프 연습경기에서 부족한 출전 기회로 느낀 입지 축소 등으로 알려졌다.

이용규에겐 베테랑 선수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동시에 타석 수 충족 등 옵션 달성을 향한 부담감이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겨울 두 번째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한 이용규는 캠프 출국 직전인 1월 30일 계약 기간 2+1년, 계약 총액 26억 원(계약금 2억 원·연봉 4억 원·옵션 연간 4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용규는 16일 정상 출근 시간이 아닌 오전 11시 30분을 넘어 대전구장에 도착했다.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않은 이용규는 구단과 면담을 했고, 구단은 이 자리에서 이용규에게 육성군행을 지시했다. 한화 한용덕 감독도 “이런 저런 선수의 불만을 모두 들어줄 수 없다. 팀보다 더 중요한 선수는 없다”며 사실상 이용규를 전력에서 배제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이용규는 17일부터 서산 육성군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사실상 기약 없는 ‘서산행’이다. 구단도 2월 초 투수 권 혁(두산 베어스)의 조건 없는 방출과는 사례가 다르다며 선을 그은 상태다. 한화 관계자는 권 혁은 당시 감독님의 1군 캠프 구상에 없는 선수였다. 게다가 연봉 미계약자였기에 대승적인 차원에서 다른 팀으로 갈 기회를 준 거다. 하지만, 이용규는 FA 계약자에다 감독님의 올 시즌 베스트 구상에 들어간 선수였다. 두 명은 전혀 다른 사례라고 강조했다.

미궁 속에 빠진 이용규의 미래, 구단의 결단은 임박했다

팀 동료 정근우(왼쪽)가 중견수로 포지션 전환을 하며 이용규(오른쪽)는 좌익수 9번 타자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이용규의 불만이 생겼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팀 동료 정근우(왼쪽)가 중견수로 포지션 전환을 하며 이용규(오른쪽)는 좌익수 9번 타자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이용규의 불만이 생겼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복합적인 상황을 짚어볼 때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은 ‘감정적인 선택’이라는 시선이 많다. 이용규는 측근인 에이전트에게도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하겠다’는 얘기만 했을 뿐 어떤 특별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이용규의 에이전시인 몬티스 스포츠 관계자는 나도 이용규 선수가 왜 그런 결단을 내렸는지 자세히는 모르는 상황이다. 이미 알려진 이유만은 아닌 듯싶다. 때가 되면 이용규 선수가 직접 얘기하지 않을까. 물론 순간적인 감정에 너무 ‘욱’한 면도 있다. 그런 면에서 잘못했단 건 선수 자신도 잘 알고 있다. 계속 연락을 취하며 조언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사태로 구단과 선수 모두 막심한 피해를 보고 있단 점이다. 한화는 이용규를 좌익수 9번 타자로 활용하려했던 시즌 초반 계획이 완전히 어그러졌다. 만약 중견수로 자리를 옮긴 정근우가 제대로 수비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이용규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전망이다. 반대로 이용규도 감독의 구상에서 제외되며 1군 선수로서 뛰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타 팀으로 트레이드도 사실상 어려운 분위기다. 아이러니하게도 외야 사정이 안 좋은 한화가 이용규의 경쟁력이 가장 통하는 팀인 까닭이다. 익명을 요구한 A 구단 관계자는 권 혁은 리그에 부족한 좌완 불펜 투수기에 다른 팀들의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용규는 베테랑 외야 자원이다. 현재 리그 대부분 팀은 외야 자원에 큰 문제가 없다. 게다가 이런 사태가 벌어진 상황에서 이용규를 데려가려는 팀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한화가 이용규를 육성군에만 놓을 순 없다. 이미 이용규에게 FA 계약금이 지불된 데다 연봉도 계속 지급되는 상황이다. 시즌 개막 전에 팀 분위기를 확실히 다잡아야 할 필요도 있다. 향후 이용규의 거취는 최대한 시즌 개막 전에 정하겠단 게 구단의 생각이다.

한화 관계자는 이용규 선수가 신중하게 대처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분명히 있다. FA 계약에서 문제는 전혀 없었다. 감독님도 계속 단호하게 얘기하실 듯싶다. 구단과 현장 모두 선수 한 명만 볼 수 없다. 트레이드는 아마 제외가 될 듯싶은데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개막 전엔 빠르게 (이용규 선수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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